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8-06-22   2055

[08/06/17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국민’이 바라본 ‘국민참여재판’ : 방청객들의 메신저 뒷풀이”

이 글은 6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함선혜, 김수영 두 분의 방청기입니다. 함선혜, 김수영 두 분은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행사에 참여하여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했으며, 이 방청기는 두 분이 인터넷메신저 등을 통해 나눈 대화내용에 근거하여 쓴 대화형식의 방청기입니다. 함선혜 님은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며, 김수영 님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습니다.
(이 방청기를 인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필자 또는 참여연대 사법감시팀과 사전 협의를 거치시기 바랍니다.)


 함선혜, 김수영(공익법률사무소 공감 인턴)


선혜
: 집에 잘 들어갔어? 오늘 방청 좀 길긴 했지만 하루 투자할 가치가 있었지?^^


수영 : 법학도이지만 처음 보는 재판인데다, ‘’국민참여재판’’이라 더욱 뜻 깊었어.^^


선혜 : 나도 재판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다가, 법학전공도 아니라 처음엔 모든 게 생소했어. 배심원들 중에도 나처럼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수영 : 배심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우리 같은 일반시민이 재판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선혜 : 맞아.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우려하는 것 중에는 “일반 시민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큰 것 같은데, ‘올바른 판단’이라는 것이 법지식에만 의거해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봐.


수영 : 정합성을 추구하는 법의 본질 때문인지 종종 실소를 머금게 하는 판례도 있더라고.  그런 부분을 시민들의 일반 생활감각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아. 논리적 일관성을  따르다 보면 사각지대가 생기게 마련인데, 그런 경우 완벽한 논리 체계를 요하지 않  는 시민들의 의견이 올바른 재판결과를 가져오는 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민중재판에 의한 부작용이 언급되곤 하지만, 전문가의 냉철한 시선이 이를 보완해 줄 수  있을테니까. 시민참여재판은 시민의식을 기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심신미약…이 법률용어를 어떻게 설명했으면 더 좋았을까?”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이들이 열심히 토론하고 있는 모습. 왼쪽 줄 맨 앞이 김수영씨, 오른쪽 줄 위에서 두 번째가 함선혜씨
선혜
: 다만 법정 분위기나 법률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배심원들을 위해서, 자연스럽고 쉽게 설명을 하는 데 보완이 필요한 것 같아. 오늘도 법률 용어를 쉬운 말로 풀이하는 등의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이해 하기 힘든 말들도 많았거든. 


수영 : 맞아. ‘심신미약’이라는 말을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느낌이야. ‘판단력이 흐려져  옳고 그름을 분간하기 힘든 상태’ 등과 같이 좀 더 일상적인 말로 풀어주면, 시민들  이 법에 대해 좀 더 친근한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선혜 : 반면에 너무 쉬운 말로 설명하려다 보면 의미가 왜곡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심신미약 상태라고 ‘기억을 못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라고 설명하시고는 나중에는 쉽게 말해 ‘필름이 끊겼다’는 것 이라고 설명하셨잖아. 필름이 끊긴 거는 일반적으로 기억이 아예 나지 않는 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중요한 부분에서 혼동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의미를 왜곡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아. 이를 위해 ‘국민참여재판’ 도입을 앞두고 소송용어 순화를 돕기 위한 책이 출간되는 등 여러 방안들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수영 : 그래. 이번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친절한 판사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어. 판사님  께서 여러 사항들을 친절히 안내해 주셔서 좋았지만, 중간에 ‘이것은 좀 어려운 말  이지만’,’아실지 모르겠지만’ 등의 말은 사실 듣기 좀 불편했어.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듯이 법률가들도 시민의 눈높이에서 거리감을 줄이기 위  해 노력해야 할거야.


선혜 : 맞아. 배심원들이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배려하는 노력이 분명히 있었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것이 정확한 이해를 돕는 부분이니 앞으로 법률가 교육에서도 배심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훈련하는 부분이 강화되어야 할 것 같아.
       커뮤니케이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법률에는 판사의 허가 하에 필기를 할 수 있고, 질문은 종이에 적어서 제출해야 한다고 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러다보니 배심원들이 바로바로 궁금한 점을 해결하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야. 평의에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다른 방식으로 의사소통 통로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서 (종이가 아닌) 개인키보드와 미니모니터를 배심원석에 설치해서 판사와 각 배심원들이 신속하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어떨까?


수영 : 법정에 발달된 IT기술을 도입한다…기발하면서도 좋은 아이디어네! 그렇게 되면 어  떤 판사가 어떤 방식으로 답변할 것인가 등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게 옳다고 봐.
       만약 오늘 재판에서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고 내가 배심원이었다면 사실관계를 구성하는 증거들에 대해 질문을 했을거야.    


선혜 : 나도 증거들이 너무 미약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궁금했는데… 현장조사나 공판준비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정보를 전혀 주지 않아서 어떻게 증거들이 선정된 것인지가 의문이었어.
       예를 들어 피고인이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흉기가 아예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런 경우에도 피고인이 범행을 했다는 것이 충분히 입증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웠어. 물론 법적으로 여러 가지 근거들이 있겠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망치가 발견되지 않았어도 유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단순한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컸어.


수영 : 배심원은 공판준비절차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고 공판 당일에만 참여할 수 있다  면, 결국 해결되지 못한 여러 의문을 품은 채 제한된 정보만을 가지고 유, 무죄를 판  단해야 하겠지. 좀 더 폭넓은 참여가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   


선혜 : 현장조사나 공판준비절차에 배심원들을 참여시키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적어도 공판 당일에는 그 걸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이미 모든 사실관계가 굳어진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증인신문, 피고인신문 같은 절차가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 “증인신문이나 피고인 신문 내용이나 제시된 증거들을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전적으로 배심원들의 현명한 판단에 달려있다.”고 했지만, 이미 공판 맨 처음에 검사 측에서 제시한 사건경위가 기정사실이 되어버리고, 재판 과정에서 새로이 발견된 사실은 개입할 여지를 아예 두지 않는다는 인상이었어.
       배심원들이 사건의 진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보다는 ‘여기 이런이런 사실이 있다’라고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상황에서 배심원이 가지는 유무죄 판결 권한은 다소 무의미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수영 : 참, 오늘 배심원 구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주요내용을  인정했기 때문에 배심원이 5명 선정됐다고 하는데, 그 중 남자는 단 한 명뿐이었고  연령층도 다양하지 못했어. 계층에 따라 하나의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좀 더 풍부한 배심원단 구성이 이루어져야겠지.


선혜 : 맞아 언론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들 지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느 특정 연령이나 성별에 치우친 구성은 위험하다고 봐. 무작위로 선정된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은 사람들의 참가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을거야.
       물론 ‘국민참여재판’ 참석으로 회사에 결근하게 되는 경우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에서는 보호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직장인들의 경우에는 배심원으로 참석하기에는 곤란한 점도 분명 있을 것 같거든. 이런 점에서 볼 때 국민 전체적인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 측에서 배심원 제도에 대해서 무지하다면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하고 싶어도 선뜻 참여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거야.
       비단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국민 전체가 평소에 좀 더 재판과정이나 법률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야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가 ‘준비된 배심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굳이 ‘내연관계’ 라는 말을 썼어야 했을까?”


수영 : 그러고보니 방청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지만 대부분 언론사, 검찰, 법과대학 소속이었어. 물론 우리처럼 일반시민으로서 온 사람들도 몇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시민에 의한 자발적 참여는 부족한 느낌이었어.
       ‘국민과 함께 하는 재판’이라는 취지 하에 ‘국민참여재판’이 열렸음에도 말이야. 그래서 재판의 전과정을 지켜본 사람은 거의 없었고 공판 초반부터 밖으로 나간 사람들이 꽤 있었지.     
       나는 피고인이 황토빛 수의를 입은 채 공판에 참여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 피고인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했다고는 하지만, 의복이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보면 아무래도 배심원의 판단에 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 같거든. 무죄추정의 원칙이 존재하더라도 그런 눈에 띄지 않는 요소들로 말미암아 배심원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유죄 추정을 할 수 있지 않은가 하는 말이야.
       유사한 문제로, 검사가 공판 초기 공소장에 있는 사실관계를 설명할 때나 최후변론을 할 때 가치 내지 이미지가 내포된 언어를 많이 사용했던 것 같아. 언어가 전략이자 무기라는 말도 있잖아. 나중에는 유,무죄가 결정되기도 전에 영화<추격자>를 언급했는데, 그건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선혜  : 나도 동감하는 바야. 작은 것 하나라도 사건의 진위여부와는 별개로 배심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언어선택 등에 신중을 기해야 할거야. 물론 재판이라는 것이 판결권을 가진 이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이지만, 그 대상이 배심원이라고 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거나 특정한 감정가를 가진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예를 들어 검사 측에서 ‘내연녀’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들 수 있어. 변호사측에서는 피고인이 집에서 나온 지 오래고, 관련된 여성도 이혼한지가 여러 해인데 그런 관계를 내연관계라고 명명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결국 공판 내내 ‘내연관계’,‘내연녀’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잖아.
       내연관계라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은 관계라는 이미지를 가지는 게 통상적인 만큼 배심원들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거라고 보기 힘들 것 같아,


수영 : 그리고 검사 측은 다수의 인력이 공판장에 등장한 반면 변호인은 단 한 명뿐이라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할 수 있을 것 같아. 피고인 한 명 당 국선변호인 1인이  라고는 하지만, 함께 변론을 의논하고 이끌어 나갈 협조자가 없는 상태에서 다수의  검사를 맞서는 모습이 힘들어 보인 것은 사실이야. 국선변호인 인력 풀의 문제인 걸  까…?


선혜 : 맞아 양측의 수적인 동등성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깊은 논의가 필요한 듯해. 구조적, 관행적인 배경이 있겠지만 진정한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인 것 같아.
       처음 시행 되는 만큼 아직 여러 가지 삐걱거리는 면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국민참여재판’ 시행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지. 이건 법조계와 시민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니 앞으로 더 잘 정착되도록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아까도 말했듯이 일반 국민들이 직접 재판을 방청해 보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야. 오늘 ‘체험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거든^^ 재판을 한 번 방청하는 것과 언론이나 책을 통해서만 보는 것은 정말 다르더라.


수영 : 조만간 또 다른 ‘국민참여재판’이 있을 예정이더라고. 7월7일 10시 30분까지 서울서부지법에 가면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할 수 있어. 우리 또 방청하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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