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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결/결정
  • 2019.10.04
  • 1337

범죄를 저지른 기업이 법의 처벌을 받아도 범죄행위로 얻은 수익이 제대로 환수되는 경우는 보기 힘듭니다. 지난 7월 25일에 최종 확정된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 판매 사건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법원은 홈플러스측의 유죄를 확정하면서도, 이러한 불법행위로 생긴 수익 232억 원은 추징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판단의 법리적 근거와 문제점에 대해 강태리 변호사가 비평하였습니다.

 

씁쓸하지만, 승자는 홈플러스다

[광장에 나온 판결] 홈플러스 개인정보 판매 유죄 인정했으나 범죄수익 추징 못 한 판결
2018도13694
대법원 제2부 재판장 안철상 대법관, 주심 김상환 대법관 

강태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2014년 7월 27일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홈플러스의 경품 사기극을 보도하였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에서 "홈플러스에서 다이아몬드가 내린다"는 문구로 홍보를 하였고, 1등 당첨자에게 7800만 원에 상당하는 드비어스 다이아몬드를 지급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2580팀이 확인한 결과, 드비어스 측은 그런 다이아몬드를 홈플러스에 판매한 적도 없고, 경품 1등 당첨자에게 이 다이아몬드가 지급되지도 않았다. 2580팀은 홈플러스가 경품응모권으로 모은 고객정보를 보험회사에 판매한 사실도 밝혀냈다. 홈플러스 사태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이후 국민들의 분노, 홈플러스 불매운동, 홈플러스 경영진 출국 금지, 홈플러스 본사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수사 결과, 홈플러스의 경품행사는 애초에 보험회사에 팔 고객정보를 모으기 위하여 계획된 것임이 드러났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에 응모한 고객정보가 보험회사에 제공된다는 내용을 응모권 뒷면에 글씨 크기 1mm로 적어서, 사실상 고객들이 자신의 정보가 보험회사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모르게 하였다.

 

이렇게 홈플러스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7월까지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보험회사로부터 약 232억 원의 수익을 얻었다. 검찰은 홈플러스 법인, 홈플러스 임직원들과 보험회사 임직원들을 기소하였다.   

 

그 뒤로 4년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에 5번의 법원 판결이 이어졌다. 1, 2심은 홈플러스가 1mm로 깨알 고지한 것이 적법하다며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3심 대법원에서는 1, 2심 판단을 뒤집고 "응모권에 기재된 1mm의 글씨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아 그 내용을 읽기가 쉽지 않다"라고 하여 유죄의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는 유죄를 선고하면서 232억 원의 판매 수익은 몰수∙추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이 2019년 7월 25일 자로 최종 확정했다. 

 

 

일반 상식에서는 도저히 납득 안 되는 판결

 

왜 법원은 232억 원 판매수익을 몰수∙추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가. 개인정보 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서는 개인정보 불법 유통 등으로 인한 범죄 수익을 박탈하고자,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취득한 금품이나 그 밖의 이익은 몰수할 수 있으며, 이를 몰수할 수 없을 때에는 그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는 규정을 2015년과 2016년경 신설하였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범죄행위는 위 규정 신설 전인 2011~2014년에 발생한 것이어서 위 규정을 적용하지 못하고, 형법 상 몰수∙추징이 가능한지 문제되었던 것이다. 결국 법원은, 형법 상 몰수는 '물건'(유체물)에 대해서만 가능하고 몰수가 어려우면 가액을 추징하게 돼 있는데, 개인정보를 형법 상 몰수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보았다.

 

형법 상 몰수는 그 대상이 '물건'에 제한되어서 무형적인 이익은 몰수대상이 되지 못하므로, 오늘날 재산이 무체물화 되어가는 추세를 고려할 때 범죄수익 몰수에 있어서 극히 제한적인 기능밖에 수행할 수 없다. 몰수∙추징의 대상 범죄가 점점 더 전문화∙고도화되어 가면서 형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형법은 1953년에 제정되었고, 그 시대에 '개인정보' 같은 무형적 이익이 형사처벌과 연관될 것이라고 상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행위는 위법이지만 그 행위로 취득한 232억 원의 수익금은 몰수(추징)할 수 없다는, 일반 상식에서는 도저히 납득 안 되는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홈플러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14년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부터 2019년 7월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이 홈플러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인가. 

 

우선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가 이곳저곳에서 잘 팔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홈플러스가 매장에 진열된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고객정보도 열심히 팔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 1mm의 작은 글씨로 작성한 저의가 명백함에도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지켰다고 주장하는 뻔뻔함도 보게 되었다.

 

이렇게 내 개인정보는 홈플러스가 보험회사에 팔고, 내 병원 처방전 정보는 약학정보원이 모아서 IMS헬스에 판다(약학정보원-IMS헬스 개인정보 판매사건 참조).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 관리하는 기업·단체들은 사람들 몰래 정보를 팔아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또 우리는, 개인정보 판매가 위법행위로 처벌받아도 사실상 기업이 손해 보는 것은 없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5번의 판결까지 받았지만 홈플러스는 결국 200억 원 넘는 수익을 거두었다. 이러니 기업 입장에서는 개인정보를 안 팔 이유가 없다. 개인정보 장사만큼 알짜배기 장사가 어디 있을까 싶다. 방통위나 공정위의 제재금, 법원의 벌금이야 비용으로 생각하면 되지 않나. 그 얼마 안 되는 비용을 내면 수억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점포를 임대할 필요도, 초기 투자 비용도 없이, 그저 고객정보를 팔면 된다. 홈플러스는 자기 고객정보가 부족해서 경품행사로 정보를 더 모아서 팔았다. 그렇게 하면 200억 원이 넘는 수익이 떨어진다. 이런 고수익 저비용 사업을 마다할 기업이 도대체 어디 있겠나. 

 

홈플러스 사태 이후,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어떤 주체의 이익이 향하는 곳에, 그 행동이 따르기 마련 아니겠는가. 우리 법원 판결들은 기업들에 개인정보 보호를 극대화하라고 가르치는가, 아니면 개인정보를 잘 판매하여 수익을 거두라고 속삭이는가? 이 문제는 답이 너무 뻔해서,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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