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0-12-06   3253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운영하지 마십시오”



참여연대는 12월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선수 변호사(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사개추위 당시 법무부장관, 현 국회의원)과 함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방법 확정 관련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성명문 전문입니다.


 


“변호사시험을 사법시험처럼 정원제 선발시험 형태로 운영하지 마십시오”



 


1.
내일(12월 7일)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로스쿨 졸업생들이 응시할 변호사시험을 사실상 정원제 선발시험처럼 운영하겠다고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수년 동안 정원제 선발시험인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을 통한 법률가 양성배출 시스템의 폐해를 극복하고 로스쿨-변호사시험 체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던 아래 서명단체 및 서명자 일동은 법무부의 행보를 매우 우려하면서, 법무부가 여러 기회를 통해 약속했던 대로 변호사시험을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자격시험으로 운영할 것을 촉구합니다.



2.
법무부가 명시적으로 안을 공개한 바는 없지만, 지난 10월 29일에 열린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소위원회에 법무부가 제출한 회의자료 등을 통해보았을 때,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을 합격자 수를 사전에 정해둔 정원제 시험으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합격자 숫자가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주장하는 1,000명이 될지 그보다는 좀 늘어난 1,400명 또는 1,600명이 될지는 유동적이지만, 일정한 등수에 들지 못하면 불합격되는 현행 사법시험과 같은 정원제 선발시험을 구상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3.
이는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던 사법개혁위원회(2004년)의 최종 건의 내용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변호사시험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법무부가 2008년과 2009년에 변호사시험법에 대해 설명 또는 홍보하기 위해 제작 발표한 간행물에서 밝힌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입니다.


2004년 12월 사법개혁위원회는 로스쿨 제도 도입을 건의하면서 로스쿨과 함께 도입될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현행 사법시험을 자격시험인 변호사시험으로 전환하여, 법학전문대학원 수료자에게만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응시횟수도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는 것이 사개위 건의문에 실린 내용입니다.


법무부 또한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이라고 밝혀왔습니다.
 
2008년 10월 변호사시험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법무부는 「‘변호사시험법 제정안’ 설명자료」라는 자료집을 배포했습니다. 이 자료집의 26쪽에서 법무부는 “변호사시험이 자격시험인 점을 고려하여 현행 사법시험 3차 시험과 같은 면접시험은 실시하지 않기로 함”이라고 하였습니다. 자격시험임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2008년 11월 참여연대와 국회의원 우윤근, 법사회이론학회, 건국대 법학연구소가 공동주최한 “국제심포지움 – 미국과 일본의 변호사시험 제도와 한국의 과제”에 토론자로 초청된 법무부 법조인력정책과의 담당검사(당시 안형준)는, “변호사시험은 선발중심의 사법시험과 달리 순수 자격시험”이며, 정부제출 변호사시험법은 변호사시험을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토론문에서 밝혔습니다.


따라서 법무부는 충실한 교육을 거친 이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부여한다는 로스쿨 체제의 취지에 따라 변호사시험을 정원제 선발시험이 아닌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해야만 합니다.



4.
또한 우리는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은 이제 막 변호사로 활동할 사람이 기본적인 자질과 소양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어야지 고난도의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어서도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힙니다.
 
로스쿨에서 다양한 법학교육과 법률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능력을 익혔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면 족합니다. 이것은 로스쿨 교육과 연계된 시험이어야 하며, 로스쿨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이면 무난히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을 뜻합니다. 이 또한 변호사시험법에 규정된 내용이며 법무부가 여러 차례 약속한 내용입니다.


사개위는 “변호사시험은 법률가로서의 기본소양 및 자질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한 경우 비교적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건의문에 명시했습니다.


변호사시험법 제2조 제1항은 “시험의 합격은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취지를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취지에 대해 법무부는 2008년 10월 발행한 「‘변호사시험법 제정안’ 설명자료」 36쪽에서 “구체적인 시험 합격기준을 법에 규정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서, 법학전문대학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동 대학원에서 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들이 상당수 합격될 수 있도록 합격자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음”이라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2009년 3월 발행한 ‘로스쿨과 변호사시험, 선진법률문화를 향한 도약입니다’라는 제목의 홍보책자 5쪽에서 “로스쿨에서 충실히 교육받았다면 누구나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나라, 고시낭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라고 했으며, 10쪽에서 “변호사시험은 종래의 사법시험과 달리 소정의 로스쿨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사람은 무난히 합격할 수 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 약속대로 변호사시험을 운영하면 됩니다. 이를 번복하고 로스쿨에서 충실히 학업을 닦은 이들도 대거 탈락하거나 시험 준비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정원제 선발시험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5.
더욱 우려되는 것은 법무부가 마치 1,000명의 합격자 정원을 주장하는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주장보다는 정원을 좀 더 늘려서 결정하고는 개혁을 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1,000명이든 그보다 좀 더 늘어난 숫자든, 정원제 선발시험이라는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로스쿨생들은 법무부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가 정해둔 정원 안에 들기 위해 변호사시험 과목 공부에만 전념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로스쿨마저 고시학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입니다.


정원제 선발시험이 될 경우 발생할 폐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합격률 경쟁으로 인해 학생뿐만 아니라 각 로스쿨들도 지금의 고시반 운영처럼 변호사시험반을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고시낭인’처럼 ‘변호사시험 낭인’도 속출할 것이며, 시험공부 하기에 서울과 수도권지역보다 아무래도 여건이 열악한 지방 로스쿨은 더욱 황폐해질 것입니다. 특별입학전형과 장학제도를 통해 로스쿨에 입학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도 정원제 선발시험에서는 경제력 있는 학생이 비해 불리한 처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6.
이 모든 것은 결국 로스쿨 체제 도입의 취지를 저버리는 것으로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이라는 시대적 효용을 다한 법률가양성배출 시스템의 폐해를 그대로 이어가자는 것뿐입니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가진 법률가를 통해 다양한 유형과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국민의 기대도 충족시킬 수 없습니다. 로스쿨을 통해 국제경쟁력 있는 법률가를 양성하지도 못합니다. 변호사시험 과목에만 집중한 그런 변호사들밖에 양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7.
법무부와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로스쿨 도입 취지를 저버려서는 안 됩니다. 법무부는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을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변호사시험을 정해진 합격자 수에 맞추어 운영하지 말아야 합니다.


변호사시험을 로스쿨에서 충실한 교육을 받은 이라면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의 난이도를 갖춘 순수 자격시험으로 운영할 것을 재차 촉구합니다.



2010년 12월 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김선수 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장(변호사)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현 국회의원, 사개추위 당시 법무부장관)
 



JWe201012060f.hwp
성명서 원문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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