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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5.10.02
  • 1119
"사법을 모니터한다"

권위적 사법관행 여전히 잔존

피고인의 인권도 마땅히 존중되어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대학생 모니터팀은 1995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서울형사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 남부지원에서 모니터 활동을 수행하였다. 참가자는 서울대 4인(김예영, 김희수, 나희선, 박진석), 연세대 2인(백재승, 이현), 이화여대 5인(이선, 장민아, 곽은영, 김리희, 김재련)이었다. 방청 시간은 주로 오후였으며, 6월 26일 오후 5시-8시에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방청결과를 토의하여, 그 토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 공식 모니터 활동인 점을 감안하여, 형사법정의 전반적인 운영상황과 문제점을 살펴보려 했다. 전반적으로 기존의 모니터 활동에 비추어 보아 이전보다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형사소송절차가 잘 고지되고, 노골적인 위압적 언사도 많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그 동안 고착화되어 있던 사법관행들이 그다지 주목받지 않은 채,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특히, 피고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방청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점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방청인의 입장에서 느낀 불편

모든 사람은 시민의 자격으로 재판정을 자유로이 방청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법원에 갈 때 편안한 마음으로 가는 경우는 그렇게 쉽지 않은 듯하다. 법정과 법원 역시 방청인에게 편리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를 거의 하지 않는 듯하다. 다음과 같은 점이 지적되었다.

방청인, 시민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태도 아쉬워

(1) 법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비단 처음 가는 방청인 뿐 아니라, 도중에 만난 어느 변호사가 '오랜만에 이 법원에 오니, 법정이 어디 붙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하는 소리도 들었다. 상주자에게는 편리한 시설이 일반 시민에게는 대단히 큰 불편을 줄 수 음을 알고, 법원을 짓고 법정을 배치할 때 한번쯤은 방청인, 시민의 입장에서 배려하는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국민을 위한 사법 소소한 데에서부터 실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2)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음에도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남부지원의 경우 주위가 다소 산만하고, 시설도 썩 좋지 않아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들었다. 지원일수록 여러 여건이 부실한 을 유의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해 가야 할 것이다.

(3) 남부지원의 경우 대기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 겨우 길다란 나무의자 2개 정도여서 재판을 위해 법정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

(4) 6월 23일 남부지원의 경우 공판일정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았다. 6월 23일 오후에 갔는데, 22일 일정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잔존하는 권위적 사법관행

법관은 위압적 . 권위적 태도를 가지고 신문하거나 소송지휘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형사소송규칙에도 나와 있다. 그러나 아직 그러한 요소들이 다소 발견되고 있어 유감이다. 그리고 법정의 구 자체에서도 위압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측면이 있어 시정되어야할 것으로 본다.

(1) 재판장의 언사 . 태도

노골적인 위압적 언사는 이번 모니터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재판장이 피고인 혹은 증인에 대하여 폄하하는 인상을 주는 언사가 있었다.

6월 22일 오후 서울지방법원 311호 법정(합의21부, 재판장 徐載)에서는 현주건조물방화 피고사건에서 피고인이 가담한 시위에서 화염병을 던져 전경 2명이 다친 사건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그 시위는 장애인 노점상의 자살에 자극 받아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피고인도 다리를 약간 저는 등의 장애를 갖고 있었기에 분노가 더하여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재판장은 "그 사람 병신 됐으면 어떡할거야", "방화를 즐긴 것 아닙니까" "자신의 처지에 대한 복수심에서 그렇게 한 것이 아니냐"는 등 피고인의 처지에 비추어 대단히 모욕적인 언사를 썼다.

같은 법정에서 강모씨의 절도피고사건에서도 피고인이 주민등록번호를 기억하지 못하자 "딴 거 외우고 다닌다고 잊어버렸나", "직업은 없죠"(직업은 무엇이냐고 묻지 않고, 부정적 선입관이 배인 말투로 질문하자, 피고인은 직업은 노동이라고 답변) 등 피고인을 폄하하는 언사를 구사했다.

재판장이 반말을 부지불식간에 구사하는 장면이 여럿 눈에 띄었다. 증인의 직업을 묻는 과정에서 "놀아 ?", "직업 없어 ?" 하고 묻는 장면들. 증인은 공판정에서 대단히 긴장해 있는데, 거기다 하적 언사로서 증인을 더욱 위축시키는 일은 곤란하다고 판단된다. 또 증인을 호칭함에 있어 "증인" 이라 했다가 "아줌마"라 했다가 하는 등 왔다갔다 하는 사례가 목격되었다.

'국민을 위한 사법'이란 명제는 법원과 검찰 등 형사사법기관 '국민의 입장에서' 사법을 보고, 국민의 불편과 애로를 줄여가면서, 적극적으로 국민의 권익옹호에 힘쓰는 것을 말한다.

(2) 수갑

피고인들이 모두 수갑을 찬 채 방청석 앞줄에 나와 있다, 피고인석에 올라갈 때만 수갑을 풀어 주는 것을 보았다. 그때도 한 손에는 수갑이 걸려 있었다. 최소한도로 법정 안에 들어올 때는 완전히 수갑을 풀어 주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판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잔존하는 관행들

법관이 입정할 때 "기립", "착석"과 같은 구호를 굳이 할 필요가 있는가. 어느 곳에서도 누군가 입정할 때 기립과 같은 구호는 거의 없어졌는데, 이같은 권위주의적 관행이 법원에 남아 있음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자연스럽게 "지금 재판부가 입정합니다"는 정도로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방청인에 대해 주의를 준다든지, "기립" 호에 일어나지 않을 때 정리가 주의를 주는 것은 사소한 것 같지만, 방청인의 마음을 불필요하게 긴장시킬 수 있다.

법원은 국민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며 학습의 장이라 할 때, 법원에 온 시민에게 "왜 왔느냐"는 식의 질문으로 괜히 움

츠러들게 만들 필요는 없다. 시민이 법정을 참관하는 것은 그 시민이 구청이나 동사무소, 은행에 가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변호인이 일어서서 반대신문을 하려 할 때 재판장이 "앉아서 하십시오"하고 자연스럽게 권유하는 것은 바람직하게 보여졌다. 검사는 보통 앉아서 하는데 변호인만 서서 한다면, 피고인으로서는 부지불식간에 변호인이 검사보다 열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다소 비중 있는 사건에서는 오히려 절차상의 문제점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형사법정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소소한 사건에서 이루어지는 절차적인 어려움과 반인권적인 태도 등은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그대로 존속되어 지고 있는 사법의 한 그늘인 것이다.

절차진행과 공판정 운영

(1) 절차적 권리의 고지 여부

피고인에 대해 진술거부권을 고지할 의무는 잘 준수되고 있었다. 그러나 증인선서시 증인이 선서사항을 구두로 낭독케 하지 않고, 다 읽어보았으면 서명하라고 하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아마 시간절약의 견지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사실 증인의 입장에서는 그 서면을 읽을 만한 시간적 여유도 없거나 당황하는 경우도 있을 것임을 감안하여, 증인선서시에는 재판장이 취지를 설명하고, 증인이 구두로 선서하고, 서명날인하는 절차를 정확히 밟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증인의 증언이 '거짓말 경연대회장'이라는 비판도 있는데, 선서시에 엄숙한 분위기에서 직접 구두로 선서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의 권위를 높여 가야 할 것이다.

(2) 외국인 재판에서 통역의 문제

6월 21일 서울형사지방법원 1단독(424호 법정, 李吉洙 판사)에서 Donald K. Schmidt 등 2인의 미국인이 폭처법 위반피고사건(속행 95고단270)의 공판이 있었는데, 검사와 변호사 .판사의 증인신문 내용이 피고인에게 전혀 통역되지 않았다. 피고인은 마치 제3자인 양 그저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최후진술을 하라는 재판장의 말만 영어로 통역되었고, 그들의 최후진술만 한국어로 통역되었다. 이를 보면서 일제하에 통역재판의 모습이 떠올려졌다면 지나친 것일까. 외국인이 관련된 재판에서 정확한 통역으로 한국법정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높여 가야 할 것이다.

(3) 변호인.검사의 불출석으로 인한 재판연기의 문제

모니터 기간 동안에 변호인 불출석으로 공판심리가 연기된 것이 여러 건 있었다. 6월 21일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제2형사부 재판장 李康國)에서 변호인 불출석으로, 6월 22일 서울형사지방법 311호 법정(합의21부 재판장 徐載憲)에서는 변호사 불출석 2건, 검사불출석 1건, 변호사 불출석으로 오전 사건 오후로2 연기 1건 등이 있었다. 이 중 1건은 변호인의 지방 출장으로 연기되었다고 재판장이 양해를 구한 데 대해 피고인은 가볍게 항변하하였고, 재판장이 다음에 다시 나와 달라고 정중하게 말하였다. 재판장의 태도는 친절하고 훌륭하였다. 문제는 공판 연기 사실을 재판부는 알고 있는데 피고인은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법정에 한번 나올 때 피고인의 심신에 끼치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당연한 것으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불가피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을 경우에는 곧바로 피고인에게도 연락하여, 피고인이 쓸데 없는 긴장과 수고를 하지 않도록 배려하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별다른 사유를 사전에 재판부에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불출석하는 변호사에 대해서는 주의를 촉구하고, 그러한 사실이 반복될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에 따라 징계를 하도록 하여야 것이다.

(4) 사건에 대한 이해도의 문제

법정에 제출되는 다양한 사건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노릇이다. 6월 23일 서울형사지방법원 425호 법정(합의22부 재판장 李光烈)에서 방청한 '소위 피라밋 사기사건'의 경우 판.검 모두 '사기'집단의 행태에 대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재판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을 빚었으며, 수인의 피고인들의 이름이 비슷한 관계로 혼동을 빚기도 했다. 법정에 나와서야 사건을 이해한다고 피고인과 증인에게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재판부가 혼동을 빚자 방청석에서 그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었으며, 그에 대해 재판부는 방청인과의 즉석 대화를 통해 이해를 도모하기도 했다. 그러한 모습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었으나, 전제 지식이 너무 부족하여 재판부의 신뢰가 저하될까

검사의 사건에 대한 소극적 태도도 또하나의 문제이다. 많은 사건에서 재판부가 검사의 역할을 대행하는 듯한 모습이 종종 보여졌는데, 이는 법관의 예단이 작용한 탓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검사의 소극적 자세로 말미암아 법관이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탓으로 생각되었다. 검사가 제대로 설명하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때에는, '의심날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에 충실하게 그대로 무죄판결을 해감으로써 검사의 적극적인 태도를 강제하여야 할 것으로 본다.

'국민을 위한 사법'이란 명제는 법원과 검찰 등 형사사법기관들이 '국민의 입장에서' 사법을 보고, 국민의 불편과 애로를 줄여가면서, 적극적으로 국민의 권익옹호에 힘쓰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내부로부터의 개선노력과 함께 외부로부터의 감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외부로부터의 감시는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사법기구가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 목표는 사법부가 명실공히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도록 하는 데 있다.

앞으로 우리는 사법부의 일상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하여, 구체적인 잘잘못을 지적해 내고, 잘못된 점을 고쳐 가도록 촉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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