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2-08-08   2537

[2012/07/27 국민참여재판 방청기①] 나에게 처음 다가온 법

 

이 글은 2012년 7월 2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제11형사부) 1호 법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여연대 인턴(10기) 여러분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함께해요 국민참여재판]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배심제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심원이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지켜본 방청자들의 경험을 통해 여러분도 함께 배심원단이 되는 간접체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소중한 방청기를 보내주신 홍명근 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07월 27일 국민참여재판 방청후기 I
 

참여연대 인턴 10기 홍명근

 

 

3년 전, 법률소비자 연맹 자원봉사로 20시간에 걸쳐 일반 재판 과정을 방청한 적이 있다. 한 마디로 끔찍했다. 방청석은 텅텅 비어 있었고, 판사, 검사, 변호사 등 고작 10명도 안 되는 그들만의 리그에 멍~하니 방청하고 있던 나는 외부인이었다. “누구나 비공개된 재판을 제외하고는 일반 재판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라는 법원 공지문은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어떤 판사는 나보고 물었다. “무슨 일로 왔나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재판 과정을 보기에는 너무 불편했고 힘들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국민참여재판을 보았다. 전~혀 달랐다. 우선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9명의 배심원 위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우리와 똑같은 일반 국민들이 판결을 내리는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가지고 앉아서 재판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객관적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진지했다. 변호사와 검사 역시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마치 미국 드라마에서나 보던 변호사와 검사의 공방이 이어졌다. 판사 역시 어려운 법률용어나, 무죄추정의 원칙, 묵비권 등에 대해서 자세하고 배려있는 설명을 이어갔다. 

법률을 잘 모르는 배심원들이 오판 할 것이다. 또는 감정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것이다. 이해가 어려울 것이다라는 우려는 말끔히 씻어졌다. 또한 판사나 검사, 변호사 역시 우월한 법률적 지식을 바탕으로 일반인인 배심원을 무시할 거라는 생각은 내 편견에 불과했다. 모두 배심원들을 판결을 내리는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공개재판이라 재판 과정에서 오가며 그 과정을 방청한 사람만 1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생각한다. 강간추행재판이었던 만큼 피해자가 재판에 등장해 신상이 모두 공개되고 그 과정을 설명하는 걸 보면서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부분에서 사법부에 대한 호감과 신뢰가 높아진 계기였다. 

 

최근 도가니, 부러진 화살, 두 개의 문, 추적자 등 언론, 방송, 영화를 통해 사법부의 신뢰는 추락했다. 법에 절대적 권위를 가진 사법 집단의 권위 상실은 치명적인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민들은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나 역시 일반재판과정을 보면서 그냥 그들끼리 차고 치는 고스톱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참여재판을 본 뒤 생각이 많이 변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법에 접근성을 높이고, 사법부가 변화에 흐름에 동참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법이 우리 생황과 밀접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와, 배심원의 결단을 촉구하는 검사, 그리고 그런 배심원들 배려하는 판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내 마음속에 무시하던 법의 권위와 정의가 바로서는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일본의 생태운동가 마사키 다카시의 저서 <나비문명>의 한 토막을 소개하고자 한다.

 

“ 한 그루 나무가 있었습니다. 봄이 와 애벌래들이 한꺼번에 태어났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파리를 먹어치우면 분명 나무가 죽어버릴 거야.’ 애벌레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잎을 다 먹으면 나무가 말라서 결국 아무도 살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나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너는 곧 나비가 될 거야. 나비가 되면 누구도 잎을 먹지 않는단다. 꽃에 있는 꿀을 찾게 되지. 그리고 꿀의 달콤하에 취해 춤도 춘단다. 그러면 꽃이 열매를 맺지.’ 여름이 되었습니다. 나무에는 꽃이 피고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투명하고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꽃과 놀았습니다. 가지는 언제부턴가 다시 푸르러졌고, 꽃에서는 열매가 부풀어 올랐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신뢰가 무너지고, 권위에 상처를 입은 사법부를 비관하며 무시만 할 게 아니라 국민참여재판과 같은 새로운 방법을 통해,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 듯 새롭게 거듭난다면, 무관심에서 참여로 탈피할 수 있다면, 사법 정의가 다시 파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달콤하고 충일한 열매를 맺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해본다. 최악의 폭염의 무더운 날씨에 국민들의 사법에 대한 갈증이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단비로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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