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02-05-28   1814

“법관조직의 관료화, 곪을대로 곪았다”

법관인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1993년 당시 대구지방법원 소속 판사로 근무하던 신평 판사는 1993년 5월 27일자 주간조선에 “법관조직의 과도한 관료화, 계급화는 만악(萬惡)의 근본”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여 사법부의 관료화와 계급화를 당시 현직 법관들의 예를 들며 통렬히 비판했고…그는 법관재임용에서 법원으로부터 탈락처분을 받게 되었다.

“군사정권시절 이후의 법관인사와 관련한 소장판사들의 주장은 행정부가 아니라 ‘사법부 상층부’에 대한 비판과 법관인사제도에 대한 개선을 담기 시작했다.(임지봉 교수 발제문 중)”

지난 4월 서울지법 문흥수 부장판사는 “법원장의 자의적 평가를 기초로 한 현행 법관인사제도는 사법부의 독립과 민주화를 가로막는 위헌적 제도”라며 대법원장을 상대로 헌법소원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임기제와 직급제로 대표되는 현행 법관인사제도의 문제점과 함께 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 서울대 교수)는 공익법센터와 공동주최로 27일 오후 3시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법관인사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임지봉(건국대 법대, 헌법학)교수가 주제발표를 맡고 김선택(고려대 법대)교수, 김종훈 변호사, 김상준(대법원) 재판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하여 현행 법관인사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등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의 사회를 본 조국 교수는 “법원내부에서 논의가 되고 있지만, 법원 측의 방어적 논의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언론, 시민단체를 비롯한 국민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 실행에까지 이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했다”며 이날 토론회의 의의를 간추렸다.

임지봉 교수는 발제에 앞서 이날의 문제 제기만으로 사법부가 총체적으로 불합리함을 지적하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밝혔다.

그는 바람직한 법관인사제도를 위한 헌법상의 기준으로써 ‘사법권 독립’과 ‘사법적극주의(주, 발제자는 ‘사법부가 판결을 통해 입법부나 행정부의 의사나 결정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는가’를 기준으로 사법적극주의와 사법소극주의 정의를 내리고 있음)를 통한 권력분립의 적극적 실현’을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인사제도의 개선안 마련에 있어서 재정적, 인적, 물적 조건들을 고려한 현실적 대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 이날 발제를 맡은 임지봉 건국대 교수
임 교수는 조건의 제한여부에 따라 단기적, 장기적 개선안을 각각 주장했다. 단기 개선안으로서 ‘대법원의 법관 승진체계에서의 분리’를 주장하며 “대법원을 법원의 피라미드 조직구조에서 분리함으로써 관료집단화 경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법원장과 법관의 임기와 관련해서도 “임기제를 폐지하고 70세 정도의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 ‘법관 임기제와 재임용제도의 폐지’ 혹은 재임용탈락의 구체적 사유를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대법관 이상의 퇴임 후 변호사개업의 금지’, ‘비슷한 경력의 법관으로 ‘합의부를 구성’, 지방법원의 경우 짧은 경력의 인사를 임용, 고등법원의 경우, 경력이 긴 법조인을 임용하는 ‘판사의 심급별 신규임용과 인사’, 지방법원 배석판사부터 대법원장까지 약 10여 단계에 이르는 ‘직급제’의 폐지와 ‘단순보직제로의 전환’, ‘기수문화의 청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장기적 개선안으로서는 ‘법원과 법관 수의 증원’, ‘법관 임명자격의 격상’, ‘법원예산편성권의 사법부 이관과 법관 보수의 현실화’ 등을 내세웠다.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발제가 끝난 후에는 토론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김선택 교수는 “법관인사제도가 사법부를 폐쇄적, 관료적 집단으로 만들었고 지금의 국민불신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제도개선에 앞서 무엇보다 ‘의식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임 교수의 제도개혁을 위한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는 이미 ‘소리 없는 아우성’이 있다. 한가한 개선의지가 아닌 방안의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며 “시기를 늦추게 되면 사법부가 ‘타율적’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임기제 폐지에 대해서도 “법관인사제도 개혁의 첫 출발인 법조일원화 (법조경력을 지닌 법조인 중에서 판, 검사를 임용하는 것)전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경고’에 대해, 김상준 연구관은 “경청해야 할 지적”이라면서도 법원 내부적으로 인사제도 개편위원회나 현 ‘인사관리실’을 통해 연구하고 있는 노력들을 들어 항변했다. 그는 “판사들 스스로가 현 제도상의 문제를 고치면서 나아가려 하고 있다”며 “국민의 요구, 기대와 반대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들의 승진에 연연해하며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짙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판사들이 외부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재판하고 있다”며 “정작 심리적으로 부담을 안게 되는 경우는 민감한 사안으로 사회적 이목의 집중을 받을 때”라고 말했다. 서열제도의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암암리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거추장스럽지만 현실적으로 질서유지의 한 가지 수단일 수도 있다”고 말해 입장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5년 전 법원을 나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훈 변호사는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재의 방식으로서는 대법원장 자체가 행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태어나는 꼴”이라며 “다수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역시 “인사제도는 법원의 내부, 외부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장단점을 구분하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제도적 개혁을 위한 갖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제를 맡았던, 임 교수는 끝으로 “현 인사제도에 관해 사법부 내부로부터의 허심탄회한 의견개진도 이루어져야”하며 “국민들 사이의 공론화와 국민 여론의 수렴을 통한 개선안이 적극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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