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 법사위] “이렇게 쉽게 넘어간 국감은 처음이다”

[국회 법사위 서울고검 국정감사 모니터] 

검찰 치하로 일관하며 ‘검찰 출신 동창회’로 전락시킨 한나라당 
‘야성’과 ‘예리함’을 찾아볼 수 없는 야당의 무딘 칼날 아쉬워
 

“이렇게 쉽게 넘어간 국감은 처음이다”
지난 10일 저녁 7시, 서울고등검찰청 15층에서 국회 법사위의 서울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끝나고, 국감장을 정리하던 검찰 직원이 내뱉은 말이다. 이날 서울고검에 대한 국감장 분위기를 한번에 정리해 준 말이기도 했다.

[검찰ㆍ법무부 제자리 찾아주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눈이 아니더라도 요즘 인터넷만 열면 누리꾼들 사이에서 검찰은 이른바 “떡찰”, “검새”로 불리며 떡값검사, 정치검찰 등의 굴레를 뒤집어쓰며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몸통은 비호하고, 깃털만 건드리다 끝났던 권력형 비리 수사, 어김없이 총수일가 감싸기로 마무리 되던 재벌 관련 비리사건 수사 등은 ‘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간의 진리(?)를 재차 확인시켜줬던 검찰은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검찰은 이른바 ‘언니게이트’ 김옥희 공천비리의혹을 비롯해 정권 초기부터 끊이지 않고 있는 의혹들 가운데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진상 규명을 해내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들과 국제엠네스티로부터도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초강경대응 과정에서 경찰 폭력과 인권침해가 심각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촛불집회 참가시민들에 대한 수사에 비해 경찰의 폭력에 대해서는 수사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촛불 정국 이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덮는 수단으로 법무부ㆍ경찰과 함께 ‘신공안 정국’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혹의 눈초리까지 받고 있다. 때문에 검찰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감이 감돌 것이라 예상했다.

검사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 피감기관 치하하며 국감을 ‘검찰 동창회’로 전락시켜

그러나 이날 국감은 전날 서울고법 국감에서 증인선정 문제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줄다리기가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결국 증인과 참고인을 부르지 못하고 시작되면서 ‘김 빠진’ 국감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른바 ‘언니게이트’의 김옥희 씨와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 조현범 씨, 김귀환 서울시의회 의장 등 이 대통령 집권 후 발생한 의혹사건과 관련한 증인 선정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검찰 고위직 출신으로 포진된 한나라당 의원들 가운데 몇몇은 처음부터 검찰 관계자들과 ‘검찰 출신 동창회’라도 벌이러 온 듯 ‘검찰의 노고에 대한 치하’에 열을 올렸다.

대검 공안ㆍ중수부장을 맡았던 최병국 의원, 대구고검 부장검사 출신인 주성영 의원을 비롯해 춘천ㆍ창원지검장 출신인 장윤석 의원, 대검 중수부 3과장ㆍ창원지검장 출신인 이한성 의원, 서울동부지검ㆍ의정부지검장 출신인 주광덕 의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감사 출신인 박민석 의원 등 법사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9명 가운데 6명이 검사 출신인 탓인지 시종 ‘검찰의 노고(?)에 대한 치하’로 시작해 검찰내 복지 문제를 꺼내는 것으로 일관하는 등 검찰에 대한 국감 본연의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조차도 그야말로 ‘야성’과 ‘예리함’을 보여주지 못했다. 야당의 칼날에는 전혀 힘이 느껴지지 않았고, 더없이 무디게만 보였다. 이들은 날카롭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피감기관장들의 몇 마디 답변을 듣는 수준으로 마무리 짓는 인상이 역력해 과연 야당 의원들로서 이번 국감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준비에 얼마나 열의를 쏟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피감기관장들이 국감에 성실히 임할 것을 선서하고 있다.


피감기관들의 국회 무시, 법사위 국감에서도 마찬가지

이날 국감 초반에는 다른 부처 국감에서도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국회 경시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올 국감에서는 의원들이 피감기관들에 국감자료를 요청했음에도 자료를 제 때 보내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일례가 되지 않을까?

노철래 의원(친박연대, 비례대표)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요청한 자료를 늦게 받은 것과 관련해 “국회를 경시하는 태도는 국민을 경시하는 것”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검찰이 국회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국회를 경시하는 풍조는 즉각 시정되어야 한다”며 법무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박영선 의원(민주당, 서울 구로을)도 “민주당 의원들한테 제출한 자료 비율이 20%도 안된다”며 “검찰은 자료제출 요구가 많고 바빠서 자료제출을 제대로 못한 걸 양해해 달라는 편지를 보내는데 그럴 시간 있으면 자료를 제출하라”며 “검찰은 소환 일자에 안온다고 하면 으름장을 놓으면서 자료제출 기한은 왜 안 지키느냐”고 날을 세웠다.

또한 이날 신성해운 비자금 조성사건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이주영 의원(한나라당, 경남 마산갑)은 한나라당 의원 가운데는 그나마 검찰을 괴롭힌 것으로 평가된다.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사건에서 로비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검찰 고위간부 수사축소의혹을 들며 해당 검찰 고위간부와 관련된 내사종결 결정문, 조서들을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질의에서 이주영 의원은 K씨가 차장검사에게 2억원, 부장검사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문제 삼으며, “언론보도를 보면 관련 녹취록도 있었는데, 검찰은 전문(전하는 말)진술이라고 신빙성이 없으며, ‘우리 식구’는 빼자고 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강하게 추궁했다.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은 “특수2부장에게 ‘명예를 걸라’고 지시한 사건이었으나, 증거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춘석 의원 “대통령 부인이 ‘사위 믿는다’고 한 것, 조현범 수사에 영향 미칠 의도 아닌가”
명동성 지검장 “의혹 없이 최선 다했다” “혐의 살피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며 피해가

이춘석 의원(민주당, 전북 익산갑)은 “김옥희, 조현범, 조석래, 유한열, 김귀환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한나라당은 현재 재판중이고 수사중이라 증인채택에 응할 수 없다고 한다”며 “재판이나 수사를 방해할 목적이 아니라 국민 의혹을 해소할 목적”이라고 말했다. “대검ㆍ범부부 국감이 남아 있기 때문에 오늘이라도 증인채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법사위의 국감 최대 쟁점이었던 증인채택 문제에 다시금 불을 붙였다.

이춘석 의원은 이후 질의에서도 김옥희 공천비리사건과 관련해 “대통령 사촌처형이 연루된 사건을 경력이 짧은 금융조사2부 검사에 배당한 것은 청와대에서 축소수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물고 늘어졌다.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은 “그런 일 없다”고 응수했다.

이에 이 의원은 “김종원 이사장을 사기사건 피해자로 분류해 압수수색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아 증거인멸시간을 주었다. 사건 배당 이후 축소수사한 의혹이 짙다. 청와대에서 수사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냐”고 추궁했다. 명동성 지검장은 “(수사를 맡은) 금융조사2부는 중앙지검에서도 실력 있는 검사로 짜여져 있고 의혹 없이 최선을 다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으나, 이춘석 의원은 “청와대 실세나 이재오 전 의원 연루 의혹 등을 한점 의혹 없이 수사해 달라”는 당부로 마무리하는 데 그쳤다.

김옥희 공천비리사건이 터진 직후, 몇몇 언론들에서조차 과거 비슷한 공천비리 관련 사건들이 특수부 등에 맡겨진 것과 달리 이번 사건이 금융조사부에 맡겨진 것과 관련해 처음부터 사기혐의에 초점을 맞춘 축소수사라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이 이에 대해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한편 이춘석 의원은 오후에 이어진 질의에서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씨의 주가조작의혹 사건과 관련해, “내사과정에서 청와대가 ‘별다른 혐의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한 것과 이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씨가 ‘사위를 믿는다’고 한 것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냐”고 묻자, 명동성 지검장은 “혐의를 살펴보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는 답변으로 빠져 나가기도 했다.

손범규 의원 “대통령ㆍ영부인ㆍ청와대ㆍ한나라 연루 없는 김옥희 씨, 단순사기일 뿐

한편 이 의원과는 달리 손범규 의원(한나라당, 경기 고양시 덕양갑)은 ‘김옥희 사건’이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명 지검장을 상대로 궁색한 추궁을 이어갔다. 손 의원은 “김옥희 씨가 대통령이나 영부인에게 사건 직후 연락하거나 통화한 적 있나?” “김옥희 씨가 청와대에 출입한 적이 있나” “24억여원이 어느 계좌에 들어갔다 나온 적이 있나” “한나라당 공천 관계자 등에게 공천을 부탁하거나 금품을 제공한 적이 있나” 등의 질문을 연속해서 퍼부었다.

이에 명동성 지검장이 “수사팀에서 다 조사했지만 그런 사실은 없었다”고 답변하자, 손 의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결과가 나온 게 없다면 대통령 친인척이 관련돼 있다고 하더라도 단순사기범죄밖에 안된다”며 결론을 내렸다.

박지원 의원이 제시한 <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 > 슬라이드 화면


박영선 의원 “본인에 통보도 없이 이메일 압수수색 하나”
명동성 지검장 “본인 통보한다” 했다가 “상당부분 법원의 통제 되는 줄 알았다”

박영선 의원은 “본인의 이메일이 압수수색된 후에 이걸 본인에게 통보 안했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라고 포문을 연 뒤, “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이메일 서비스업체와 통신회사 등을 상대로 실시한 압수수색·통신감청·통신자료 제공 등 이른바 ‘통신제한조치’ 건수가 33만7755건으로 나타났다. 이메일의 내용까지 들여다보는 이메일 압수수색의 경우 네이버와 다음만 해도 올 상반기에만 3306개 계정에 대해 이루어졌다. 이메일 압수수색의 경우에도 본인에게 통보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명동성 지검장에게 “전자메일 수신인 또는 발신인의 알 권리, 통신의 자유 등의 기본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헌법재판소의 유권해석까지 들이댔다.

이에 대해 명동성 지검장은 “개인에게 통보한다”고 답했으나, 박 의원은 “검찰 관계자는 ‘이메일의 경우 서버관리자에게만 통보가 되고 실제 이메일 주고받는 당사자들에게는 통보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는 검찰이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 반격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서버가 있는 이메일의 경우 압수수색을 막 하는데 미국 등에 서버가 있는 경우 압수수색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은 뒤 “만약 한국에 서버가 있는 경우에만 했다만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고 역차별”이라며 다시금 따져 물었다.

명 지검장은 “이메일 압수수색 등은 법원의 통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상당부분 통제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박 의원의 얘기를 헤아려 그런 부분도 더 검토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꼬리를 내리며 더 이상의 추궁을 피해갔다.

최병국 의원 “민주화, 인권, 노동자 복지 등 문구쓰는 체제전복세력, 철저히 수사하라”

김영삼 정부 때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낸 최병국 의원(한나라당, 울산 남구갑)은 “업무보고에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더라. 근래 다시 강조되어 반갑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자유민주주의, 질서확립 등의 말이 나오면 수구, 보수라는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공안업무 종사자들이 주눅이 들었다”며 “지금 단순 좌파가 아니라 종북세력들이 활개치고 있는데, 그동안은 수사 않고 뭐했나. 그러니 눈치보고 있다가 정권 바뀌니 수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거다. 남북선언실천연대는 왜 이제야 수사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명동성 서울지검장은 “그런 요소들이 있었다”면서 “실천연대는 증거를 못 찾다가 최근 수사에서 몇 가지를 찾았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이어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어떤 후보의 현수막에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선거법 위반과 관계가 없나? 인터넷 상에서 국가 원수에 대해서 암살단을 모집한다는 보고를 받은 적 있나? 거기에 대해서 어떤 조치가 있었나”라고 묻기도 했다. 또 공안인력의 증원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주화, 인권, 노동자 복지 등의 미사여구를 사용해 체제전복을 시도하는 많은 세력이 있으니 철저히 수사하라”며 공안검사 출신 특유의 색안경(?)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춘석 의원 “’YMCA 눕자행동단‘ 등에 가해진 경찰 폭력에 대해 수사 의지 있나?
명동성 지검장 “해당 경찰부대에 대해 경찰이 먼저 수사해야 하는 어려움(?) 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 30분에 다시 열린 국감 후반전은 그야말로 밋밋한 ‘뻥축구’를 보는 듯했다. 자신의 질의순서가 아닌 의원들이 적지 않은 탓도 있었으나, 야당 의원들의 공세도 날카롭지 못했고, 그나마 몇 안 되는 공세적 질의조차 피감기관장들마다 특유의 스타일로 빗겨나가기 일쑤였다. 

이춘석 의원은 촛불 시민에 대한 수사와 비교할 때 경찰 폭력에 대한 편파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YMCA 눕자행동단’에게 가해진 경찰 폭력에 대해 수사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명동성 지검장은 “해당 경찰부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경찰이 먼저 수사를 해온 것을 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경찰 폭력을 경찰 스스로가 수사해 오도록 한다는 검찰의 발상도 이해가 가질 않지만, 더 황당한 것은 피조사자의 범법행위를 입증해 처벌해야 할 수사기관이 거꾸로 구체적인 범법행위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명 지검장의 답변이었다. 피의자의 범법행위를 밝혀내는 것이 ‘수사’라고 볼 때, 명 지검장의 발언은 검찰 스스로가 수사기관임을 포기하며 무책임을 드러내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춘석 의원은 이어 오마이뉴스 보도를 들며 ‘국정원이 국내기업을 상대로 시민단체 후원내역을 조사한 사실’과 관련해 김 고검장과 명 지검장 모두에 이같은 조사가 국정원법 위반 여부를 물었느나, 명 지검장은 “그 보도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며 또 다시 즉답을 피해갔다.

한편 주광덕 의원은 22일까지 ‘2005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의 NGO들에 대한 정부ㆍ기업 후원금 횡령 관련 수사실적’ 자료를 내놓으라 요청하기도 했다.

최병국 의원 “최근 무죄판결 속출하는데 검찰은 자존심도 없나”
홍일표 의원 “국민들에 법원과 검찰이 싸우는 모습 보일 필요 없어”

이밖에도 최병국 의원은 “검찰의 공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사례가 지나치게 많다며 검사들 스스로도 창피해야 할 일”이라며, “자신도 검사 출신이지만, 당시에는 ‘무죄검사’라며 (검찰 내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판사들에게 얼마나 얕보였으면 무죄판결이 쏟아지나? 검찰은 자존심도 없나?”라고 말해 전날 서울중앙지법 국감에서 홍일표 의원이 내뱉은 문제의 발언(“젊은 판사들을 선배판사들이 자주 만나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에 이어 사법권 독립의 원칙을 가벼이 여기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홍일표 의원은 자신의 오른쪽에 앉았던 최병국 의원이 자리를 비운 가운데 2차 보충 질의를 통해 “자신은 최 의원과 생각이 다르다”며 “국민들에게 법원과 검찰이 싸우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 서로 자존심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나?”라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주광덕 의원 “촛불시위 여성피의자 브래지어 탈의, 검찰은 감찰권 행사 제대로 하라”
노철래 의원 “6개기관 합동수사 TF에 기소권 준다는데 공안정국 조성하나”
박지원 의원 “검찰은 증권가 찌라시 가지고 수사하나”
주성영 의원 “국가 기록물 유출, 노 전 대통령 꼭 불러서 조사하라”

촛불시위 여성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사건과 관련해 주광덕 의원(한나라당, 경리 구리)이 “경찰이 어떤 근거로 속옷을 탈의시킨 것이냐”는 물었다. 이에 명동성 서울중앙지검장이 “모르겠다”고 답하자, “그렇게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 어떻게 법률가가 그 근거를 모르느냐”며 피조사자에 대한 인권 존중 차원에서 검찰이 감찰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맹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노철래 의원은 검찰, 경찰, 국정원, 공정위, 국세청, 기무사 등 6개기관의 합동수사TF 구성 계획에 대해 “검찰의 공안수사능력을 못 믿기 때문 아니냐”며 “기소권도 준다는데 공안정국을 조성하려는 것이냐”고 따졌다. 김영수 서울고검장은 “기소권을 주는 계획은 없고, 또 구성하기로 확정된 것도 아니며, 별도의 조직을 새로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며 “운영상 수사 효율성과 인권보호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지원 의원(민주당, 전남 목포)은 최근 안재환ㆍ최진실 씨 자살사건으로 특별단속대상이 된 증권가 사설정보지(일명 ‘찌라시’)와 관련해 자신이 검찰수사대상이 되었을 당시 사례까지 들며 검찰이 사설정보지를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주성영 의원(한나라당, 대구 동구갑)은 ‘국가 기록물 유출 사건’과 관련해서 “검찰이 주저하고 있는것 같은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꼭 불러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답하던 명 지검장의 목소리가 한때 작아지자, “우리 지검장님, 불리한 얘기는 잘 안 들리게 말씀하시네”라고 응수해 국감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오후 4시 17분경에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국감장을 찾는 바람에 장내가 술렁이기도 했다. 이날 국감은 오후 7시 정각에 마무리되었다.

제대로 된 국감 통해 국회를 국회답게 만들어야

앞서 검찰 관계자의 말처럼 피감기관이 국정감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국회의 가장 큰 존재 이유인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조차 무색해질 판이다. 가뜩이나 거대여당이 지배하고 있는 국회인 터라 국회 무시의 도를 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모습에 ‘국감 무용론’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여름 촛불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들불을 이루며 널리 확산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연이은 실정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에게조차 기대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언제든 ‘거리의 정치’는 부활할 수 있다. ‘거리의 정치’가 되살아남은 야당들조차 국정파탄의 책임에 따른 비판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뜻한다. 남은 국감이 국회를 국회답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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