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4-03-03   2861

[2014/02/18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참여연대 인턴 이수호씨의 국민참여재판 후기

2008년부터 ‘한국형 배심제’인 국민참여재판이 실시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과 함께 재판을 방청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분들의 소중한 참관기를 받아서 함께 볼 수 있도록 게시하고 있습니다. 

 

° 일시 및 장소 : 2014년 2월 18일 화요일, 서울북부지방법원

° 사건 : 특수강도미수죄

° 글쓴이 : 이수호(참여연대 13기 인턴 참가자)

 

 

df23ba2f2d67dc7d161f4938c302571c.JPG오전 10시 도봉역에 집결하여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러 갔습니다. 난생처음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는 거라서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습니다. TV에서 보는 것처럼 검찰 측과 변호인 측의 치열한 공방이 있을까? 유죄일까? 무죄일까? 배심원들은 어떤 판결을 내릴까? 등 많은 궁금증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국민참여재판에서 우리가 중점적으로 봐야할 것은 재판의 내용이 아니라 재판이 이루어지는 과정과 절차 즉, 재판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판사 검사 변호사가 피의자에게 고압적이지는 않는지, 판사와 배심원들이 졸지는 않는지, 옷차림 등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재판장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건 재판장의 구조였습니다. 방청석을 중심으로 왼쪽엔 검찰이 오른쪽엔 변호인 측이 가운데는 판사 3명이 자리하고 있었고 검찰 측 뒤쪽으로 총 8명의 배심원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재판장의 구조에서 눈여겨 볼 점은 왜, 배심원단이 검찰 측의 뒤쪽에 배치되어 있을까?라는 점입니다. 마치 배심원단이 검찰의 편에 서서 피의자를 심판하기 위해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인 것 같았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배심원단이 판사와 같이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좀 더 한쪽의 입장에 가까이 서서 판단을 하기 보다는 중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판사와 같이 배심원단을 존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의 위치를 조정하는 것도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 같습니다. 성비 구성에 있어서 남자 2명, 여자 6명으로 남성이 적었고 나이는 젊은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30-50대로 보였습니다. 그 중에 예비 배심원이 1명 있었는데, 혹시 부득이한 사정으로 빠지는 배심원을 대신하여 미리 뽑아 놓은 사람으로 평의를 할 때 의견을 제시하거나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사건은 특수강도미수죄. 20대의 청년이 흉기를 들고 편의점에서 금품을 갈취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었습니다. 재판은 검찰 측의 모두진술로 시작하였습니다. 사건의 경위에 대해 배심원들에게 알려주고 사건의 쟁점은 무엇인지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검사는 검사복을 입고 있었고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배심원들이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후 변호인 측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피의자는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혼자서 살아왔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오다가 5년간 잘 다니던 직장을 퇴직금도 못 받고 그만두게 되었고 1년 넘게 취직을 하지 못하며 생활고를 겪다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이었습니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 어머니가 나와서 진술을 하였고 변호인과 판사 검사로부터 심문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검사와 판사의 질문 중에 피의자와 앞으로 같이 살 것인지,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이번 범죄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피의자가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 마치 피의자 개인의 잘못인 것처럼 몰아가고 그것이 증인이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한 것처럼 추궁하는 분위기가 되어 의문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증인 본인이 잘 보살피지 못했던 점, 피의자가 바보 같고, 어리석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감정에 호소하게끔 만드는 것 같았습니다. 피의자를 심문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질문을 반복적으로 함으로써 개인의 잘못에 대한 반성을 되묻고 앞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 등을 물어봄으로써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듯 추궁하는 분위기가 되어 재판을 지켜보며 불편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 사건은 피의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한 상태이고 피의자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상태였으므로 형량을 어느 정도 내리는가가 판결의 주요 쟁점이었기 때문에 피의자가 자신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점과 앞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 소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질문으로서는 적절하고, 판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배심원단의 평의가 이루어지는 동안 13기 인턴들과 함께 재판의 분위기 및 과정, 절차에 대해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며, 평결이 어떻게 내려질까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검찰은 구형 2년 6개월을 변호인 측은 집행유예를 주장했는데, 배심원단은 집행유예로 평결했고 판사 또한 집행유예로 판결했습니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크게 쟁점이 되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약간은 지루하고 왠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재판이 자유스럽고 민주적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검사는 차분하고 조곤조곤한 말투로 사건에 대한 경위와 쟁점에 대해 잘 설명해 주었고, 변호인은 판결에 있어 정상 참작할 만한 증거와 증인들을 잘 제시하며 배심원단을 설득했으며 판사 또한 평의와 평결 및 기타 어려운 단어에 대한 설명을 해주며 배심원단 및 방청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또한 재판장에서 PPT를 비롯한 다양한 기구들을 사용하여 사건과 용어에 대해서 설명하고 증거자료 및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판사와 배심원도 졸지 않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피곤에 쩔어(?)있는 판사가 큰 목소리와 또박또박한 말투로 얘기하고 설명했다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청을 다녀온 결과 국민참여재판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장단점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폐쇄적인 사법부에서 벗어나 국민의 상식에서 재판이 이루어지고 감시할 수 있다는 점과 국민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에서 참여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이며, 그에 대한 단점보다 장점이 더 크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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