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2002-05-07   2171

건강한 검찰을 위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검찰권 행사의 과오와 관련하여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는 최근 일련의 권력형비리사건과 관련한 검찰권 행사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그 만큼 크다는 점뿐만 아니라, 검찰권 행사가 얼마나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가를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른바 이용호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업적이 뚜렷이 부각되면서 기존의 검찰의 위상은 그에 비례하여 끝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이와 아울러 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검찰죽이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검찰이 특정 권력형비리사건에 대해 비난받을만한 행태를 보여주었음은 특별검사팀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고 있으며, 그 점에 대해 검찰은 비난을 감수해야 될 뿐만 아니라, 냉철히 반성해야 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되돌아 볼 때 우리는 무조건 검찰만을 비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우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사법현실은 학연이나 지연 그리고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헌법과 형사법의 원리에 입각해서만 검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담보되어 있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을 비난하며 검찰개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우리들은 그러한 비난에 걸맞은 자격과 행동으로 일관하여 왔었는지에 대해서도 이제는 깊은 자성을 해야 된다고 본다.

첫째로 우리는 이웃 일본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고소를 남발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편으로 검찰을 “해결사”로 기대하여 형사사건과 관련이 없는 일에 대해서까지 간섭하도록 유혹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제의 성격상 기대된 만큼 해결사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도 해결되지 않은 것이 편파성 때문이라고 하여 그들에 대해 비난을 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오늘날 우리의 검사들은 외국에 비해 열악한 근무조건과 함께 매월 지나치게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할 부담을 지고 있으며, 게다가 정치적 사건도 왜 그렇게도 많은지 – 국회도 그 자체 윤리위원회가 갖추어져 있으면서 스스로의 자정능력이 없어 국회에서 일어난 많은 문제들을 대부분 검찰로 가져오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 아닌가

셋째로 형사법학계를 비롯하여 법조계가 검사의 기소편의주의의 합리성을 긍정하여 왔던 사실은 검찰의 편의적 공소권행사를 허용해 준 셈이다. 이에 의하면 최근 일련의 권력형비리사건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행사했다고 해서 범죄가 되는 것도 아닌데도, 검찰이 무슨 큰 대죄를 범한 것처럼 비난하고 있는 것은 논리모순이다.

더구나 검찰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우리들 가운데 자신이나 친인척이 관련된 일로 형사사건이 발생할 경우 지연이나 학연, 권력기관에 대한 청탁 등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검사들에게 사건을 잘 좀 처리해 달라고 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만일 우리가 그들에게 부당한 검찰권 행사에 의한 법왜곡을 범하도록 유혹하였다면, 우리도 검찰의 법왜곡 행위의 한 공범이라는 사실을 고백해야 한다. 최소한 그러한 고백도 없이 검찰개혁을 빙자하여 일방적으로 검찰죽이기에 앞장선다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검찰죽이기에 앞장선 어느 언론매체의 법조담당 사회부기자가 자기 스스로 (사건무마?) 청탁을 했다고 고백하면서도 표리부동하게 검찰권의 부당한 행사를 비난하는 것은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신문기자뿐이겠는가?

이런 점에서 건강한 검찰권이 존재해야 이 나라의 부패지수도 그에 비례하여 줄어들 수 있는 것이며, 검찰에 대해 국민의 신뢰와 전폭적인 협조가 없을 때에는 어떠한 검찰개혁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검사가 국민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법률을 집행하는데 있을 것이다. 검사가 자의적으로 수사를 왜곡하거나 공소권을 농단할 경우, 국민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검찰에게 온갖 종류의 막강한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데, 특정한 당사자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편파적 대접을 한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검사는 수사와 공소제기에 있어서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사건을 선별할 것이 아니라, 재량의 여지없이 오직 법률의 근거에 따라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는 수사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247조 제1항은 비록 그 표제에서 “기소편의주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그 본문의 내용은 ‘검사는 형법 제51조를 참작해서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천명하고 있는 바, 이는 범죄혐의가 있는 자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공소를 제기해야 하고, 다만 예외적으로 기소편의주의가 적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국민의 관심이 지대한 권력형비리사건은 그 혐의가 있는 한 반드시 수사에 착수해야 되고, 범죄혐의가 객관적으로 드러나면 여하한 경우라도 공소를 제기할 때, 비로소 국민은 검찰을 신뢰하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검찰은 형사소송법 제247조 제1항을 자의적 편의주의가 아니라, 예외적 편의주의적 규정으로 인정하여 법집행을 하게 될 때 검찰에 대한 신뢰회복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최후의 보루인 검찰이 건강해야 사회의 질서와 평화가 확립될 수 있다. 검찰의 중립성을 철저히 견지하기 위해서는 검찰 스스로 형사소송법에 대한 올바른 운용이 요구되며, 다른 한편으로 검찰의 중립성과 검찰개혁을 빙자하여 무조건적인 검찰 죽이기를 시도하려는 일체의 그릇된 행동들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결과적으로 검찰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형사사법의 수호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신뢰에 상처를 남기는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허일태 | 동아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