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7-09-11   1854

[17회 판결비평-판결읽기2] 엇갈린 법원 판결이 남긴 교훈

입법적 미비를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해당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 법해석

무분별한 파견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법)에서는 A사에 파견되어 A사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 ‘파견근로자’는 근무기간이 2년이 지나면 A사의 정식 근로자가 된다고 정해두었다. 또 자동차 생산과 같은 업무/업종은 파견근로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에서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2년 이상 일해 온 노동자들이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생산 업무에서 사실상 파견근로를 해왔는지, 만약 사실상 파견근로자처럼 일해 왔다면 근무기간이 2년이 지난 지금은 파견법대로 현대차의 정식근로자로 고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1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파견이 금지된 영역이지만 현대차 임직원으로부터 직접 작업지시를 받는 사실상 ‘파견근로자’였고,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생산 업무였지만 2년 이상 실제 ‘파견근로’를 해온 만큼 파견법의 취지대로 현대자동차의 정식근로자가 되었다고 판결하였다(사건번호 2005가합114124).

반면 7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2년 이상 파견형태로 일했다 할지라도, ‘파견법’에서 파견근로를 시킬 수 없는 업무/업종에서 일을 한만큼 이들을 현대차의 정식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사건번호 2006구합28055).

파견이 금지된 업무/업종임에도 사실상 파견근로자처럼 직접 일을 시켜왔을 경우, ‘2년이상 파견근로의 경우 정식근로자로 인정한다’는 파견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 정의에 가까운 것인가? 이 판결에 대한 비평글을 강동우(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박수근(한양대 법대 교수)로부터 받았다(편집자 주).

새로운 비정규직 문제- ‘준규직’ 형태의 확산

노동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율, 그들의 고용불안과 차별적 근로조건의 문제는 노동현장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의 양극화의 주된 원인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정부가 이들의 차별금지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비정규직보호법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지만, 이 법률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사용자측의 탈법행위가 더욱 성행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측은 새로운 형태의 인사직급제도를 만들어 비정규직들에게 적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외형상으로는 정규직이면서 내용적으로는 그것이 아닌 이른바 ‘준규직’인 형태의 확산은, 종래의 비정규직의 문제가 새로운 유형으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의 판결을 살펴보기 앞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이러한 현실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근로자파견제도를 도입하고 주로 직업소개를 규율하던 직업안정법을 개정하면서, 불법파견근로의 법적용에 관해 입법상 큰 미비점을 남겨두었다. 둘째,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은 제기된 개별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이러한 입법상의 미비를 해석으로 그 문제점을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법해석에 치우친 결론을 내려왔다. 이로 인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문제는 입법과 법해석에서 방치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에 대한 법원의 판결 경향

파견법의 제정 이전에도 외형상 도급계약이지만 그 실질적 내용은 불법 또는 위장도급(특히, 사내하도급)으로 파악될 수 있는 근로자공급계약이 성행하였다. 파견법의 제정이후에는 사용사업주의 책임까지 회피하려는 목적, 또는 파견이 허용되지 아니하는 업무 등에서 근로자공급계약은 더욱 증가하였다. 어떻게 보면 근로자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하청업자(특히, 사내하청업자)에게 고용된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등은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파견근로자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해당 근로자들은 원청회사를 상대로 하여, 묵시적 근로계약의 성립 또는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규정)을 적용하여, 부당해고 또는 해고무효확인 등을 법원 또는 노동위원회에 청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청구에 대한 결과는 대부분 근로자들이 패소하였다. 그러자, 위장도급 또는 사내하도급의 형태로 근로자공급을 이용하는 원청회사는, 노동법상의 각종 사용자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필요한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입법적 미비를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해당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 법해석

파견법상의 제도미비와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에 관한 법원의 엄격한 해석 때문에, 원청회사와 사내하청업자 및 그 근로자들 사이의 분쟁에는, 도급인가 파견인가, 묵시적 근로계약이 성립하는가, 불법파견의 경우 파견법 제6조제3항이 적용되는가에 관해서 해석상 다툼이 발생한다.

첫째, 불법파견의 경우 직접고용에 관한 파견법이 적용되는지가 입법취지상 불분명하고, 사내하청업자와 그 근로자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을 무효로 하고 원청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와 법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다.

이런 입장에서는, 원청회사와 사내하청업자에게 고용된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된다고 볼 수 없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계약관계의 존재를 주장하는 근로자들의 청구는 이유 없게 된다.

둘째, 원청회사와 사내하청업자 사이의 도급계약은 노동력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직업소개에 거의 유사하므로, 원청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폭넓게 인정해야 하고, 또한 이러한 도급계약은 불법파견계약이고 파견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입장을 취할 경우, 원청회사와 사내하청업자 및 그 근로자 사이에 발생하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원청회사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관계가 성립 및 존재할 수도 있다. 다만, 그 이유가 묵시적 근로계약의 성립인지 아니면 파견법상의 직접고용간주로 인한 것인지만 다를 뿐이다.

한편, 법조항을 해석하여 다양하게 발생하는 분쟁사실에 적용해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이다. 따라서 원청회사와 하청업자 및 그 근로자들의 문제를, 도급과 파견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의 성립, 그리고 파견법 제6조 제3항의 적용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도급이 아닌 파견으로, 묵시적 근로계약의 성립 여부에는 실질적인 판단표지에 의해서, 불법파견의 경우 파견법 제6조제3항을 적용하여, 입법적 미비를 적극적으로 보완하고 해당 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타당한 법해석이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실제 사례

위와 같은 법해석상의 쟁점이 대표적으로 문제된 사례가 H자동차의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에 관한 사건이다. 울산공장의 특정 사내하청업자에 고용된 근로자들 중 일부는 무단결근, 작업장소 무단이탈 등을 이유로 해고되자, 원청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구제신청을 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다. 이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여기서도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행정법원은, 원청회사와 하청업자에 소속된 근로자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위법파견이지만 파견법 제6조 제3항은 적법한 파견에만 적용된다는 취지에서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원청회사의 울산공장과 아산공장 등은 하청업자(사내협력업체)에게 고용된 근로자들을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원청회사와 하청업자 사이에 체결된 계약 내용, 원청회사가 자신의 자동차생산에 필요한 부서에 하청업자에게 고용된 근로자를 투입하고 이들을 이용하는 형태는 아주 유사하다. 이러한 점을 전제로 할 때, 울산공장사건에 관한 비평은, 아산공장사건의 판례와 비교, 울산공장사건 자체의 사실관계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가능한다.

우선, 아산공장사건의 제1심 판결에서 판단한 바와 같이, 도급이 아닌 파견 또한 불법파견의 경우 파견법제6조 제3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타당하다. 따라서 유사한 사실관계인 울산공장사건에서 이와는 다른 법해석을 한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리고 법원판결에 따르면, 울산공장과 사내하청업자 및 그의 근로자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원청회사가 사내하청업자에게 사무실 및 작업 도구 그리고 작업복 등을 제공하였다. 또한, 사내하청업자에게 고용된 근로자들은 울산공장의 정규직 근로자들과 혼재하여 배치되고, 이들에게 적용되는 근로시간 또는 휴게시간 등은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하다. 그리고 정규직 근로자들에 결원이 생기는 경우 사내하청업자의 근로자로 하여금 대체근무하게 한다. 또한 원청회사는 사내협력업체 관리표준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어, 사내하청회사를 관리,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전제로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판결은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사내하청업자는 외형상 독립된 사업자로 보이지만, 사용자의 본질인 자신의 사업과 근로자를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배치하는 등을 인정할 수 없다.

둘째, 하청업자에 고용된 근로자는 노동력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원청회사 또는 그의 노무관리자로부터 근로제공의 형태와 내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지시받고 구속되었다.

셋째, 원청회사와 하청업자의 법률관계는 도급계약이 아니라 직업소개 또는 근로자파견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파견계약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직업소개라는 면을 강조하면 원청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할 수도 있다. 또한 불법파견의 경우는 전술한 바와 같이 파견법 제6조 제3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한다면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직접고용이 간주되어야 한다.

한편, 법원도 나름대로 법해석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에 너무 엄격하고, 비록 적용여부에 논란이 있지만 직접고용간주에 관한 파견법의 규정을 너무나 형식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판결로 인해 원청회사들은 위장도급(사내하청)과 불법파견을 더욱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다.

향후 분쟁의 모습

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조항은 파견근로자들뿐 아니라 위장도급 또는 사내하청업자에게 고용된 근로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유력한 법적 근거였다. 그래서 H자동차 울산공장과 아산공장의 하청근로자들은 묵시적 근로계약의 성립 또는 파견법상 직접고용을 근거로 소송 등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파견법은 차별적 처우의 금지제도의 도입과 함께 직접고용간주를 사용사업주의 직접고용의무로 변경하였다. 따라서 ‘직접고용의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따라 직접고용에 대한 해석 법리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사내하청업자의 근로자들이 원청회사에 어떤 법적 지위와 내용으로 청구할 것인지 등이 문제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대한 법리와 해석에 따라서는 사내하청근로자들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근로조건이 어느 정도 해결되거나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칼럼 더 보기

[판결읽기1] 법원이 불법 조장하다( 강동우 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Tips. 알아봅시다

○파견근로란?

파견업체가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고용한 근로자를 사용업체에 일정기간 파견하여 사용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파견기업과 근로계약을 하지만 실제 근무는 파견기업과 계약한 사용기업에서 사용기업의 지휘명령을 받는 것이지요.근로자파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파견근로자의 노동법적 지위의 불안정성입니다. 즉, 근로자파견에는 파견업체와 파견근로자간의 근로관계에 제3자인 사용사업자가 참가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근로자의 소속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근로자파견에 수반되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근로자파견을 합법화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이를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파견법이란?

근로자파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할 수 있는 업종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또 파견기간에도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법의 제6조(파견기간)3항에 의하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파견근로가 금지된 업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파견법에는, 파견근로의 대상 업무를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와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등은 절대로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답니다.

박수근(한양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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