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2000-10-01   1636

[15호] 공익의 실현과 공익소송-황승흠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이사장, 조준희 변호사)가 11월 9일 창립식을 갖고 활동을 시작했다. 공익소송의 의미와 사례, 그리고 설립취지와 활동계획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공익소송이란 글자그대로 공익에 관해서 제기된 소송을 말한다. 그렇지만, 무엇이 공익이냐 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익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국익'이나 '사익'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국익이나 사익은 그 이익이 누구에게 속해 있느냐를 기준으로 하는 개념이다.

즉 국익은 국가의 이익을 말하고, 사익은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이익을 말한다. 그러나 공익은 그것이 누구의 이익이냐를 문제삼지 않고 다만 이제까지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되지 않았던 이익"을 가리킨다.

법적으로 제대로 보호되지 않았던 이익

어떤 이익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은 대개가 법원 또는 변호사를 이용해야 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설사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고 해도, 거기서 받는 혜택이 지나치게 작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나 환경문제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흔히 구입하는 과자포장지에 표시된 용량과 실제용량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여기서 개개의 소비자가 손해보는 것은 불과 몇십 원에 불과할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 있는 경우이기는 하지만, 몇십 원을 위해서 소송을 하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매일 먹는 수돗물이 오염되어 있는 경우에도 사정은 이와 비슷하다.

우선 그 피해액을 가늠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해여부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소송을 이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는 소액주주의 권리도 개개의 주주가 얻는 이익에 비해서 소송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떤 이익이 잘게 쪼개져서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흩어져 있는' 경우를 공익이라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다'는 것이 아니라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작다'는 것은 다만 사회구성원 개개인에게 미치는 피해나 손해가 그러하다는 말이다. 그 실상은 어떤 중요한 이익이 여러 사람에게 흩어져 있는 것이다.

흩어져 있는 작은권리

흩어져 있는 권리가 잘게 쪼개져 있는 경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중요한 법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권리로 인식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여성의 권리나 아동의 권리, 장애자의 권리라든지 내부고발자의 권리와 같은 것이다.

범죄피해자나 경찰의 수사절차나 사법절차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의 권리, 부당한 행정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의 권리와 같이 국가기관의 부당하거나 불법한 행위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경우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받는 부당한 피해나 사용자측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근로자의 권리도 같은 경우이다. 이와 같이 국가나 대기업과 같은 사회적 강자에 대한 약자의 권리를 공익이라 부를 수 있다.

약자의 권리는 잘게 쪼개져 있지는 않지만, 사회적 약자의 권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권리라 할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이 강한 사회적 힘으로 뭉쳐있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흩어져 있는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공익이라 하면, 소수자, 약자, 피해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공익소송은 이러한 공익을 소송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공익을 실현하는데는 소송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우선 피해를 입힌 상대방에게 항의를 할 수도 있고, 각종 행정기구에 청원을 할 수도 있다. 또한 집단행동과 같은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소송은 보통 최후수단으로 거론된다. 그것은 소송을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비용문제 이외에도 상당한 법적 지식이 요구된다. 공익문제는 대개의 경우 법적으로 쉽게 해답이 나오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사와 인접 전문가의 결합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공익은 보통 그것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개개인에게는 작은 권리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이 작은 권리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러한 흩어져 있는 권리를 한데 뭉치는 그래서 작은 권리를 큰 권리로 바꾸어주는 공익법단체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공익법단체는 흩어져 있는 권리를 한곳으로 모아서 문제해결을 모색한다.

똑같은 청원이나 항의라 할지라도 그것이 조직된 힘에서 나타날 때는 훨씬 더 커다란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공익법단체는 개개인이 제기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공익소송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공익법단체에는 변호사와 같은 법전문가를 동원할 수 있고, 법 이외에도 회계사나 세무사와 같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도 조력도 끌어올 수 있다.

공익문제는 법적으로도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사실관계의 입증조차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1984년의 망원동 수재사건의 경우를 보면, 집중호우로 인해서 수문이 붕괴한 것이 국가배상법 제5조의 책임이 있느냐는 법적 논점 이외에도 수문 붕괴가 정상적인 관리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것인지 아니면 관리상의 잘못이 있는 것이지, 나아가 처음부터 설계·시공에 잘못이 있는 것인지를 밝혀야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변호사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에는 토목·건설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공익법단체에서는 변호사와 인접분야의 전문가의 능력을 결합시킴으로서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소송을 통한 입법 압력행사

흩어진 권리를 한데 모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위에서 본 망원동 사건의 경우 약 1만 가구 정도가 피해를 입었다. 피해가구 전체가 소송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현행 법제도에서는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현재는 흩어진 권리를 한데 모아 하나의 권리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해주는 집단소송법이 없기 때문에 이 경우는 1만개의 소송을 제기하고, 1만개의 소송이 이론적으로 따로 진행되어야 한다. 인지대와 송달료도 소송 1개마다 따로따로 부담하여야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인지대와 송달료과 같이 부대비용만 상당한 액수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공익소송은 개인보다는 공익법단체가 제기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익법단체는 적절한 문제해결을 위해서, 전체소송을 한꺼번에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그 중에 일부만을 순차적으로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며, 대표적인 사건 하나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망원동 수재 사건의 경우는 사건을 4분하여 차례로 소를 제기하였다).

어떤 방식을 택하던 간에 공익법단체는 일종의 '야전사령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지만 공익법단체는 소송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제도하에서 소송이란 결과적으로 그 사건의 원고만 구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판보다는 입법을 통한 해결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법률이나 조례를 통해서 일괄적으로 피해보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익법단체가 대표적인 사건이나 일부분에 대해서 소를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은 후에 이를 가지고 입법을 하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망원동 사건도 결국에는 서울시의 조례제정으로 문제가 완결되었다).

공익소송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공익법단체가 제기하는 공익에 관한 소송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은 흩어진 권리를 한데 모아 큰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우리의 공익은 바로 공익소송을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다.

황승흠 | 교수(성신여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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