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3-07-25   2059

변호사시험, 정상화시켜야 한다

변호사시험, 정상화시켜야 한다

 

김 창 록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9913371770bbfcdf96e270fa52748fc3.JPG도입 5년차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내용이 널리 알려지고 성과가 쌓이면서 그간 난무하던 근거 없는 ‘저주’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물론 제도의 완전한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서둘러야 할 것은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만드는 일이다. 한국 로스쿨의 청사진을 담은 「사법개혁을 위한 건의문」(2004.12.31)에 분명히 나와 있다. “변호사시험은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 및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이어야 한다. 

‘자격시험’이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을 모두 합격시키는 시험이다. 의사 시험처럼 과목별 40% 이상, 총점 60% 이상 득점한 자를 합격시키는 시험, 합격률이 90% 전후인 시험이 바로 자격시험이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의 유일한 합격기준은 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한  ‘1500명’이다. 무조건 1500등 안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으며, 몇 점을 얻어야 합격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없는 것이다. ‘정원제 선발 시험’인 사법시험은 사법시험법에 따라 선발 예정 인원을 미리 정한다. 하지만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은 의사시험과 마찬가지로 선발 인원을 미리 정해서는 안 되며, 그렇게 할 법적인 근거도 없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1500명으로 정한 것이다. 

우격다짐에는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로스쿨 1기생이 응시한 2012년 제1회 변시 합격률은 87.2%였다. 그런데 올해 로스쿨 2기생의 합격률은 80.8%이다. 합격점은 2012년 720점, 2013년 762점이다. 2기생은 1기생과는 달리 전 과목 상대평가라는 유례가 없는 엄격한 학사관리를 받았는데도 합격률은 떨어졌고, 합격점은 아무 근거도 없이 42점이나 뛰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단 하나다. ‘1500명’이라는 틀에 욱여넣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합격자 1500명’을 고집하면 2020년대에는 합격률이 20%대 중반까지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대학에는 로스쿨을 도입하면서 시험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남겨두었기 때문에 실패의 길을 걷는 일본의 합격률과 같은 수준이다. 

선택형시험도 문제다. 학력 제한이 없고 수만명이 응시하는 사시는 기본 능력을 확인하고 주관식 답안의 채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객관식 시험이 의미가 있다. 하지만 로스쿨을 졸업한 사람들만이 응시하는 변시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변시 선택형 시험은 사시 객관식 시험보다 오히려 4과목이나 더 많다. 또 전문적 법률 과목 시험도 문제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서로 다른 특성화를 실시하는데 전문적 법률 과목 시험은 7개 과목 중 하나를 선택해 치른다. 

로스쿨은 ‘시험에 의한 선발’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 ‘21세기의 법률가’를 길러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과거를 묻지 않는 시험’만으로 극소수를 선발하고 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제도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국가적 결단에 따라 도입한 새로운 제도다. 로스쿨 학생들을 시험에 매달리게 한다면, 그래서 로스쿨이 고시학원으로 변질돼 다양한 전문 교육이라는 목표가 형해화된다면, 어렵게 도입한 로스쿨 제도는 빛이 바랠 것이다. 하루빨리 변호사시험의 합격점을 법률에 명기하고, 선택형 및 전문적 법률 과목 시험은 폐지하는 정상화 조처가 취해져야 한다. 

 

 

 

* 이 글은 2013년 07월 25일 “한겨레 [왜냐면] 변호사시험, 정상화시켜야한다” 에 기고된 글입니다 -> 기사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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