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7-09-11   2297

[17회 판결비평-판결읽기1] 사법부가 불법 조장하다

불법파견 근로자는 파견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무분별한 파견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법)에서는 A사에 파견되어 A사로부터 직접 업무 지시를 받는 ‘파견근로자’는 근무기간이 2년이 지나면 A사의 정식 근로자가 된다고 정해두었다. 또 자동차 생산과 같은 업무/업종은 파견근로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킬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과 울산공장에서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2년 이상 일해 온 노동자들이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생산 업무에서 사실상 파견근로를 해왔는지, 만약 사실상 파견근로자처럼 일해 왔다면 근무기간이 2년이 지난 지금은 파견법대로 현대차의 정식근로자로 고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지난 6월 1일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파견이 금지된 영역이지만 현대차 임직원으로부터 직접 작업지시를 받는 사실상 ‘파견근로자’였고, 파견이 금지된 자동차 생산 업무였지만 2년 이상 실제 ‘파견근로’를 해온 만큼 파견법의 취지대로 현대자동차의 정식근로자가 되었다고 판결하였다(사건번호 2005가합114124).

반면 7월 10일 서울행정법원은 현대차 울산공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2년 이상 파견형태로 일했다 할지라도, ‘파견법’에서 파견근로를 시킬 수 없는 업무/업종에서 일을 한만큼 이들을 현대차의 정식근로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사건번호 2006구합28055).

파견이 금지된 업무/업종임에도 사실상 파견근로자처럼 직접 일을 시켜왔을 경우, ‘2년이상 파견근로의 경우 정식근로자로 인정한다’는 파견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 정의에 가까운 것인가? 이 판결에 대한 비평글을 강동우(금속노조법률원 변호사), 박수근(한양대 법대 교수)로부터 받았다(편집자 주).

위장도급의 실체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실제 사용종속관계와 법적 형식이 괴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근로자는 사용자에게 근로제공의무를 다하고서도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수 없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노동력을 사용하면서도 사용자로서의 의무는 면제된다. 속칭 위장도급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위장도급이란 명칭 그대로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사용종속관계를 사용자와 하청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으로써 위장하는 것이다. 즉 실제로는 사용자가 하청업체 소속의 근로자들을 직접 사용하면서도, 외형적으로는 사용자가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근로자를 하청업체 소속으로 둠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은폐하는 것이다.

이러한 위장도급은 근로자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자주 벌어지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이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근로자보호법’이라고만 한다) 제5조 제1항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근로자파견대상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자동차생산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는 명목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자동차생산업무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위장도급에서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은, 원청사용자(예컨대 현대자동차를 말한다)가 하청근로자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하청근로자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하청업체가 맡겨져 있는 것이 아니라, 원청사용자가 직접 하청근로자를 사용하기 때문에 ‘도급’이 아니라 ‘위장도급’인 것이다. 다시 말해 위장도급에서 하청근로자는 원청사용자 소속의 근로자이거나 적어도 원청사용자에게 파견된 파견근로자일 뿐이다. 이 때 원청사용자 소속의 근로자인지 아니면 파견근로자인지를 나누는 기준은 하청업체가 적어도 파견사업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있는지 여부이다.

하청업체는 허수아비에 불과하여 원청사용자의 노무관리자 역할만 담당하고 있다면 하청근로자는 원청사용자에 소속된 근로자로 보아야 할 것이고, 하청업체가 적어도 파견사업주로서의 실체는 갖추고 있다고 한다면, 하청근로자들은 파견근로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보호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이 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부품 조립하는 근로자의 진짜 사용주는?

이제 문제는 ‘과연 위장도급인가’ 여부이다. 위장도급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원청사용자가 하청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밝혀져야 한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사용’한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일차적인 기준은 하청근로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가이다.

예컨대 하청업체가 자동차부품을 만들어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경우와 하청업체가 현대자동차의 공장 내에서 자동차조립을 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각각의 경우, 하청근로자를 사용하는 자는 누구일까. 아마도 전자의 경우에 현대자동차가 하청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후자의 경우는? 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를 사용하는 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굳이 답할 필요가 없으리라 믿는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울산ㆍ아산ㆍ전주공장의 하청근로자들은 각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생산라인에서 현대자동차가 배표하는 사양식별표ㆍ사양일람표에 따라 차체에 각종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서울행정법원에서도 인정한 사실이다.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하청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총액을 하청업체에 지급하고(이를 임율도급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위 법원에서 인정한 사실이다),

하청업체는 그 돈으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급한다(지급한다기보다는 전달한다는 표현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즉 하청근로자들은 현대자동차에 근로를 제공하고 현재자동차로부터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하청근로자들을 사용하고 있음은 너무나 명백하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하청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하청근로자와 자신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그러한 현대자동차가 하청근로자와의 사용종속관계를 감추기 위해 갖가지 외형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자동차는 하청업체에 자동차조립업무를 지시하지, 하청근로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할 리가 없다. 또한 하청업체로 하여금 임금을 전달케 하지, 자신이 직접 임금을 지급할 리도 없다.

그럼에도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의 실제로 보면 외견상 근로관계가 있는 듯 보이나, 도급계약에 기반한 각종 외형에 비추어 보면 현대자동차는 하청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 나아가 근로자파견조차 될 수 없다고 하였다. 하청근로자들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전혀 중요하게 다루지 않은 것이다. 실제는 외견일 뿐이고, 본질은 외형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정규직과 뒤섞여 컨베이어벨트 옆에 늘어서서 한 대씩 지나가는 차체에 볼트를 조이는 일을 도급준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인가. 나아가 현대자동차의 40,000명 정규직 근로자는 현대자동차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모두 개인사업자가 될 수도 있다고 믿는 것인가…

본질과 외형을 구분 못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현대자동차가 하청근로자들을 사용하고 있음을 전제로 할 때, 하청근로자들은 현대자동차와 묵시적 근로관계에 있거나 적어도 파견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정규직 근로자가 될 것인가, 파견근로자가 될 것인가는 하청업체가 적어도 파견사업주로서의 실체로 가지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앞서 지적하였다. 여기서 하청업체가 일단 최소한의 실체는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하청근로자는 파견근로자일 수밖에 없는데, 이 때 근로자파견은 불법을 면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의 하청근로자들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투입되었기 때문이다.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에 파견되어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 논의의 핵심에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 3항의 적용여부가 놓여 있다.

이에 관해 서울행정법원은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 3항은 적법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불법파견, 즉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업무에 파견된 파견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위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비현실적인 논리인지 살펴보자.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목적

파견근로자보호법의 입법취지는 명확하다.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파견근로자를 보호하는 것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의 목적이다. 그래서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근로자파견을 허용하고, 허용된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도 2년 이상 사용시에는 고용의제(직접적으로 고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고용된 것과 동일하게 보는 것)라는 제한을 받도록 해 놓은 것이다. 즉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 3항은 이미 제한되어 있는 근로자파견을 다시 한 번 제한하는 규정이다.

자, 그렇다면 일차적인 제한을 위반한 근로자파견, 즉 불법파견에는 이차적인 제한, 즉 고용의제를 적용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적법하게 행해지고 있는 경우에도 제한이 가해지는 마당에,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면 더 더욱 강한 제한이 가해져야 한다. 만약 불법적으로 행해지는 근로자파견의 경우에는 고용의제라는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결국 불법파견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나아가 적법한 파견보다 불법파견이 더욱 보호된다는 것이다.

고용의제는 파견근로자에게 부여된 권리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근로자파견이 적법한 경우에만 그러한 권리가 부여된다는 논리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고용의제는 근로자파견에 대한 제한이지 파견근로자가 행사하여야 하는 권리가 아니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파견근로자의 권리발생이 사용자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는 것이다.

고용의제가 파견근로자의 권리라고 할 경우, 그 권리발생의 전제조건인 파견의 적법여부는 전적으로 사용자에 의해 좌우된다. 불법파견의 주체는 사용자이지, 파견근로자가 아니다. 파견근로자가 파견근로자보호법을 위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파견이 적법한 경우에만 고용의제라는 권리가 인정된다는 논리는, 사용자가 법을 어기면 근로자의 권리는 부정된다는 것이다. 즉 사용자는 고용의제라는 부담을 면하고 싶으면 법을 어기면 된다는 것,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적법한 파견보다 불법파견이 더욱 보호되어서야

불법파견의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보호법 제6조 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불법파견이 더욱 확대되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고용의제라는 부담에서 벗어나 마음껏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사처벌이라는 위험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닌 듯 하다. 실제로 검찰은 현대자동차나 그 하청업체들의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실질적인 도급이라는 이유로 모두 무혐의처분 하였다.

설사 현대자동차나 그 하청업체의 사업주들이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죄로 기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실형이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벌금형이 선고된다고 해도 사용자들은 세금낸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파견에 대한 제재는 실효성 없는 형사처벌이 전부인 것이다. 이제 모든 제조업 사업장에서 모든 근로자들을 비정규직 근로자들로 만들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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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읽기2]엇갈린 법원 판결이 남긴 교훈

Tips. 알아봅시다

○파견근로란?

파견업체가 고용계약을 체결하여 고용한 근로자를 사용업체에 일정기간 파견하여 사용업체의 지휘·명령을 받아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파견기업과 근로계약을 하지만 실제 근무는 파견기업과 계약한 사용기업에서 사용기업의 지휘명령을 받는 것이지요.근로자파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파견근로자의 노동법적 지위의 불안정성입니다. 즉, 근로자파견에는 파견업체와 파견근로자간의 근로관계에 제3자인 사용사업자가 참가함으로써 필연적으로 근로자의 소속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근로자파견에 수반되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근로자파견을 합법화하고 있는 국가에서도 이를 매우 제한된 범위에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파견법이란?

근로자파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파견근로자의 고용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입니다. 파견법은, 근로자파견을 할 수 있는 업종도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또 파견기간에도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이법의 제6조(파견기간)3항에 의하면,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파견근로가 금지된 업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파견법에는, 파견근로의 대상 업무를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경험 또는 업무의 성질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무”로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와 건설공사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업무 등은 절대로 파견근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답니다.

강동우(변호사, 금속노조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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