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칼럼(jw) 2012-02-20   5093

검사장 직선제를 주장하는 이유

검찰개혁의 올바른 방향 

 

김진욱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최근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 검사장 직선제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최고위원도 당내 경선과정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최근 119특위를 통하여 재벌개혁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유종일 교수 또한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이 올바른 검찰개혁의 방향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법률소비자연맹의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국민지지율이 62%에 달한다. 필자 또한 이를 지지한다. 

 

그렇다면 왜 ‘검사장 직선제’이어야 하는가?

 

먼저, 주장되는 ‘검사장 직선제’의 내용부터 말하자면, 전국의 지방검찰청 검사장 18석을 관할 주민의 직접 선출직으로 전환하며,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검찰사무를 당해 선출직 지방검사장이 통할하게 하자는 것이 핵심골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앙의 대검찰청은 지방검찰청 검사장 상호간 관할이 불투명하거나 경합이 있는 경우의 조정역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관할하기에 적합하지 않는 검찰사무(예컨대, 지검장관련 선거법위반사건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하여 회피하여야 할 사건)의 처리, 지방검찰청의 직무적정성에 대한 감찰사무 등으로 기능이 재조정될 수 밖에 없고, 존폐의 논란이 많은 중앙수사부도 자연 없어지게 될 것이다.

 

선출직 지방검사장은 그 보직과 임기가 보장되므로 대통령의 인사권한에 예속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나아가 관할청 소속의 검사들에 대하여 보직부여권 등 적정한 인사권을 가지게 되는 만큼 그 범위에서 개별 검사들 또한 대통령의 인사권으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독립을 얻게 된다. 결국,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18개의 대등하고 독립한 검찰청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지는 18개의 대등하고 독립한 검찰청

 

일부에서는 ‘검사장 직선제’에 대하여 미국제도를 모방한 것이고, 이는 독일등 대륙법체계에 따르는 우리나라의 시스템과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독일의 검찰조직을 보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에 해당하는 16개의 주(州)별로 각각 독립하여 검찰이 조직되어 있는 한편 이들은 상호 대등한 관계에 있고, 이들 각 주(州) 검찰에 대하여 수상이나 검찰총장이 인사권이나 지휘권 등으로 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을 통한 18개의 대등하고 독립한 검찰청에로의 변모야말로 우리 검찰시스템의 원형인 독일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

 

영미법계이건, 대륙법계이건 보통의 민주국가에 있어서 감찰(監察)권력 내지 형벌법규의 집행을 위한 조사(調査)권력은 대통령이나 수상 등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다만 독립의 방법만이 각국의 역사적 전통에 따라 다를 뿐이다. 미국의 경우 지방검사장은 자신을 선출한 주민에 책임을 지며, 대통령이 간섭할 방법이 없다. 독일 이외의 또 다른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의 경우 수사권력은 ‘수사판사’에게 맡겨져 있다. 이들 ‘수사판사’들은 ‘판사’로서 본인의 동의가 없는 한 근무지 및 보직변경 등의 인사이동을 당하지 않는 한편, 그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정치권력에게 보고하거나 지휘를 받는 등의 간섭에서 자유롭다. 이탈리아의 경우에도 수사 및 기소권을 담당하고 있는 검사들이 행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는 사법부에 소속하며 철저한 신분보장을 받는다. 스페인 또한 수사권력은 법원에 속한 ‘수사판사’에 맡겨져 있으며, 스페인의 법제도를 따르는 남미(南美) 대부분의 국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검찰이 관장하는 형벌법규의 집행권능은 법치국가의 원리와 결합하면서 공직자의 비위를 차단하고 단속하는 감찰(監察)권력의 기능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비판처럼 감찰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왔다. 이 또한 검찰이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있는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이다. 현재 전체 1,800여명의 검사들을 대상으로 1년에 2회 정도 수백명씩 인사이동이 단행된다. 개개 검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2년에 1회 이상의 인사이동을 당하게 되는 셈이다. 당연히 승진이나 좋은 보직에로의 영전을 둘러싼 경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승진과 인사이동의 최종적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다. 대통령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검찰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인사보직권을 통해 대통령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 검찰

 

봉건 왕조 시절에도 공직비리 억제를 위한 감찰권력은 왕권으로부터 독립되어 있었다. 조선의 사헌부가 그러했고, 중국 황제체제 아래의 어사(御使), 간의대부(諫議大夫) 또한 독립되어 있었다. 지금의 제도는 봉건시절 만큼도 못한 것이다. 감찰기능의 독립이 상실된 것은 일제지배의 산물이다. 일제는 식민지 조선에 대한 효율적 지배만을 도모했고, 때문에 조선총독에게 입법, 행정, 사법의 전권을 관장하게 하였으며, 그 와중에 왕조시절의 감찰기능 독립도 사라졌다. 이런 의미에서 검찰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은 식민지 잔재의 청산이란 의미도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의미에서 검찰 이외에 대통령 산하의 기구로 공직비리조사처를 두자는 방안 역시 그 독립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깊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 상태에서 검찰을 대통령과 분리시키는 것은 방법도 마땅하지 않으려니와 오히려 위험하기까지 하다. 일제식민지배 및 군부독재체제는 우리의 전 생활영역에 걸쳐서 검찰권력이 자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형벌법규를 양산시켰고 지금도 엄존한다. 국가보안법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죄, 진실한 사실의 표현에 대한 명예훼손죄, 애매모호한 기준의 배임죄 등 근대의 문명국가, 인권보장국가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무수한 형벌법규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이런 형벌법규의 집행권한을 아무런 민주적 정당성없는 검찰총장 1인 지배의 검찰청에 오롯이 맡기면서 오로지 독립만을 시켜준다면 이는 검찰지배의 비민주국가로 내달음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참여정부시절 인사권을 통한 검찰장악과 검찰의 정치적 이용의 중단을 선언하며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 주는 정도의 가벼운 독립권 부여만으로도 검찰은 호랑이 없는 굴에 왕 노릇하는 여우로 변모되었던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검찰권력을 축소시키고 국민에 의한 통제장치가 구축되는 전제 위에서야 비로소 대통령으로부터 검찰권력의 독립이 가능할 것이며, 이를 동시에 도모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주장되는 것이 ‘18개 지방검사장의 주민직선제’인 것이다. 주민직선의 18개 검사장은 상호 독립 및 견제하게 될 것인 한편, 더 이상 한식구가 아닌 검찰총장의 엄격한 감찰과 선거를 통한 주민의 통제를 받는 한계 속에서 그 직무집행의 독립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전 생활영역에서 걸친 검찰권의 자의적 개입, 정치적 중립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검사장 직선제’는 책임지는 검찰의 구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MB정부가 국민의 마음을 잃은 원인에 잘못된 검찰권 행사를 빼놓을 수 없다. 격분한 국민들은 ‘MB심판’을 외친다. 하지만 정작 잘못된 검찰권을 행사한 당사자인 검사 개개인에 대하여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 한명숙 사건, 정연주 KBS사장 사건 등은 모두 일반의 상식에 어긋난 수사와 기소였고 법원도 무죄를 선고했지만, 그 담당 검사들은 모두 고위직으로 영전되었다. 거꾸로 PD수첩 사건에서 불기소를 주장했던 검사는 인사상의 불이익을 입었다.

 

일반 시민은 잘못된 고소를 하는 경우 무고죄로 처벌받는다. 봉건 왕조시절에도 잘못된 탄핵으로 귀결되는 경우 탄핵을 주장한 당사자는 그 직을 사임해야 하는 엄격한 책임이 뒤따랐다. 봉건 왕조시절보다도 못한 것이며, 일반 시민과 비교하면 분명한 특권이다. ‘검사장 직선제’는 선거를 통하여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집권세력의 반대파가 정권을 획득하여 개개 검사들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정치적 보복의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선출과정에서의 국민의 선택만이 보복논란 없는 엄정한 책임추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재벌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그 내용 중에 중요한 것이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근절, 하도급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거래행위 근절 등이 포함된다. 현행 법률상으로도 배임죄, 공정거래법위반 등에 해당하는 사안이어서 검찰권의 엄정한 행사로서 시정될 수 있는 것들이다. 결국 경제민주화의 달성에 있어서도 올바르게 작동하는 검찰권력의 존재가 필수적이란 것을 의미한다.

 

1992년 이탈리아에서는 피에트로 검사가 주도한 ‘깨끗한 손’ 운동으로 부패한 정치권과 고위공무원에 대한 대대적인 숙정이 단행되었다. 뉴욕주 검사장 줄리아니는 월가의 거대 금융권력과 투쟁하여 투명한 금융의 실현에 기여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런 검사는 나타나지 않고 스폰서검사, 그랜저검사, 밴츠검사 등이 줄지어 등장하는가? 2009년 뉴욕주 맨하탄 지역검사장 선거에서 당선자 밴스(Cyrus R. Vance. Jr)는 금융위기를 낳은 월스트리트에 대한 경제정의 구현,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공적영역의 부패척결, 관할지역에서의 만생침해 범죄척결을 공약했고 주민의 선택을 받았다. 우리가 학수고대하는 검사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지 않는가!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이유이다.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은 국민에게 친절한 검찰사무의 처리를 만들어 내는 계기로서도 기대된다. 수사행태와 관련하여 법조계에게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3조지’라는 저속한 비유가 있다. ‘경찰은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는 말이 그것이다.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폭행등에 대하여는 인권문제로 되어 오랜 투쟁 끝에 어느 정도의 제동장치가 마련되었다. 그러나 당사자의 입장은 무시된 채 반복되고 끊임없는 소환에 응하여야 하는 불편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문제제기 조차 없는 실정이다. 형사사건으로 고소라도 당하거나 목격자 기타 사유로 참고인으로 되는 경우 경찰에서 이미 조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로부터 재차 소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 연유에는 경찰이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는 것을 기피하는 관행과 경찰에서의 조사서류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등의 제도적인 이유도 있긴 하지만, 검사가 경찰서에 근무하는 등의 방법으로 1회 조사로서 종결되도록 하는 등의 실무운영 개선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경찰은 때려서 조지고, 검찰은 불러서 조지고, 판사는 미뤄 조진다?

 

현재와 같이 권력만 바라볼 뿐 국민의 입장과 고충을 헤아릴 아무런 유인동기가 없는 상태에서는 이런 문제는 해결없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선거라는 과정을 통하여 국민에게 책임지도록 되는 경우에야 비로소 국민의 입장을 헤아리게 되는 것은 각급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제가 도입된 이후의 변화된 지방행정의 모습이 잘 웅변한다.

 

또한 ‘검사장 직선제’의 도입이 우리사회의 숙원인 지방분권 및 지역균형을 촉진하게 되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는 한편,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이 우리사회에 던진 사법권력의 불신문제 또한 선거과정에 동반될 수 밖에 없는 후보자와 유권자로서의 만남과 소통 속에서야 비로소 근본적 해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교육감을 통하여 우리 사회는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는 공간을 가지게 되었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계기도  얻었다. 대통령직선개헌, 지방자치선거, 교육감선거로 이어져 내려온 민주주의 확대와 국민주권의 실현의 거대한 흐름 위에서 ‘검사장 직선제’ 또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큰 발전으로 평가될 것이다.

 

이 글을 프레시안에 함께 기고(2012.2.19)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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