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8-06-19   1902

[08/06/17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그 때 재판과는 달랐습니다”



이 글은 6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한 뒤의 방청기입니다. 참여연대는 ‘참여연대와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행사에 참여한 시민 8명과 함께 이 재판을 방청했으며, 함께 방청한 이들의 방청기를 연재합니다.
참여연대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제도운영상의 개선점을 찾기위해  ‘참여연대와 함께 방청하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박중욱(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연구조교) 



오늘(2008년 6월 17일 화요일) 드디어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고 왔습니다. 언제 기회가 있을 때 꼭 가야지 하면서도 막상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거기에는 형사법 전공자이면서도 게으른 저의 나태함이 한 몫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지난 목요일에 학교에서 반가운 공지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에서 국민참여재판 방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함께 방청할 공판은 6월 17일 화요일에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처음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이라는 것입니다.
거리도 가깝고 좋은 기회다 싶어 얼른 박근용 사법감시팀장님께 연락하여 신청하였고, 오늘 여러 사람들과 함께 방청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좋은 기회를 주신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6월 17일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오늘 공판의 하이라이트, 증인신문”


  먼저, 오늘 있었던 공판의 사실관계와 공판과정을 시간적으로 열거해 보겠습니다.
  사실관계는 간단하며 다음과 같습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다수의 폭행전과(2006년 마지막 형집행 완료)가 있는 피고인(김OO, 50세, 남)이 평소에 친분관계가 있는 피해자(오OO, 59세, 여)의 뒷머리를 살인의 고의를 가지고 망치로 두 번 내리쳤으나 피해자는 부부관계(사실혼)인 임OO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1주일 후에 경찰에 체포되었고 자신의 범행을 모두 자백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을 살인미수 및 누범으로 공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피고인과 변호인은 살인미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양형참작 사유를 중점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그 양형참작사유는 미수이며, 우발범죄이고,  범행 후 많이 뉘우치고 있다는 것과 무엇보다 범행 당시 심신미약이었다는 것입니다.


  오늘 공판은 11시 30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으며(그 앞 오전시간은 비공개로 배심원선정을 하였음), 재판장이 먼저 배심원들(총 6명-남자 1명ㆍ여자 5명, 6명 중 1명은 예비배심원)에게 국민참여재판과 형사재판에 대한 일반적인 설시 및 오늘의 공판일정을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재판장은 그 후 피고인에게 미란다 원칙을 공지한 후 인정신문을 하였습니다. 이어서 검사의 모두진술(파워포인트를 이용), 증거조사(증인신문, 조서 열람 등), 최후진술, 평의, 판결의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검사의 모두진술과 증거조사 사이에 점심식사를 하였으며, 배심원이 평의를 하는 중에 저녁식사를 하였습니다. 저녁 8시 40분경에 판결이 있었는데 징역 7년이 선고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오늘 공판의 하이라이트는 증인신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형사소송의 전 과정(피의자 체포부터 피고인 판결까지)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 되는 것은 증거이며, 이 증거들을 (형사)공판에 어떻게 직접 현출시키느냐가 소송관계인들의 중요한 절차적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증거능력이 있는 증거로 구성된 사실관계만이 피고인을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 공소사실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오늘 두 증인과 피고인의 증언은 아주 자세하였으며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당해 사실관계를 알 수 있도록 진술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첫 증인으로 나와 거의 1시간 20분 가까이 자세하게 증언을 한 것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피고인 신문시에 피고인이 자신의 주장을 자세하게 진술하였다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피고인에게 5년 전후한 실형이 선고될 것이라고 예상하였으나 생각보다 긴 실형이 선고되어서 놀랐습니다. 전과 12범이라는 사실과 누범가중이 중요한 작용을 한 듯합니다.



오늘 공판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몇 가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① 먼저, 6명의 배심원 구성이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6명의 배심원 중 5명이 여자였으며 4명이 30세 이하의 여성이었다는 점은 가정을 버린 피고인을 좋지 않게 평가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공판에서의 증인의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 중에서 서로 상치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배심원들이 증인의 진술에 더 신빙성을 느끼게 하는 이유였던 것 같습니다. 오전의 배심원선정에서 6명이 기피되었다고 들었는데, 검찰의 기피전략이 있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② 다음으로, 변호인의 전반적인 소송준비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오늘 변호인은 국선변호인으로서 공소제기가 된 후에야 비로소 이 사건을 맡게 되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로 인하여 검사보다 공판준비가 덜 되었다는 인상과 배심원에 대한 설득이 약하다는 약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③ 그리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변호인의 방어방법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증인과 피고인의 진술에 따랐을 경우, 변호인은 피고인이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였다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나합니다. 이는 같이 방청하였던 분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였습니다(물론, 변호인이 우발범죄임을 강조하며 범행 후 많이 뉘우치고 피해자에게 금전적 보상을 하려고 노력하였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주장한 것은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④ 마지막으로, 증인과 피고인의 진술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인 피고인의 내연녀 김OO(42세, 여, 전직 간호사)의 증인신문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바로 이 내연녀와 피고인의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당일 범행의 동기가 이 내연녀 때문이라는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와의 금전관계 때문이라는 피고인의 진술이 가장 정확히 어긋나는 부분이면, 이를 자세하게 확인할 경우 피고인의 양형에 조금은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형사법 전공자로서 느낀 소감”


이밖에 오늘 방청하면서 느낀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법원을 대학교 2학년 때 가본 이후로 10여년 만에 가본 것입니다. 당시에는 아직 공부가 되지 않았고 신기해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기억이 거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재판정의 모습은 좌배석 판사님이 계속 졸고 있었다는 것, 사건의 사실관계가 어떻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그리고 짧은 시간에 여러 피고인이 들어왔다 나갔다는 것 등입니다.


그러나 오늘 공판은 그때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먼저 재판장님의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 검사의 자세한 공소사실 주장, 국선변호인의 (조금 아쉽지만…) 적절한 변론, 각 소송주체들의 좌석배치 등은 눈에 띄는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대다수의 일반 형사재판은 아직 기존과 유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점차 바뀌리라 생각됩니다.


형사법 전공자로서 느낀 점에 대해서도 몇 가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저는 형사사법제도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작년에 대폭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제정된 국민의 형사재판참여에 관한 법률에 관심이 많습니다. 위법들이 시행된 후에 그간 언론에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는 사건도 국민참여재판이었고 오늘 방청의 주목적도 국민참여재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대폭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얼마나 실무에 제대로 정착하고 있는가도 주요한 관심사항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최근 실무를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형사소송법은 대폭 개정되었지만 실제 실무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국민참여재판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1~2년 후에는 정말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재도가 지난 5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18건 정도 밖에 실시되지 않았더라도, 이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다수의 나머지 일반 형사사건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은 매우 크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이 얼마나 잘 운영되는가는 우리나라 형사재판제도의 수준을 평가하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입법ㆍ사법ㆍ행정분야 중에서 이제까지 국민의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분야가 사법분야인 점을 감안하면,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대한민국 사법의 민주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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