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구성 다양성 후퇴 안된다

비서울대・여성 외에도 가치관・분야의 다양성 확보해야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부 운영방향 판단기준 될 것

 

내달 초면 네 명의 새로운 대법관 제청자가 나올 예정이다. 대법원은 박일환・김능환・전수안・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인선절차에 이미 착수했다.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하면 전체 대법관의 3분의 1이 교체되는 중요한 시점인 셈이다. 법적 판단의 최종 관문이자 국민이 위임한 사법권의 정점에 선 이들이다.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이란,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기득권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과 소수자의 인권까지 보호할 책무를 지닌 사법부가 꼭 지켜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 2003년 사법파동 이후 사법부가 국민에게 약속했던 이 기준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

 

우리 법원은 ‘독재정권의 거수기’ 역할을 했던 오욕의 역사를 안고 있다. 정권의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했던 공안사건의 처리를 도왔고 공권력에 의한 고문과 사건조작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사법부의 독립을 빼앗긴 결과였고 사법부의 구성원인 법관 스스로가 지켜내지 못한 잘못이었다. 그에 반해 판사들이 나서서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을 지키고자 한 ‘사법파동’의 장면도 있었다. 판사들은 정치권력의 사법권 침해에 반발하였으며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2003년 사법파동은 기수와 서열에 따른 대법관 임명제청 관행에 대해 판사들이 나서 개혁을 요구했던 사건이었다. 이러한 판사들의 요구는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의 대법관 구성 다양화로 수렴되어, 첫 여성 대법관이었던 김영란부터 기수와 서열을 파괴한 인사(박시환・김지형 대법관), 소수자 인권보호에 적극적 판결을 한 인물(이홍훈・전수안 대법관) 등으로 이어졌다.

 

이제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이라는 가치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취임 이후 2명의 대법관을 제청한 바 있으나 이번 대법관 인선을 통해 양 대법원장의 이후 사법부 운영방향을 가늠할 판단기준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 양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다양성 확보라는 기준을 후퇴시켜 사법부의 시계를 되돌렸다는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현재 ‘다양성’의 기준으로 ‘비서울대’ ‘여성’ 등 후보자 개인의 신상에 관한 정보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것들을 충족한다고 해서 그 대법원이 ‘다양성을 충족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하고 복잡한 갈등을 해결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관의 다양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분야의 다양성도 중요하다. 여성・노동・환경・복지 등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거나 전문적 시각이 필요한 분야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대법관이 필요하다.

 

7월 퇴임하는 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검찰 출신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오랫동안 13석의 대법관 자리 중 하나는 검찰에, 또 하나는 재야 법조인에 주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그것은 그동안 대법관 인선을 법원 내부의 고위법관에 대한 승진통로로 이해해 왔던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검찰 출신의 대법관이 임명된다고 해서 대법원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한 인선은 사회적 다양성의 반영이라기보다 검찰 고위직의 ‘자리 하나’ 만들어주는 의미 이상을 찾기가 어렵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마찬가지로 대법원 역시 반드시 검찰의 대리인이 배치되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지난해 입법화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3배수 이상의 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위원회가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명단만 소극적으로 살펴서는 안 된다. 스스로가 대법관후보를 발굴하고 그 자격을 심사하는 적극적 역할을 떠안아야 한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을 견제할 장치로 이와 같은 위원회 제도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으나, 실제 운영에 있어서 그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위원회는 법조직역의 당사자 몇 명이 모여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키는 장이 아닌 만큼 보다 투명하고 열린 심사를 해야 한다. 국민을 대신하여 사법권의 구성을 책임지며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자리이다. 후보의 추천에서부터 심사과정과 심사기준을 공개하고 공청회나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필요한 여론수렴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바란다면 그에 걸맞은 형식을 갖춰야 한다.

 

논평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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