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4-11-01   2049

법원은 세상 모든 것을 선처사유로 만드는 ‘마이다스의 손’

선처사유 및 ‘눈에 띄는 선처사유 유형 3가지’ 사례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 재판에서 법원이 선처사유를 남발하거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1심판결의 선고형량을 2심에서 깍아주는 정도가 심하고, 1심과 2심의 양형사유 제시태도가 180도 바뀌는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불법정치자금 관련 기소된 정치인 23명에 대해 법원이 남발한 선처사유를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1. 법원은 선처사유 제조기? 선처사유 千態萬象

<유형별 선처사유 주요 사례>

가)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직책때문에 한 것이니 선처…

– “거대 야당의 사무총장 및 선거대책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 이대경(재판장), 임은하, 장성훈 : 김영일 1심)

– “당시 당 재정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직책상 선거대책본부장인 김영일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범행에 가담…”(서울고법 형사8부 김치중(재판장), 조휴옥, 황현찬 : 최돈웅 2심)

나) 조직을 위해 나서다 보니 벌인 일이니 선처…

– “불법정치자금을 자신의 개인적 용도나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는 전혀 사용한 바 없이 전부 그대로 한나라당에 전달하여 한나라당이 이를 대선자금 등의 용도로 사용하게 한 것인 점…”(서울고법 형사6부 김용균(재판장), 오준근, 김하늘 : 서정우 2심)

–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정치자금을 수수하거나 유용하지 아니한 점…”(서울고법 형사8부 김치중(재판장), 조휴옥, 황현찬 : 최돈웅 2심)

다) 그동안 국가에 기여한 것이 있다고 하니 선처…

– “국회의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으로서 국가에 헌신해 왔다고 보이는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 김문석(재판장), 박연주, 조기열 : 박상규 1심)

– “수십년간 공직 및 의원직을 성실히 수행하여 온 경력…”(서울고법 형사4부 이호원(재판장), 김용관, 김경호 : 김영일 2심)

라) 친구가 주는 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테니 선처…

– “피고인과 신동인은 약 20년전부터 종친회 등에서 만나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이였던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 : 신상우 1심)

– “정치자금을 제공한 신동인과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최완주(재판장), 김갑석, 박연주 : 신경식 1심)

마) 정치적 신념에 열중한 순수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 선처…

– “한나라당에서 대선자금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듣고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기에 이른 점…”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 : 서정우 1심)

바) 죄는 미워해도 노약자이니 선처…

– “피고인은 56세로서 당뇨, 지방간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황찬현(재판장), 조용기, 성언주 : 송영진 1심)

– “피고인이 만 66세 고령으로 고혈압.당뇨.뇌졸증.위염 등의 지병과 그 합병증으로 건강이 아주 좋지 아니한 점…”(서울고법 형사2부 전수안(재판장), 이범균, 심우용 : 박명환 2심)

사) 받은 돈이 남들보다 적으니 선처…

– “피고인이 받은 정치자금의 액수가 같은 대통령 선거기간중에 저질러진 다른 정치인들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사례에 비추어 그다지 많은 금액은 아닌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 김문석(재판장), 박연주, 조기열 : 박병윤 1심)

아) 몰수추징할 것도 있으니 선처…

– “불법 수수한 정치자금 등을 전액 추징하게 되는 점 등을 참작…”(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 김문석(재판장), 박연주, 조기열 : 박상규 1심)

자) 구속재판받으라 그동안 힘들었을테니 선처…

– “6개월 동안 구금생활을 했고…”(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이현승(재판장), 서보민, 김창권 : 서청원 1심)

차) 돈만 받았지 다른 범행은 없으니 선처…

–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대가로 부정한 행위를 하지는 아니한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 : 이광재 1심)

카) 반성한다고 하니 선처…

– “이 사건 최후진술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 : 서정우 1심)

– “피고인 잘못된 정치관행에 젖어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에 대하여 깊이 뉘우치면서…”(서울중앙지법 25부 이현승(재판장), 서보민, 김창권 : 최돈웅 1심)

타) 가져다 바치는 돈을 받았을 뿐이니 선처…

– “정치자금 지원을 요구하면서 강요나 회유를 사용하지는 아니한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 : 이광재 1심)

– “정치자금을 직접 요구하지는 않은 점…”(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 최완주(재판장), 김갑석, 박연주 : 김종필 1심)

파) 다른 사람들도 선처해주었으니 당신도 선처…

– “다른 불법자금 수수 사건 양형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 이현승(재판장), 서보민, 김창권 : 서청원 1심)

하) 전과 경력이 없으니 선처…

– “벌금형 외에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서울고법 형사1부 이주흥(재판장), 배호근, 임동규 : 여택수 2심)

2. 유형으로 살펴본 선처사유 제시의 문제점

가) ‘용두사미’형 양형사유

– 양형사유를 제시하면서, 범죄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아주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점을 세세히 역설해놓고서는 어느새 선처사유를 열거하며 꼬리를 내리는 유형

서울고법 형사4부 이호원(재판장), 김용관, 김경호(김영일 2심)

원내 제1당이던 한나라당의 사무총장이면서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본부장 겸 회계책임자인 피고인이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 최돈웅, 대통령후보의 법률고문 서정우, 피고인의 지휘 아래에 있던 재정국장 이재현과 공모하여 기업들로부터 무려 700억 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수수하고 허위의 회계보고를 한 이 사건 범행은 그 죄질이 무거워 피고인은 중한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특히, 피고인이 최돈웅 등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에게 대기업에 대하여 정치자금을 요구할 것을 독려한 점, 최돈웅, 서정우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당사 내에 쌓아두고 이를 집행한 점, 대통령선거 후 이재현으로 하여금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된 회계관계서류를 폐기하도록 지시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책임은 매우 무겁다고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이 야당 사무총장 겸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범행을 저지르게 되었는바, 피고인 개인을 위하여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고는…소속 정당의 대선비용…사용하고 남은…채권을…반환한 점, 피고인이….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공직과 의원직을 성실히…기타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이 사건과 같은 불법 정치자금수수 범행의 법정형… 점을 두루 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징역 3년 6월과 1,105,164,238원 추징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1심 징역3년6월→ 2심 징역2년)

서울고법 형사6부 김용균(재판장), 오준근, 김하늘(서정우 2심)

피고인이 그 수수과정에서 기업관계자와 구체적인 방법을 미리 상의하여 결정하고 그로부터 현금을 실은 차량을 건네받아 이를 손수 운전하여 한나라당사에서 이재현에게 인계하는 등으로 가장 주된 역할을 담당한 것인 점, 이러한 불법정치자금의 수수는 정경유착으로 인한 국가적인 폐해로서 민주정치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고 기업의 불투명 경영에 따른 국민경제적 부담을 초래하게 되므로 매우 비난가능성이 높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 대하여는 마땅히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당초 피고인이 자발적인 의사로 나선 게 아니라…개인의 이익을 위하여는 전혀 사용…피고인은 이회창…계속적인 친분관계를 유지…당선을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에서…신망받는 법조인으로서 이 사회에 이바지…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선고하기로 한다.(1심 징역4년 → 2심 징역2년)

나) ‘황당무계’형 양형사유 제시

– 선처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을 선처의 사유로 제시하여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

– 불법대선자금 조달에 나선 이유가 지지하는 후보를 돕기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설득력이 전혀 없는 사유에 해당함

– 또 개인의 정치활동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의 정치활동을 위해서 저지른 ‘멸사봉공’형 범행이라는 점 등을 선처이유로 제시하는 것도 설득력이 없는데, 오히려 정당의 주요 직책을 맡은 이가 자신이 맡은 공적인 업무에서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은 더 엄벌에 처할 이유로 보아야 할 것임

– 선처사유로 채택하는 충분한 설명없이 단순히 ‘남다른 가정환경’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음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김병운(재판장), 이명철, 이진석(서정우 1심)

…한편, 위와 같은 정상에다가, 피고인은…법관으로 근무할 당시 이회창 후보를 만난 것을 계기로 그와 친분관계를 유지하여 오던 중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게 되자 그를 돕게 되었고, 당시 한나라당에서 대선자금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듣고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는 믿음 속에서 기업들로부터 대선자금을 받기에 이른 점…등 여러 정상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서울고법 형사4부 이호원(재판장), 김용관, 김경호(김영일 2심)

피고인이 야당 사무총장 겸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피고인 개인을 위하여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였다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수수한 불법 정치자금도…소속 정당의 대선비용 및 정당운영비용으로 사용…참작하면,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선고한 징역 3년 6월과 1,105,164,238원 추징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 이대경(재판장), 임은하, 장성훈(김영일 1심)

…남다른 가정환경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기로 한다

다) ‘인생역전’형 양형사유 제시

– 1심에서는 엄벌강조, 2심에서는 선처강조로 양형사유가 180도 뒤바뀌기도 함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황찬현(재판장), 조용기, 성언주(박명환 1심 : 징역3년)

피고인은 65세의 고령자로서…3선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금품공여자인 조용이와는…약 45년 된 친구 사이… 실제로 서울지방국세청 담당공무원의 직무에 미친 영향은 거의 없는…수사에 협조적으로 응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도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피고인은 3선 국회의원으로서 국정 전반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청탁을 거절하지 아니한 채 알선 사례금으로 6,000만 원이라는 거액을 수수…실제로…알선행위에 나아감으로써, 직무의 청렴성을 지키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자신의 엄중한 사회적 책임을 망각…부정한 금원의 수수가 적발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그 잘못을 진실로 뉘우치지 아니하고…피고인을 음해하고 피고인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제보에 의한 것이라고 탓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피고일을 징역3년의 실형에 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vs

서울고법 형사2부 전수안(재판장), 이범균, 심우용(박명환 2심 : 징역3년, 집유 4년)

피고인이 국회의원으로서 국정 전반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청탁과 함께 알선 사례금으로 6,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수수한 것으로 그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아니하지만, 피고인이 만 66세 고령…수사에 협조적으로…범죄전력이 없는 초범…3선의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장기기증운동의 디딤돌…장학금을 조성…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봉사…금품공여자인 조용이와는…친분이 두터운 사이…실무자와의 연락을 주선함으로써 조용이로 하여금 실무자에게 서면으로 소명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데 그친 점…피고인이 이 사건 추징과 무관하게 조용이에게 6,000만원을 반환한 점…잘못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등을 비롯한, 형법 제51조에 정한 여러 양형조건에 비추어 보면,…원심판결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인정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 황찬현(재판장), 조용기, 성언주(이상수 1심 : 징역1년)

피고인은 새천년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총무본부장 및 회계책임자로서…최소한의 비용 지출로 선거를 치르려고 노력…과거 민주화운동에 진력한 공로…3선 국회의원으로서…아무런 범죄전력도 없이…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하여 이 사건 정치자금을 수수한 것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불법 정치자금의 수수는 공정한 선거를 방해…기업들에 대하여 막중한 경제적 부담…손실을 고스란히 국민경제의 피해…청산하여야 할 구시대의 악습인 불법 정치자금…적지 아니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피고인을 징역 1년의 실형에 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vs

서울고법 형사3부 신영철(재판장), 김수일, 정창호(이상수 2심 : 징역1년, 집유3년)

…피고인이 기업들이 제공한 26억 원 상당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하고 허위의 회계보고를 한 것은 중한 처벌을 면키 어려운 범행이라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은…대선자금 관리라는 어려운 직책…최대한 법을 지키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노력…3선 국회의원으로…민주화운동에 노력하고 의정활동을 성실히 수행…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정치자금을 수수하거나 유용하지 아니한 점…깊이 반성…등의 제반정상을 참작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형을 선택하되 그 집행을 유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선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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