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9-01   1290

[06호] 법원, 경찰의 자의적 수사관행에 대한 잇단 제동

경찰의 자의적인 수사관행에 제동을 거는 법원의 결정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서울지법 남부지원 황경학 판사는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도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절차에 위배된 것"이라며, 술취한 행인의 주머니를 뒤져 금품을 훔친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김모(16,종업원)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심사를 맡은 황판사는 "수사기록엔 검거동행보고서가 첨부돼 있는데다 김군이 15일 오전0시30분쯤 사건현장부근에서 붙잡힌 사실이 명백하고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내용이 없었다"며, "이 경우 김군은 현행범이므로 계속 구속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때는 48시간 이내에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사전영장이 청구될 수 없다"고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상의 긴급구속이나 현행범체포의 경우 48시간 이내에 사후구속영장을 청구하여야 하며 이 경우 구속개시일시를 체포시점으로 보는 것이 통설인데, 실제 수사현장에서는 긴급구속이나 현행범체포의 요건을 갖춤에도 불구하고 임의동행이나 보호실유치 등을 이유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구속개시일시를 구속영장청구시로 늦추어 구속기간을 사실상 2일 늘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 형사소송법 제203조의 2에서 "…긴급체포, 현행범체포의 경우… 피의자를 체포한 날로부터 구속기간이 기산된다"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있는 이상 본 규정의 취지를 살려 과거의 편법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한편 서울지법 민사60단독 이헌섭판사는 같은 날 서울 성북경찰서가 공업용니스와 본드를 흡입한 혐의로 박모군(16,무직)등 10대 5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판사는 "경찰이 박군 등을 13일 밤에 현행범으로 체포해 48시간이 지난 뒤 풀어주었다"며, "같은 혐의로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는 사실상 재구속요청이라고 판단되나 박군 등에게는 재구속할만한 중요한 증거나 혐의를 새로이 발견할 수 없어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혐의를 찾지 못해 풀어준 용의자에 대해 별다른 수사진전이 없어 뚜렷한 혐의가 없는데도 사전영장을 신청하여 신병을 구속하려는 것은 인권을 무시한 수사편의주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결정은 구속영장주의의 예외규정인 긴급구속이나 현행범체포의 경우 48시간 이내에 사후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형사소송법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자하는 법원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개정된 형사소송법에서는 긴급구속이 폐지되고 긴급체포제도가 신설되며 또 긴급체포 및 현행범체포의 경우에 사후의 체포영장에 의한 통제가 없어지는 이상, 초동수사단계에서의 일선 수사기관에 의한 피의자의 신체구속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적용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나온 판결은 비록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그 의의가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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