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묵살’, 검찰 해명 어불성설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묵살’, 검찰 해명 어불성설

법무부는 즉각 감찰 실시해 진상조사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검찰권 오남용 ‘정치검찰’ 적폐청산 시급

 

어제(7월 19일) 검찰은 2012년 6월 디도스 특검으로부터 이첩받은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715건을 2014년 5월 청와대에 넘긴 사실을 인정하고 반납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도스 특검팀이 해당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이첩한 문건들에 대해 “디도스 사건 재판과 관련이 없다는 판단” 때문에 반납했다는 검찰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다. 또한 “국정원 적폐청산TFT에서 조사를 통해 문건 내용을 전달해오면 수사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검찰의 대응 또한 안이하기 짝이 없다. 법무부는 즉각 이번 사건에 대해 감찰을 실시해 반납 경위뿐 아니라 일련의 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6월 디도스 특검팀으로부터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드러내는 국정원 문건 715건을 이첩받았고, 2012년 12월  해당 문건들을 유출한 김 모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그리고 2014년 5월 청와대에 해당 문건들을 넘겼다. 이에 대해 검찰은 “디도스 사건 재판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여 청와대에 이첩했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당시 디도스 특검(특별검사 박태석)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오전,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에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가에 대한 의혹 조사를 위임받았다. 다만 특검은 디도스 사건을 수사하던 중 확보한 국정원의 정치개입 관련 문건은, 특검의 수사 범위를 넘어선 것이어서 검찰에 이첩한 것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건을 전달받은 검찰은 디도스 사건과 무관하다며 청와대에 반납할 것이 아니라 국정원의 불법행위를 수사했어야 했다. 따라서 디도스 사건과 무관해서 돌려주었다는 검찰의 설명은 아무 것도 해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우상호, 좌익 진영의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 보고서,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처벌로 선거질서 확립> 보고서 등 국정원 문건 715건 중 세계일보가 공개한 문건들만 보더라도 국정원의 불법적인 정치개입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기에 무리가 없었지만 이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김 전 행정관이 근무한 6개월여간, 700여건의 문건을 국정원이 생산해 정무수석에게 보고했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러한 정보가 전달됐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과 국정원의 조직적인 불법행위 의혹을 조사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김 전 행정관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만, 그마저도 약식기소했다. 마치 정윤회 등 비서실세 의혹 사건을 접하고서도 본질은 수사하지 않고 문건유출 여부만 수사했던 모습과 흡사하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가 해당 문건들을 보유하고 있었을 당시, 2013년 4월부터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이 국정원의 정치 및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했고, 그 해 말까지 국정원의 비협조로 힘들게 수사를 이끌어가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문건들을 특별수사팀에게 넘기지 않은 이유, 그리고 청와대에 2014년 5월에야 반납한 이유에 대해서 반드시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오는 24일, 국정원의 정치공작 혐의를 받고 있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2012년 국정원 정치개입 정황에도 불구하고 수사에 나서지 않은 검사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한다해도 공소시효가 한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국정원 조사결과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국정원 정치 개입 문건을 검찰이 묵살한 사건에 대해 즉각 감찰해야 한다. 이번 검찰의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묵살 사건’은 검찰이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해온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 이런 식의 제2의, 제3의 수사가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이번 ‘국정원 정치개입 문건 묵살 사건’을 포함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민이 위임한 검찰권을 오남용한 ‘정치검찰’에 대한 조속한 진상조사와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