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7-04-19   2687

형사소송법 개정안 수정의결은 개악이다

법사위 일부 검찰출신의원, 법조이기주의에서 한 발도 못나가

수정안 철회하고 원안 취지에 맞게 재논의하라

지난 16일,17일 열린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공판중심주의의 핵심이 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조항들이 대폭 수정되어 의결되었다. 공판정에서 피고인ㆍ참고인이 부인하더라도 영상물의 경우 증거능력 인정, 재정신청 대상 중 고발사건 제한, 조건부 석방제도의 조건 대폭 삭제 등 많은 부분 수정 의결함으로써 애초에 사법개혁위원회가 건의한 법안 취지에 역행하여 통과되었다. 이 같은 법안심사소위의 개악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개악된 부분을 철회하고 전면 재논의 할 것을 요구한다.

애초 상정된 정부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지난 2004년 말 사법개혁위원회의 최종 건의에 따라 형사절차에 있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국가의 형벌권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피의자가 부인하는 경우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고, 국선변호인제도 확대, 재정신청 확대 적용, 구속영장 심사단계에서 조건부로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공판중심주의의 기본원칙과 인권보장의 이념에 합당한 법안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법안심사소위의 수정의결안은 원안을 난도질하다 못해 원래의 취지는 찾아볼 수조차 없도록 만들어 버렸다.

첫째,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막기 위한 재정신청의 확대방안의 경우 고발사건의 적용가능성을 대폭 축소했다. 애초 모든 고소ㆍ고발 사건에 대한 불기소처분이 대상이었으나 고소사건으로 한정하고, 고발의 경우에는 형법 제123조 내지 제125조의 죄(공무원의 직권남용, 독직폭행, 불법체포감금죄) 외에는 재정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불기소 처분된 모든 고소사건에 대해 재정신청이 가능하게 된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던 삼성 X파일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의 대부분이 고발로 시작된 점을 볼 때, 위 세 가지 경우만 제외하고 고발에 대해 재정신청을 금지한다는 것은 정작 공익에 관련되어 법원의 판단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에 대해 검찰이 자의적으로 기소를 하지 않음으로써 그 판단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편법을 마련한 셈이 된다.

둘째, 피고인과 참고인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물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이다. 조사 과정을 녹화하는 것은 수사과정상 가혹행위나 자백 강요 등 강압수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소위의 수정안은 이런 영상물이 그 본연의 목적에 이용되기는커녕 피고인의 권리를 제약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게끔 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이 작성한 조서에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현행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물밀듯하였다. 법안심사소위에서는 개정안의 이 같은 문제를 수정하기는커녕 피고인의 진술로만 진정성립을 인정했던 현행법에 반해 공판정에서 진술을 부인하더라도 영상녹화라는 방법으로도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에 기하여 증거능력이 확보될 수 있도록 개악함으로써 피고인의 권리보호는 물론, 공판중심주의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 이에 피고인과 참고인이 내용을 인정할 경우에만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거나 완전히 삭제할 것을 요구한다.

셋째, 조건부석방제도와 관련하여 소위는 공탁금과 보증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석방 조건을 삭제해버렸다. 개정안의 조건부석방 제도는 보증금 이외에 다양한 석방조건을 명시해 불필요한 인신구속을 줄이고 피의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전향적인 내용이었다. 그러나 소위는 돈 없는 서민이 취할 수 있는 출석보증인, 출석 서약서, 출국 금지조치 등 다른 조건들은 없애버리고 공탁금과 보증금만을 석방조건으로 남겨 석방제도가 가지는 국민의 인신보호라는 취지를 폐기하고 오히려 ‘유전불구속 무전구속’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법사위는 개정안의 석방조건들을 다시 살려놓아야 한다.

법사위는 26일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수정안을 심사한다고 한다. 국민의 사법개혁의 염원을 담아 오랜 기간 다양한 직역이 합의해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든 만큼, 국회는 이를 존중해야 한다. 아무리 국회가 입법권을 가졌다 하더라도 국민의 뜻을 왜곡해서 수정하는 것은 정당한 입법권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 법사위원들은 이렇게 개악되어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공판중심주의라는 사법개혁의 이념조차도 부인하는 규정을 반드시 개선해서 표결해야 할 것이다. 소위의 수정안은 원래의 형소법개정안이 가지고 있던 취지와 동떨어져 거의 다른 법안이나 마찬가지이다. 법사위가 이런 수정안을 그대로 가결한다면 그것은 국민의 인권보다 수사기관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수사를 우선시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밖에 안 된다. 부디 바라건대, 법사위는 편협한 법조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일부 법사위원들의 반개혁적 요구에 부화뇌동하지 말고 무엇이 진정으로 사법개혁을 위하며 공판중심주의의 실천에 도움이 되는 법인지, 그래서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보호하는 국민의 법이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성실하게 판단하기 바란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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