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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5.10.02
  • 1188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LG그룹 해고자를 법정구속(8월25일)한 사건에 대해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형사4단독 이한주 판사에게 발송한 서한을 싣는다.

수신 :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형사4단독 판사 이한주 귀하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래 연초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사법개혁논의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근대사법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늘의 사법부가 이제 권위주의적 사법관행을 탈피하고 국민을 위한 사법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민주사회에서 사법부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최후의 보루라고들 합니다. 이 말은 사회적 약자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의 사회현실에서 한 사회가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공정한 규칙과 양식에 의해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어서 사법부의 역할을 표현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이에 불복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LG그룹 해고자들에 대해 지난 8월 25일 귀 재판부에 의해 이루어진 법정구속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8월 29일자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귀 재판부는 이번 법정구속 조치가 피고인들의 혐의사실이 가볍지 않은데다가 재판태도가 불성실하고 법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위를 하여 재판에 불출석할 가능

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귀 재판부가 법정구속조치의 근거로 삼은 위의 사안에 대하여 첫째, 수많은 불구속사건 심리에서 피고인의 불출석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유독 이 사건에 대해서 재판태도가 불량

하다는 이유로 법정구속조치하는 것이 형평성이라는 차원에서 과연 타당한가

둘째, 피고인들의 혐의사실이 가볍지 않은 중대한 것이었다면 어찌하여 검찰의 약식기소 결정에 대해 통상회부치 않고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는가

셋째, 약식명령에 불복해 스스로 정식재판을 청구하고 이런 경우 실형을 선고받은 전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들이 재판에 계속 불출석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귀 재판부의 판단이 과연 타당한가

넷째, 불출석한 동료들을 위해 불출석 사유를 변명하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인데 이러한 피고인에게 법원의 권위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법정구속 조치를 내렸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라는 점에서 깊은 의문을 갖는 바입니다.

저희는 이번 법정구속조치가 단지 판사 개인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감정적 판단과 해고노동자인 피고인에 대한 사법적예단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법원의 권위는 법원 그 자체의 신성함이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희망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의 어느 조문에도 이 사건의 피고인들을 구속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고 봅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구속된 피고인의 피의 사실과 관련된 유무죄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사법부만이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번에 구속된 피고인들도 정당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헌법상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국민이라는 점에서 귀 재판부의 이번 조치는, 설혹 피고인들의 사소한 잘못이 있었다할 지라도 명백한 직권 남용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는 현재 구속중인 피의자를 조속히 석방하여 재판에 임하게 하는 것이 인권을 수호하고 사법정의를 실현에 부응하는 조치라고 생각하며 귀 재판부의 용단을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건승을 기원합니다.

1995년 9월 4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윤관 대법원장에게 서한을 발송했고 이에 대하여 법원행정처 감사관에서 9월 12일 다음과 같은 내용의 답신을 보내왔다.

대법원장께서 귀하의 민원서를 보시고 그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셨습니다. 그러나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누구도 특정사건에 대하여 담임법관에게 간섭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재판제도임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귀하의 민원서는 민원과 관련된 재판에 참고토록 재판이 계속 중인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으로 송부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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