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18-12-11   1465

[공수처수첩⑯]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재건과 재생의 길, 공수처 도입입니다

“답은 공수처밖에 없다” 

권력이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없는 이들에게 가혹한 한국 검찰.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정권에 따라, 입맛에 따라 휘두를 때마다 시민들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인 수사기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요구해왔습니다. 현직 검사의 성추행 폭로와 수사 외압 의혹까지 제기된 지금, 검찰의 ‘셀프 수사’, ‘셀프 개혁’은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공수처 설치를 막고 검찰개혁을 온 몸으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공수처 반대 입장을 바꾸고 20년 간 묵혀왔던 사회적 과제인 공수처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한국투명성기구, 한국YMCA전국연맹, 흥사단)>은 공수처 법안을 논의해야 할 국회 사법개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니터링하고 국회를 압박하는 칼럼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바로가기> 

※기고글은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공수처수첩 연재]

① 공수처 설치가 옥상옥? 야당의 반대가 안타깝다 / 최영승

② 사법개혁특위  ‘개점휴업’,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다 / 이선미

③ 검경이 원수지간? 백남기 농민 앞에선 ‘한 편’ 됐다 / 김태일

④ 촛불은 공수처의 데뷔를 기다린다 / 김준우

⑤ 검찰총장은 어느편이냐고? 공수처에 웬 정치셈법인가 / 한유나

⑥ 국회의원 반대 부딪힌 공수처 설치, ‘묘수’가 있다 / 송준호

⑦ 한국 국가청렴도는 ‘정체중’,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 이정주

⑧ 권성동과 염동열 사태…이래도 공수처를 지연시키겠습니까 / 안진걸

⑨ 공수처, 사법신뢰 회복을 위한 ‘고육지책’ / 이헌환

⑩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을 통해 살펴보는 공수처 도입의 필요성 / 양승봉

⑪ 공수처 설치 거부, 더는 명분 없다 / 조성두

⑫ 왜 우리는 ‘사법농단’법원에 이토록 관대했을까 / 김준우

⑬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 외압 논란, 공수처 도입 시급 / 이용우

⑭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 천웅소

⑮ 사개특위는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공수처 설치법안 논의해야 / 서휘원

⑯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재건과 재생의 길, 공수처 도입입니다 / 정지웅

검찰과 자유한국당의 재건과 재생의 길, 공수처 도입입니다

[공수처수첩⑯] 보수 재건의 출발점은 고위공직자의 부패와의 단절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회 위원,변호사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제21344호)을 아시나요.  

 

“나는 이 순간 국가와 국민의 부름을 받고

영광스러운 대한민국 검사의 직에 나섭니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용기 있는 검사’, ‘따뜻한 검사’, ‘공평한 검사’, ‘바른 검사’. 그 이름을 하나씩 나지막이 불러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미소가 가득 번지고, 가슴이 뜨거워지며,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오지 않으십니까. 

 

모든 검사들은 검사로 임관할 때 정의실현과 인권보호를 다짐하는 검사선서를 한 후 선서문을 가슴에 고이 품고 검사생활을 시작합니다. 실제로 법무부장관은 선서한 검사로 하여금 선서문 2부에 서명날인하게 하여 1부는 개인별 인사기록으로 분류하여 보관하고, 1부는 본인이 소지하게 합니다. 

 

한 검사는 이러한 초심을 잃지 않고 민청학련 재심사건에서 “이 땅을 뜨겁게 사랑해 권력의 채찍에 맞아가며 시대의 어둠을 헤치고 걸어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묵묵히 가시밭길을 걸어 새벽을 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라며 “그분들과 숭고한 희생과 헌신으로 민주주의의 아침이 밝아 그 시절 법의 이름으로 가슴에 날인했던 주홍글씨를 뒤늦게나마 다시 법의 이름으로 지울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과거 검찰의 잘못된 법집행을 사죄하며 무죄를 구형했습니다.(그런데 대한민국 검찰은 과거 검찰의 잘못을 사죄하고 공익의 대변자의 역할에 충실한 그 검사에게 검사로서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했다는 사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내렸습니다.) 

 

대한민국 검사들이 임관하면서 선서한 대로 초심을 잘 지켜서 정의실현과 인권수호에 혼신의 힘을 다하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수처 도입 논의는 전혀 필요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정의와 진실에 의거해 검찰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검사의 객관의무’라고 합니다.  

 

그러나 검찰의 현실은 어떠했나요. 과거 대통령의 측근이나 고위공직자의 부패 사건에 대해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편향적인 수사 결과를 내놓고, 표적 수사, 정치보복수사, 짜맞추기 수사, 편파 수사,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일삼아 왔습니다. 

 

실제로 2007년 12월 이명박 BBK·다스 관련 의혹 ‘전면 무혐의’ 결론을 발표한 검찰은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후에는 다스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전혀 상반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정권이 바뀌면 진실도 바뀌는 것일까요. 

 

스폰서 검사 사건, 벤츠 여검사 사건, 전관예우의 결정판 정운호 게이트 등 검찰 관련 부패 사례를 찾아보자면 끝이 없습니다.

 

아름다고 감동적인 검사선서를 한 검사들이 모여 있는 검찰 조직이 왜 정권의 해바라기가 되고, 검찰 주변에서 부패사건들이 계속 터져 나오는 것일까요.

 

영국의 정치인, 역사가 액턴 경(John Dalberg-Acton)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Absolute power corrupts absolutely)”고 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에 부패 문제가 발생하고 정권에 따라 다른 수사 결과를 내어 놓는 것은 대한민국 검찰이 절대 권력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등 강력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검찰과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 검찰이 가장 강력한 권한을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의 비리, 표적 수사, 정치보복수사, 짜 맞추기 수사, 편파 수사, 부실 수사, 직권남용을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없습니다. 감사원은 기소권이 없고, 경찰은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감찰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2004년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대검 감찰위원회가 출범했지만 검찰의 환부를 도려내기는커녕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어떻게 하면 투명한 사회를, 투명한 검찰을 만들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곪은 상처는 상처가 없다고 속이거나 밴드나 붙여놓아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고통스럽더라도 힘들더라고 고름을 짜내야만 상처가 낫고 새살이 돋아납니다”. 서지현 검사가 권력형 성범죄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을 촉발한 공로로 한국투명성기구가 수여하는 올해의 투명사회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수상소감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검찰의 문제점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검찰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스스로 자정하지 못했습니다. 검찰 출신 일부 국회의원들은 어떻게든 검찰을 현재의 모습 그대로 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곯은 상처를 외면하고, 그저 밴드 정도 붙이는 미봉책으로 검찰의 문제점을 덮고 넘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미 거대한 공룡이 되었습니다,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를 상상해 보세요. 공룡세계의 절대강자이지만, 고름을 짜낼 두 팔이 이미 퇴화해 버렸습니다. 자신에 등에 생긴 종창의 고름을 스스로 짜낼 수도 그 주변의 살들을 도려낼 수도 없습니다.

 

당장은 아프고 고통스럽지만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고육계(苦肉計)’가 검찰이 사는 길이라는 것을 검찰 안에 있는 지혜로운 검사들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비대해지고, 수많은 관계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는 검찰은 스스로 자신의 살을 도려낼 능력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검사선서」의  ‘용기 있는 검찰’, ‘따뜻한 검찰’, ‘공평한 검찰’, ‘바른 검찰’로 회복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필요한 것이 바로 공수처입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공수처가 검찰과 기능이 중복된다고 하면서 ‘옥상옥이다’ 또는 ‘검찰 위의 검찰이다’ 라고 하면서 공수처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수처는 ‘옥상옥’이 아니라 검찰의 새로운 경쟁자입니다.

 

‘비대한 공룡’ 검찰에 대응하는 ‘날쌘 표범’ 공수처가 새롭게 등장하면 검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하여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공수처가 설립되면 검찰이 축소·은폐하고자 부실수사하거나 기소하지 않았던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다시 수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검사, 판사, 국회의원의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 편향성, 부패 가능성이 상당 부분 낮아질 것입니다.

 

현재 공수처는 그 설계도가 이미 발의된 6개의 법안 속에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 및 법무부안도 제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공수처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 처장과 공수처 검사를 어떻게 임명할 것인지, 공수처의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대상 범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수사대상을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수사개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검찰과의 업무 협조는 어떻게 할 것인지, 국회의 견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등 각각의 쟁점에 대하여 소위원회에서 심사과정을 통해 적정한 법안 내용을 선별해서 모듈별로 선택 또는 조정하면 됩니다.

 

이제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관전 포인트는 공수처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을 제외하자는 국회의원들, 공수처의 규모를 축소하자는 국회의원들,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무력화 하려는 국회의원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국회의원들을 형광펜, 빨간펜으로 밑줄 그어가면서 똑똑히 기억해야 합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도 번역된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에는 보수의 10대 원칙이 나옵니다. 그 아홉 번째 원칙은 “보수주의자는 권력을 신중하게 자제해야 할 필요를 인지한다.”, “보수주의자는 권력을 제한하고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보수주의자들은 헌법적 제약, 정치적 견제와 균형, 법률의 적절한 강제, 예로부터 의지와 욕구를 억제와 미묘한 그물방 등을 자유와 질서의 도구로 승인한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보수 재건의 해답이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에 숨어있습니다. 

 

보수의 궤멸적 타격이후 보수 재건의 논의가 한창입니다. 그 출발점이 고위공직자의 부패와 단절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공수처 설치 문제에 대하여 자유한국당이 그 입장을 완전히 변경하여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공수처 도입에 앞장선다면 자유한국당에 싸늘히 식어있던 민심은 언젠가는 반드시 반응할 것입니다.  

 

부자(附子), 비상(砒霜), 천남성(天南星) 등은 사약의 주재료였습니다. 이 약재들은 강한 독성을 지녔지만 중한 병에는 소량으로 쓰면 약이 되었습니다. 검찰과의 관계가 있어서 지금 당장은 독약을 받는 것 같겠지만,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이를 받아들이면 보수 재건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검찰, 자유한국당의 재건과 재생의 길이 공수처 도입에 있습니다. 검찰과 자유한국당이 종도불종군(從道不從君)의 자세로 관계(關係)를 다 내려놓을 수 있는 큰 용기를 내어 공수처 도입에 앞장서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정의로운 검찰, 깨끗한 보수가 바로 설 때만이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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