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13-03-28   2257

[칼럼] 상설특검의 나아갈 방향

 

상설특검의 나아갈 방향 

한상희 건국대 교수 /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이제야 검찰 개혁이 시작되었다. 여야가 상반기 내에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고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지난 대선의 최대 관심사였던 정치 검찰의 혁파와 정치 검사들의 척결 작업이 새 정부에서 어떻게 진행될지는 장히 지켜볼 일이지만, 국회가 개시한 이 개혁 작업은 만시지탄임에도 쌍수로 환영할 일이다.

물론 이 두 과제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특히 새로 도입되는 상설특검의 경우 세부 사항의 결정과정에 따라 검찰 개혁과 권력형 비리의 척결이라는 목표가 언제 어떻게 뒤틀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득권을 결코 놓지 않으려는 검찰은 지엽 말단적인 정보나 법리를 빌미 삼아 개꼬리를 흔들어 몸통을 흐려놓으려 애쓰고, 권력의 맛을 잊지 못하는 일부 정치 세력들은 이 특검을 자기 세력권 안에서 관리하고자 제도의 빈틈만 노리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중요한 것은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제도의 기능과 성과다. 상설특검에 충분한 독립성과 수사 역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존의 검찰 권력에 얹어진 옥상옥에 불과해진다. 상설특검의 임명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수적인 것은 이 때문이다. 상설특검의 존재 목적이 권력형 비리의 척결에 있다고 본다면, 그 권력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대통령이나 집권당의 의사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상설특검 추천권을 주되 그 의결을 소속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하게 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좀더 중립적인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상설특검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상설특검이 국회나 특별감찰관의 요구가 있을 때에만 수사하게끔 하면 지난날의 특검 제도가 보였던 실패만 되풀이할 것이다. 상설특검의 설치 목적이 ‘정치적’ 사건의 수사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의 척결에 있다고 한다면 그 수사의 통로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에 상설특검에 대한 수사 요구권을 국회(국회의 각종 위원회 포함)와 특별감찰관 등에 주는 외에도, 상설특검이 독자적으로 사건을 인지하거나 일반 시민단체 등의 고발을 받아 항시라도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물론 이때 기존 검찰과의 이중 수사 혹은 수사 경쟁 등의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도 확인되듯 검찰의 수사권은 장기적으로는 경찰에 넘겨야 한다. 그 전까지는 검찰도 지금과 다름없이 수사하되 그 수사 사실을 상설특검에 보고하고 기소 단계에서 그 사건을 상설특검에 이첩하도록 하면 된다. 그러면 상설특검은 적절한 보강 수사 등을 통해 기소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다만, 검찰의 수사가 부실하거나 편향적이라고 판단할 때에는 상설특검이 검찰총장과 협의하는 등 적절한 절차를 통하여 수사중이라도 그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게 하는 예외적 조처는 필요해 보인다.

충분한 인적·물적 시설은 상설특검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수사를 담당할 특별검사보는 물론 그를 보좌할 수사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한편, 그들을 검찰로부터 파견받는 방식이 아니라 상설특검이 독자적으로 임면할 수 있게 하여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서의 역량을 갖추게끔 하여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검찰은 물론 금융감독원이나 국세청 등의 인력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여 종래 대검 중수부의 수사력을 능가하는 수준의 역량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다만, 이런 권한과 조직으로 인해 상설특검 그 자체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를 막기 위해 상설특검의 수사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기소하도록 하여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설특검제도의 논의 과정이다. 여야의 정치인들에게 상설특검은 적을 치는 무기이자 동시에 자신의 목을 겨냥하는 칼이 될 수도 있다. 국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적당히 타협하고 절충하여 무늬만 상설특검인 제도를 만들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이다. 그래서 상설특검의 도입은 시민들의 충분한 참여와 철저한 감시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상설특검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2013년 03월 27일 “한겨레 [왜냐면]상설특검의 나아갈 방향” 에 기고된 글입니다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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