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12-12   4666

[2011/11/22 국민참여재판 방청기③] 이성과 상식으로 진실을 판단한다

참여연대는 ‘국민참여재판 함께보기’를 한달 내지 두달에 한번 꼴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업법관만이 판결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들의 ‘상식적 법감정’을 기반으로 판결을 내리는 국민참여재판. 참여연대는 재판을 방청한 분들의 후기를 받아 게시하고 있습니다. 가보지 못한 분들은 글을 통해 재판의 과정을 글을 통해 함께 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보내주신 분들께는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편집자 주)


 


 


 


2011년 11월 22일 국민참여재판 방청후기 III


 


참여연대 인턴 이진호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입장한 법정 안. 다소 소란하긴 했지만 공기만은 무거웠다. 처음 들어서서 방청석에 앉은 내 눈에 좌측에 앉아있던 두 명의 검사와 우측의 피고인 측 변호사 두 명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판사를 제외하고는 한 사람의 인생을 전혀 다른 쪽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단 네 사람.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번 재판에 임하는가, 단지 항상 하던 것일 뿐인가, 아니면 진정 여러 개의 사실 속에 깊숙이 숨어있는 진실을 찾아 낼 것인가.


 
보안요원의 안내에 뒤이어진 판사의 입장으로 소란했던 분위기마저 급격히 엄숙해졌고 뒤이어 피고인이 입장했다. 절도사건이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피고인이나 자세한 사건경위 등을 몰랐던 나는 죄수복을 입고 약간은 상기된 표정으로 입장하던 피고인의 모습이 마치 정지화면처럼 크고 깊게 다가왔다.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사건의 개요를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을 이용하여 배심원들에게 설명하는 변호사와 검사, 그리고 조용히 그리고 약간은 두려운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피고인. 그는 왜 이곳에 있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자신이 신청한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본래 원하던 것을 이룰 수 있을까.


 
국민참여재판은 기본적으로 국민 중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서 양형 혹은 판결에 평의와 평결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서 법적 논리만이 아닌 배심원의 상식적 법감정으로 그 합리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다. 
 


법을 적용할 때 고려되기 쉽지 않은 것들


 


형사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피고인은 법조문으로만은 설명되지 않는 당시 제반사정과 처해진 환경, 심리적 상태를 일반인인 배심원에게 호소함으로써 논리적 판단에 더해 감성적 판단으로 형을 감경하거나 판결에 있어 선처를 구할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의 피고인은 83년생으로 생후 며칠 지나지 않아 버려져 양부모에게 키워졌고, 고등학교 때 처음 본인의 입양사실을 알게 되어 그 후 이어진 방황으로 수차례에 걸쳐 절도행각에 빠져든 것은 성문법의 적용에 있어 고려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고, 피고인 또한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이성적 판단을 통해 선처를 구하고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을 것이다.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자면 피고인은 변론에서 태국마사지 업소에서 카운터직원이라는 점을 이용, 보조키를 사용하여 외국인피해자의 라커에 들어있던 지갑에서 한화 70만원 상당의 일본화폐를 절취한 혐의는 인정하지만 그전의 절도행각과 수법이 다르다는 점을 이용하여 상습절도를 부정하고 양형에 있어 선처를 구하였다.  
 


재판의 쟁점은 그 동안 행해진 절도행각과 당 사건과의 상습성 인정여부로, 피고인은 이전부터 빈집털이나 동거녀의 카드를 절취해 현금서비스를 이용한 것 등의 절도를 저질렀는데 검사측은 이전 범죄가 모두 절도였던 점과 그에 따른 범행의 습벽을 인정하여 특가법을 적용하여 6년형을 구형하였고, 피고 측 변호인은 그전에 행해진 절도행위와 이번사건을 비교하여 범죄수법의 차이나 이전범죄와 이번 범죄간의 기간공백 등을 고려해 그 상습성을 부인하여 형량을 감경하려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동안의 수차례 이루어진 절도행위사실로 미루어 보아 이번사건과의 상습성은 인정할 수 있었지만, 6년이라는 형은 그 죄질과 피해자의 피해정도에 비추어 보면 너무 과도한 것이 아닌가하고 생각되었는데 결론적으로 후에 공개된 판결문에 따르면 역시 법원은 상습 절도의 죄는 인정하나 작량감경을 하여 징역3년을 선고하였다.


 


선고형의 결정에 있어서 피고인이 절취 범행 자체는 인정하면서 반성하고 있는 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비록 전과가 많기는 하지만 피고인의 나이가 많지 않아 지나치게 장기간 수형생활을 하는 것은 오히려 피고인의 갱생에 저해가 될 수도 있는 점, 피고인이 이 법정에서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판결문에 명시하였고 배심원의 판결도 검사의 구형과 달리 3년형 혹은 4년형을 양형의견으로 제시하였는데, 나타난 대로 만약 배심원이 평의와 평결에 참여한 국민참여재판이 아니라 일반 형사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 국민참여재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사건이었다.



판결까지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해서 선고시의 피고인, 판사, 검사, 변호사, 그리고 배심원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는 없었지만. 미루어 보건대 참가자 모두 국민참여재판의 효용을 일응 알게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피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 되길


 


범죄 행위를 단지 법조문의 적용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그당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사회적 배경 또는 환경을 배심원에게 호소함으로서 눈앞에 보여지는 범죄행위자체 뿐만 아니라 뒤에 숨겨진 뗄래야 뗄 수 없는 사건의 그림자까지 고려하여 판단한다는 점에서 후에 있을 오판이나 사회적 인식과의 괴리를 피할 수 있는 실효성이 있다 하겠다. 물론 배심원으로 대표되는 일반인의 이성적 법감정을 교묘히 악용해 형을 감경하려는 악용시도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러한 역효과보다는 법조문이 구분해 내지 못하는 부분을 배심원의 판단으로 보완해 준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후변론에서 그동안 경호업체에 취직했었지만, 신원조회 후에 전과자라는 이름으로 합격이 취소된 일, 소년범으로 수감된 후 시각장애인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점자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선처해준다면 이후 기술을 배워 성실히 살겠다는 다짐을 하는 피고인을 보며 후에 그의 인생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법관들뿐만이 아닌 일반 사회의 대표자 격으로 참가한 배심원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후회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죄는 미워할지언정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그의 인생에 좋은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이후에도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통해 피의자와 피해자가 모두 수긍할 수 있는 판결이 더욱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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