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15-04-28   7261

[특강후기] 전수안 전 대법관에게 듣는다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가?”

참여연대 판결비평 모음집 <공평한가?> 출판기념

전수안 전 대법관 초청 특별강연

전수안 전 대법관에게 듣는다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가?”    

2015년 4월 28일(화) 오후 7시,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판결비평 모음집 <공평한가? 그리고 법리는 무엇인가>출판 기념행사로 『전수안 전대법관에게 듣는다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가?”』특별 강연을 열었습니다. 강연자인 전수안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직 당시(2006.7~2012.7), 시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고군분투했던 분입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좋은 판결이란 무엇이고, 좋은 판결을 위해 법관과 법원은, 그리고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등 좋은 판결을 위한 전수안 전 대법관의 고견을 들어봤습니다. 강연 후, 이국운 한동대 법학부 교수의 진행으로 이어진 대담 시간에는 전수안 전 대법관의 법관으로서의 고민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오디오 특강 맛보기

 

판결, 법정 밖 광장으로 나오다

 

특강에 앞서, 참여연대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은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소개했습니다. 

 

“2000년 8월, 서울고법은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전자 전환사채발행무효소송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환사채(CB) 편법증여가 문제없다’고 판결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의 판결에 수긍하지 못해, 판결의 정당성을 모든 법관에게 묻고자 그 판결문 그대로 전국의 1700명 법관들에게 다시 보냈다. 2002년에는 1심, 2심 뿐 아니라 대법원 또한 ‘붕대를 감은 미라 복장을 한 1인 시위자는 혐오감을 주었으므로 경범죄처벌법 위반’이라 판결 내렸다. 이 판결에서도 법관들이 느끼는 느낌, 혐오감은 시민들의 느낌, 생각과 동떨어져 있음을 확인했다. 

참여연대 판결비평서 <공평한가? 그리고 법리는 무엇인가>

 

그래서 더 많은 시민들이 판결에 대해 말하고 토론할 수 있게끔 법원의 판결이 법원 내에서 뿐 아니라 여러 사람이 모여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인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2005년, 본격적으로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지난 10년 간 판결비평이 모여 책 <공평한가?>로 만들어졌다.”

 

박근용 협동사무처장으로부터 사법감시센터가 생각하는 좋은 판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의 판결비평을 통해 좋은 판결이란 ‘판결문 안의 결과에 이르는 논리, 근거를 시민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법률가들만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 아니라 판사들에게 사법권을 맡긴 시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 바로 좋은 판결이다.”

 

그렇다면, 과연 34년 동안 법관 생활을 해온 전수안 전 대법관이 생각하는 좋은 판결이란 무엇일까요? 

 

20150428_전수안 전대법관 특강

 

법관과 시민도 소통이 필요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 ‘꽃’

 

전수안 전 대법관은 김춘수 시인의 시에서 ‘하나의 몸짓’도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듯이 좋은 판결이란 “누군가 좋은 판결이라고 이름 지어 주는 것, 좋은 판결이라고 생각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의미는 소송 당사자, 일반 시민 등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현재 우리가 믿고 있는 정의라는 것도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하나의 견해 일 뿐이므로 좋은 판결의 기준과 개념은 명확한 단 한 가지가 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관이 생각하는 좋은 판결과 시민이 생각하는 좋은 판결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전수안 전 대법관은 좋은 판결을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소통’을 꼽았습니다. 

“전통적으로 법원은 국민과의 소통을 금기시 했지만 현재는 개방과 소통, 협업의 시대다. 법원도 소통을 표방하고 있으며, 그것이 판결 외적인 것에만 국한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법관도 ‘나 홀로 판결’이 아니라 시민과 소통에 기반을 둔 판결을 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법관에게 부담을 주는 여론이나 압력이라도 주장하는 내용이 옳다면, 법관에게 압박이 되어도 무방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판결비평의 역할 혹은 시민과의 소통의 목적은 법관이 자신의 법률지식이나 소신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의심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거나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볼 단초를 제공하는 데에 그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법관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전수안 전 대법관은 위에서 강조한 ‘소통’ 또한 법관의 선의를 믿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하며, 좋은 판결을 위한 조건으로 ‘법관에 대한 신뢰’를 꼽았습니다. 

“법원, 법관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재판 당사자가 긍정적,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고 진실을 밝힐 수 있으므로, 더욱 좋은 판결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법관에 대한 시민의 신뢰와 격려가 필요한 이유로 “시민이 법관을 존중하면 법원이 법관을 가벼이 대하지 못하고, 법원이 법관을 존중하면 외부의 힘 있는 세력이 법원을 넘보지 못한다.”고 말하며 시민들에게 법원이 믿고 기댈 수 있는 곳일 때, 그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는 사회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를 인용하며, 법관 개인은 자신의 개별적이고 고유한 양심에 따라 판결하므로, 시민들은 그것을 존중하여 지켜줄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습니다.
“여론이나 다수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것을 객관적 양심이라 본다. 그러나 규범이나 가치선택에 관한 한 다수 여론이 반드시 우월하지는 않다. 따라서 법관인 이상 그 양심의 지향이 보편타당하고 독단적이지 않도록 유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주류와 비주류, 다수와 소수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자신의 양심에 반해 다수의 양심에 따르는 것이 객관적 양심이라고 주장한다면 동의할 수 없다.”

 

좋은 법률이 좋은 판결을 만든다

 

세 번째로 전수안 전 대법관은 좋은 판결의 전제는 바로 좋은 법률이라고 말하며 입법의 중요성을 꼽았습니다.
“좋은 판결을 위해서는 좋은 입법이 첫 째고, 입법이 조금 미흡하다면 법관의 좋은 해석으로 가능하나, 법관의 좋은 해석조차 불가능한 법률은 법관도, 국민도 위헌법률 심판청구를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좋은 판결은 좋은 법관의 임명에서 찾아야 한다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판결을 내리라고 백 번 주장하는 것보다 노동법 전문가를 대법관으로 만들어 보내는 것이 백번 낫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영화 속 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를 인용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판사의 정체성도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법관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혹여나 노동법 전문가 대법관이 진보 측인 것처럼 보여 걱정된다면, 사용자 입장에 정통하거나 고용시장 유연성 주장하는 노동법 전문가를 대법관으로 인선하도록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이다.”라고 말하며 모든 대법관이 모두 진보적 인사로만 채워지는 것도, 보수적 인사로만 채워지는 것도 경계했습니다.

 

현재 대법관 인선 문제에 관해서는 다양한 구성원을 위한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고,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보다는 판사회의의 자문을 구하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라며 현재 대법관 구성과 인선제도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법관도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좋은 판결을 위해서는, 과다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한 근무시간을 줄이고, 법 조문, 판례를 분석하는 공부 외에 ‘다른’ 공부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법관은 기록과 판례, 법률에 파묻혀 인문학, 사회학까지는 아니더라도 헌법, 국제 인권법 등 다른 공부에 할애할 시간이 없다. 낙후된 근무여건은 법관이 세계적 추세와 사회적 변화에 둔감해지도록 만들고 결국 시대에 뒤떨어진 법관과 판결을 양산하는 원인이 된다. 다른 공부와 사유가 가능한 근무여건과 법원 문화 조성이 시급하다.”

 

20150428_전수안 전대법관 특강

 

대담, 대법관으로서의 고민을 엿보다

 

약 50분간 진행된 전수안 전 대법관의 강연 후 이국운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 시간에는 전수안 전 대법관의 법철학을 엿볼 수 있는 더욱 심층적인 질문과 대답이 오갔습니다.

 

먼저, 이국운 교수는 이 날 선고된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 대한 재판 결과를 언급하며 “판결이란 것이 비극의 정점을 이루는데, 과연 이런 비극에서 마지막에 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판사는 좋은 직업인가?”라는 질문으로 대담을 시작했습니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판사라는 직업이 잘 몰라서 한번은 했지만, 알고서 다시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답해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판사라는 역할의 어려움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국운 교수는 전수안 전 대법관이 오늘 강연에서 “의사의 진단에도 진료 기록보다 환자의 얼굴을 보면서 하는 문진, 시진, 촉진이 중요한 것처럼, 대법원의 법률심에서 판결문만 보고 판단하는 것보다 하급심인 사실심에서 판사가 당사자, 증인에게 직접 물어보고 표정, 말투까지도 살펴서 어느 쪽이 진실한 지 아닌 지 판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정확하다.“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하여, “하급심 재판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왜 정작 사실심 법정에 남겠다는 판사는 없고, 모두 대법관이 되고 싶어하는가?“라는 다소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부끄럽게도 그런 생각을 못했다. 당시에는 생각해왔던 가치를 대법관이 되고 난 후에 판결로 펼쳐보겠다는 욕심이 있었고, 소수의견으로 좌절되리라는 걸 어리석게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6년 동안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 겪게 되리라는 것도 예측 못했다.”라고 답해, 그동안 소수의견을 피력해왔던 대법관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평일 저녁 시간이었음에도 오늘 행사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미래에 법조인을 꿈꾸는 로스쿨 학생들은 전수안 전 대법관의 답변 하나하나에 귀 기울였습니다. 

 

전수안 전 대법관은 현장에 있는 참석자들이 바로 미래의 좋은 판결을 위한 조건이 되어 줄 것을 당부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뵌 것이 혹시 인연이 된다면, 어느 해 4월 쯤 다시 뵈었을 때는 여기 계신 분들 중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우선하는 대법원 판례가 나오는데 기여하는 분들도 나오길 바라고, 더불어 이러한 법관을 믿어주고 키워주는 시민들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오늘 강연이 그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20150428_출판기념 전수안 전대법관 특강

 


 

전수안 전 대법관

 

“좋은 판결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대법관들의 균형 잡힌 시각에서 나온다”

    – 전수안 전 대법관 언론 인터뷰 중

 

좋은 판결이란 무엇일까요? 시민이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의 기본권과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판결은 우리들의 권한 밖에 있는 판사들의 것일까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입법권이나 행정권처럼 사법권도 시민의 것이고, 판사의 판결은 시민의 판결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판결비평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 그 10년의 결실을 모아 판결비평 모음집 <공평한가?>를 출간했고, 기념 특강을 기획했습니다.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시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고군분투했던 전수안 대법관을 모시고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지, 좋은 판결을 위해 법관은, 법원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들어보고자 합니다.

 

특강 신청하기>> http://goo.gl/forms/jfWbGa0ZXe

 

참여연대 판결비평 모음집 출판 기념 특강

전수안 전 대법관에게 듣는다 “좋은 판결이란 무엇인가?”

일시 2015년 4월 28일 (화) 오후 7:00-8:30

장소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 (종로구 자하문로9길 16)

문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 jw@pspd.org, 02-723-0666 )

참가비 무료! 선착순 100명! 지금 바로 아래 참가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대기 신청자를 위해 참석 여부에 변동이 생기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 jw@pspd.org  02-723-0666 ) 로 꼭 연락주세요.

 

 

특강 신청하기>> http://goo.gl/forms/jfWbGa0Z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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