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언제까지 자신들만의 성(城)에 갇혀 있을 것인가

서열에 따른 관행적 대법관 제청 재고(再考)해야

– 법원내부구성원의 동의조차 구하지 못함으로써 비난 자초한 대법관 제청

1.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제청과정에서 시대적·사회적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법원 내외부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어제 대법원장이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에 추천한 후보자 3명 모두가 기존의 관행적인 서열승진 구조에 의해서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는 사법부의 변화를 기대해온 이들의 기대와 요구를 송두리째 외면한 것이자 법원이 여전히 시대의 흐름과 단절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법조 삼륜의 두 축인 변호사와 검찰을 대표하는 대한변협 회장과 법무부 장관마저 제청과정 및 기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문위원을 사퇴한 것은 이번 대법관 후보자 선정이 법조계의 여론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현직부장판사가 남긴 사퇴의 변은 이번 대법관 후보자 추천이 법원내부의 구성원들로부터도 동의 받지 못한 것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2. 그동안 시민사회를 비롯한 법조계, 학계 등에서는 노무현 정권 들어 첫 대법관 임명을 앞두고 ‘대법관·헌법재판관 시민추천운동’을 펼쳐 일반 시민을 포함한 각계로부터 바람직한 대법관에 대한 의견을 모아왔다.

이에 따라 △법원개혁에 대한 소신 △여성, 노동, 환경 등 사회·경제적 약자의 입장 대변 △행정·입법 기관에 대한 적극적 견제 역할 수행 △법관 이외의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 등을 고루 갖추고 있는 인사가 신임대법관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법원 역시 대법관 제청과정에 법원 내외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시대변화에 따른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법원 내외의 인사들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청과정에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3. 그러나 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진행한 결과, 대법원장에 의해 추천된 후보자들의 면면이 기존의 서열에 따른 관행적 승진구조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자문위원회 회의를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요식적 통과의례로 만들고 말았다.

이같은 자문위원회의 회의내용 및 역할과 관련, 급기야 자문위원회 중 박재승 대한변협회장과 강금실 법무장관이 회의장에서 퇴장하고 곧바로 위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또한 박시환 서울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모습을 드러낸 새 대법관 선임의 내용은 기존 기준과 방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며 “법관으로서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을 짐지는 방법으로 법관직을 내놓고자 한다”고 밝히며 사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법원내외부의 비판과 반발은 당연한 것으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법원장의 몫이다.

4. 대법원의 구성원 모두가 진보·개혁적 인사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추천한 인사들이 후보에 오르지 않은 것을 문제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현재의 구성원의 면면과 그에 따른 판례를 통해 볼 때, 대법원이 지나치게 보수화·남성화 되어있는 것은 자명하며 따라서 사회변화와 시대요구에 따른 열린 대법원, 사회적·경제적 소수자의 의견을 대변하는 등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대법원, 시민의 지지를 토대로 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대법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대법관 선임방식과 인선기준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제청과정은 이러한 기대를 철저히 저버린 것으로 어떠한 변화의 흔적도 엿볼 수 없는 그야말로 구태의 반복에 다름 아니었다.

5. 이번 신임대법관 제청과정에서의 법원내외의 비판과 반발에 대법원이 계속해서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라도 이번 대법관의 제청과정에서의 물의를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장의 신임대법관 제청이 완료되지 않은 이 시점에서 전향적 방향으로의 재고를 요청한다. 또한 시대와 국민의 요구를 반영한 법원 내부의 용기있는 목소리를 기대한다.

사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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