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법 정의는 어디에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법 정의는 어디에

범죄사실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 기각은 재벌봐주기식 결정
유독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사법부, 정의 바로세우기 역행

어제(1/19) 법원(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이 뇌물, 횡령, 위증의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한국사회 최정점에 삼성이 있고 유독 법원이 삼성 앞에 작아지는 한국사회의 적폐가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최순실의 헌정질서 유린과 국정농단으로 탄핵소추안까지 통과되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기에 법원이 법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설득력과 공감을 얻기 힘든 영장기각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법원은 뇌물죄의 성립과 관련하여 현 단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을 때 구속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세습을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찬성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이 과정에 삼성과 박근혜 정권의 유착관계는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의 구속에서 이미 상당 부분 혐의가 입증되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삼성의 후계 승계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는 취지의 ‘대통령 말씀자료’, 태블릿 보도 뒤 최순실 측에 추가입금 시도 정황 등 삼성이 강요로 인한 ‘피해자’가 아니라는 정황 또한 충분하다. 또한 이재용 부회장이 상황이 바뀜에 따라 말을 바꾸었고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물론 범죄혐의의 상당성은 법관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도 있다. 차고 넘치는 범죄의 중대성, 증거인멸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부정청탁과 대가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기각한다는 법원의 판단은 상식과 일반적 법감정에 전혀 부합하지 않으며,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이다. 덧붙여 최순실이 특검 조사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고, 대통령 조사 또한 그 특수성이 명백한데 뇌물수수자 미조사를 영장 기각 사유로 든 것 또한 납득하기 어렵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하여 삼성이 권력과 부정하게 결탁하고 뇌물을 공여한 것 등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어제의 영장기각 결정은 부정의한 경제 권력에 대해 엄중한 사법적 판단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특히나 이재용 부회장의 ‘생활환경’이 구속영장 기각 사유 중 하나였던 것이 드러남으로써 과연 삼성 부회장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었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을 것인가 하는 허탈감까지 주었다. 유독 삼성 앞에서 작아지는 사법부는 2009년, 삼성경영권 무세 세습 면죄부 판결을 내리는 등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 경영권을 세습하는데 일조해왔다. 불구속 수사와 재판의 원칙은 일관성 있게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처럼 사법 정의의 원칙이 형평성 있게 적용되었는가는 법원이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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