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0-12-02   5979

로스쿨을 고시학원으로 만드는 법무부의 구상


법무부, 로스쿨 체제하 변호사시험을 곧 폐지할 사법시험 같은 정원제 선발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인 듯

정원제 선발시험 아니고 로스쿨 충실히 다니면 합격가능할 것이라 했던 기존 입장을 뒤집으려는 듯

국민 이익보다 법률가 집단 이익 앞세우는 법무부 구상 저지해야 해



법무부가 로스쿨 졸업생들이 치를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합격자수를 고정하는 정원제로 운영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법무부는 오는 12월 7일에 법무부 산하에 설치된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정원제 선발시험’의 방식으로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식을 정하고 이를 곧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지 사법시험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이 아니라고 했던 정부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 대국민 약속을 어기는 것이며,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공급받는 등 법률가양성배출 시스템을 개혁해 얻고자 했던 국민의 이익을 외면하고, 기존 법률가들의 밥그릇지키기에 매몰되는 것이다.



합격생 숫자가 1000명이든 1400명이든 1600명이든 1800명이든 상관없이 현재 예상되는 법무부의 구상은 기존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방식으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한다는 것인데, 이는 사회의 변화와 다양한 수요에 부응해 사법시험같은 법률가배출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도입한 로스쿨 체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릴 것이며, 수많은 ‘변시낭인’을 낳게 될 것이다.

현재 예상되는 법무부의 구상대로 간다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변호사지망생들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체계적으로 로스쿨에서 교육받게 하고, 이런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고 법률서비스 시장에 나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하자고 도입해 막 운영에 들어간 ‘로스쿨 교육 – 변호사자격시험 체제’는 무너진다.


법무부의 구상대로 변호사시험이 사실상 정원제 선발방식으로 갈 경우, 로스쿨 학생 개개인은 정원이 정해진 시험에서 다른 응시생보다 0.1점이라도 더 높은 점수를 받기위해 시험과목 위주 공부에 매몰된다. 각 로스쿨들도 다른 학교와의 합격률 경쟁에 내몰려 고시학원처럼 시험과목 위주로 교과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수 백명 이상의 학생들은 재도전을 위해 고시학원으로 내몰릴 것이다. 아무래도 서울 또는 수도권 로스쿨에 비해 여러 가지 여건이 열악한 지방 로스쿨의 교육과정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지방로스쿨을 성장시키겠다는 지방분권 활성화도 어려워진다.


또 법무부 구상대로 되면,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변호사가 될 기회도 좁혀져 이들을 대상으로 한 로스쿨 특별입학전형이 무의미해진다. 사법시험 체제도 과거와 달리 경제적 뒷받침이 되는 이들이 시험공부에 유리한 형태가 되어 왔다. 그래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자녀 등 경제적 취약계층이 변호사가 될 기회를 보장해주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 만큼, 로스쿨 입학전형에 사회경제 취약계층 특별전형제도를 도입했고 실제 이런 계층이 로스쿨에 입학해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 시험으로 운영할 경우, 이들 계층은 각종 변호사시험 대비 사설학원 등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자들에 비해 정원제 선발시험에서 불리한 처지에 빠진다. 특별전형제도를 통해 사회경제적 기회를 균등하게 하자는 정책목표마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이게 정부의 선택이란 말인가?


또 법무부 구상대로라면,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은 이들이 각 분야의 법률전문가로 양성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여 결국 우리나라 법률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이어진다.

경영, 회계, 금융, 증권, 지적재산과 정보통신, 국제거래, 협상중재, 소비자운동, 국회입법지원분야 등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사회인들이, 다시 로스쿨에 진학하여 해당 분야의 경험에 법률적인 전문성을 덧붙여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법률전문가를 양성하자는 것이 로스쿨 체제가 바라는 바다. 이를 통해 법률가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 아니라 정원제 선발시험이 된다면, 로스쿨에서 충실히 공부해도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애써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취업에 성공하고 경험과 실력을 쌓고 있는 이들이, 로스쿨 체제로 들어올 가능성은 사라진다. 그래서 로스쿨은 3년을 도전해 봐도 잃어버릴 것이 없는 일부 부유층만의 전유물이 되거나, 이미 투입한 비용이 아까워 빠져나가지도 못하는 이른바 ‘고시낭인’을 양산하는 현재의 사법시험을 그대로 재현할 것이다.



변호사시험을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운영하겠다는 법무부의 구상은 그동안 정부가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며,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라면 합격할 시험이라고 했던, 국민과 로스쿨 재학생과 지망생들에게 밝혔던 입장을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다. 이른바 ‘신뢰보호 원칙’을 정부가 깨뜨리는 것으로 이는 행정소송 및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것이다.


정부가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며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받으면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밝힌 구체적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인 점을 고려하여 현행 사법시험 3차시험과 같은 면접시험은 실시하지 않기로 함”(2008년 10월 법무부 발행 “변호사시험법 제정안 해설자료” 26쪽)


“변호사시험은 선발중심의 사법시험과 달리 순수 자격시험으로서, 로스쿨에서 법률교육을 충실하게 이수한 사람이 법조인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로스쿨 교육과 연계되어합니다. (정부제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은 이를 위하여 제2조에서 ‘변호사시험 시행의 기본원칙’으로 ‘변호사시험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제10조 제1항에서 ‘시험의 합격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여 순수자격시험으로 운영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2008년 11월 17일, 안형준 당시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 검사 발표문 “국제심포지움 – 미국과 일본의 변호사 시험제도와 한국의 과제” 자료집 148쪽)


“로스쿨에서 충실히 교육받았다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나라, 고시 낭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필요없는 사회, 선진법률문화를 이끌어 나갈 미래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교육, 바로 로스쿨에서 시작합니다”(2009년 3월 법무부 발행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선진 법률문화를 향한 도약입니다” 5쪽 ‘로스쿨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변호사시험은 종래의 사법시험과 달리 소정의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2009년 3월 법무부 발행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선진 법률문화를 향한 도약입니다” 10쪽) 



그런데 이런 정부의 기존 입장을 어떤 합리적 설명도 대책도 없이 뒤집어 버리려고 한다. 정부의 발표와 설명을 믿고 있던 이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법무부장관, 차관, 법무실장, 법조인력정책과장 등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부 공무원들 모두 검사, 즉 법률가들이다. 그들은 이런 손바닥뒤집기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보호 원칙’을 훼손한 것이며, 이는 곧 정부 정책을 믿고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과 로스쿨 설립을 위해 막대한 재원을 투자한 대학당국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치는 것임을 잘 알 것이다.


신뢰보호 원칙을 깨고 선량한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정부는 당연히 민사,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 정부가 정원제 선발시험으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한 결과, 로스쿨에서 충실히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마저 법무부가 정한 정원 숫자의 문턱에 걸려 변호사시험에 떨어질 경우, 참여연대도 정부를 상대로 한 집단공익소송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개별 로스쿨 졸업생들과 로스쿨의 문제인 동시에, 더 이상 유지해서는 안 될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를 로스쿨 교육 – 변호사자격시험 체제로 개혁하여 다양한 법률서비스를 접하려고 했던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법률시장 개방 등 하루가 다르게 법률서비스 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미국 등 외국 법률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할 마당에 몇 가지 변호사시험 과목에 목매달아 공부하게 방식을 고수하는 법무부야말로 국가경쟁력 성장을 방해하는 세력이다.

12월 7일 법무부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해 어떤 구상을 관철시키려는지 모두가 주목할 것이다. 법무부가 국민의 이익과 로스쿨제도 도입 취지를 저버리고 기존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시험방식을 고수하는 구상은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성명원문

JWe20101202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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