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04/14 국민참여재판 방청기②] ‘법’과 함께한 산뜻한 나들이!
* [2011/04/14 국민참여재판 방청기③] 이제 사법의 영역도 국민의 품으로
학자들은 국민참여재판이 동료 시민에 의한 판결을 중심으로 한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재판이라고 했다. 또 국민참여재판이 갖는 시민에 대한 법률교육 효과도 주장했다. 이에 따라 나는 새로운 재판 형식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가지고 참관을 시작했다.
재판의 과정은 예상한 바와 같이 배심원 위주로 돌아갔다. 검사와 변호인 모두 배심원 앞에 서서 진술을 하고 재판장이 부연설명을 덧붙이는 모습에서 고압적인 자세는 찾을 수 없었다. 배심원 앞쪽에 위치한 스크린에 모든 소송자료가 현출되었고 방청객들도 대형 TV를 통해 그것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참관인에 불과한 나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계속된 증거조사와 피고인 신문을 지켜보면서 나는 피고인의 심신이 정말 미약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기는 했으나 초등학교 때까지 적응도 잘하고 공부도 곧잘 했다는 증언과 진술서에 또박또박 써내려간 글씨체를 보니 젊은 나이의 피고인이 왜 약 3년 동안이나 노숙 생활을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검사도 최종 의견진술에서 정상인의 수준을 약간 밑도는 정도의 정신분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피고인인 동생의 정신병 증상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신이 잘 돌보지 못해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눈물로써 사죄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증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을 외면하는 피고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증인의 충혈된 눈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가정불화로 인해 사랑과 돌봄이 결여될 수밖에 없었던 유년기와 그들의 팍팍했던 세상살이 이야기에 한숨이 났다. 글로써 명확하게 정의되는 심신미약의 그 실질적 판단과 적용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나의 복잡한 판단에 확신을 주는 순간은 검사의 피고인 신문과정에서 찾아왔다. 검사는 피고인의 비정상적 반응에 대해 끈질기게 질문했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폭력성이 드러났다. 그러나 동시에 피고인의 정신분열 상태가 드러나기도 했다. 나는 그 대목에서 피고인은 단지 폭력적 성향을 가진 사람인 것이 아니라 정신과적 치료가 절실한 상태에 놓여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내 생각과 같았을까. 며칠 후 배심원 평의 결과 3년 6개월의 징역이 선고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검사가 구형한 7년 징역보다는 형량이 많이 줄어 있었다. 나와 같은 시민들의 합리적인 판단이라서 더 신뢰가 가는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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