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309

[05호] 사법에도 도입해야 할 서비스 마인드

좀 황당한 얘기를 하여보자. 그 동안 뿌리가 잘 뽑히지 않고 근자에 이르러 더욱 지능화.대형화하고 있는 탈세, 마약, 폭력사범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예를 들어 이렇게 하면 어떨까. 탈세를 적발한 공무원에게는 탈세액의 절반을 포상금으로 주는 것이다. 탈세액만큼 추징할 수 있게 하여 국고수입을 그만큼 늘어나게 한 공로가 있었으니까. 마약사범을 검거한 민완수사관에게는 압수된 마약을 시가로 쳐 그 중 절반을 포상금으로 주는 것이다. 그 마약이 시중에 유통되어 가정이나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었을 경우의 피해정도를 감안하면 그 공로는 포상금만으로 칭찬하기에 부족하다. 폭력사범의 경우 역시 압수된 장물이 있다면 그 절반을 수훈을 세운 공무원에게 주는 것이다. 주먹세계의 검은 자금이 그들의 세력을 확장하는데 자양분이 되고 있음을 생각해 보라. 공무원 개인에게 주는 것이 뭣하다면 그가 소속된 단위조직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컨대 첨단 마약수사장비의 구입이나 새로운 수사기법도입을 위한 수사관 해외연수 확대, 신명을 바쳐 일하다 목숨을 잃거나 장애자가 된 공무원의 가족들에게 생계비 보조나 장학금으로 지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그러면 그 동안 위와 같은 고질적인 범죄들이 소탕되지 않은 것이 공무원의 나태함 때문이란 말이냐고 반론을 제기할 것이고 또 점잖은 공무원들을 모두 돈의 노예로 만들 셈이냐고 질책할 분도 계실 것이다. 한편으로는 왜 탈세나 마약.폭력사범을 다루는 공무원에게만 혜택을 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분은 다 좋은데 도대체 그들에게 돌아갈 예산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 반론들은 모두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꼭 그런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다. 요즈음 공무원의 사기가 건국이래 가장 심각할 정도로 저하되어 있다 하기에, 그리고 정부부문의 부진이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대만이나, 말레이지아, 심지어 중국보다 뒤지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세우고 있다는 사뭇 심각한 공식보고가 나오고 있기에 뭔가 변화와 쇄신을 위하여 공공부문에서 분발을 해야 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 짧은 글에서 정부의 서정쇄신작업이나 개혁정책에 대하여 왈가왈부할 뜻은 추호도 없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는 사람"이고 사람을 움직이는 데에는 "채찍"만으로는 되는 것이 아니기에, 국가경쟁력의 위기가 운위되는 이 시점에서는 그 "사람"을 변혁시키는 "당근"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요체는 공무원의 사기진작을 위해 인센티브제도를 과감히 도입하고 공공부문도 서비스 산업의 일영역이므로 개개의 공무원으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국민의 생활을 더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인가"하는 서비스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일이라고 본다

다소 부적절한 예가 될지 모르지만 필자가 자주 처리하고 있는 선박의 가압류사건에서 처럼 시간(아니, 심정적으로는 '초'다)을 다투는 사안이 들어오면 법원은 한밤중이나 휴일에도 가압류결정을 내리고 집달관 역시 야간 휴일집행을 마다 않고 일나가는 분위기가 되면 정말 좋을 것이다. 가압류결정을 받는 데에는 공탁을 먼저 해야 하는데 입회계장도 없고 은행도 쉬고 보증보험회사도 쉬고 공탁공무원도 쉬기 때문에 휴일의 공탁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그러나 법문상 담보 제공 없이도 가압류명령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아니 사실은 무담보가 원칙이다) 관례에 구애되지 말고 변호사의 보충설명을 듣고 판사 혼자서 가압류결정문을 발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집달관 역시 선박가압류 같은 긴급한 경우에는 집에서 쉬는 중에도 밤이나 휴일 구분 없이 언제든지 집행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이와 같은 특별서비스를 제공받는 민원인에게는 특별할증수수료를 부담토록 하여 그로써 공무원처우개선기금으로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피를 말리는 시간 싸움에 말린 민원인에게 배당된 재판부가 운수 사납게도 재판중이거나 현장검증 나가 부재함으로써 금쪽 같은 시간을 속썩이면서 허송해야 하는 서글픈 심정을 법원은 과연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집달관이 남아돌지만 배당 받은 부서 소속 집달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행을 거절하거나 요행히 배당 받은 부서에 집달관이 있어도 선약이 있어 바쁘다고 핑계대는 집달관을 달래기 위하여는 부득이 급행료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알고 계시는지. 이로써 그 민원인은 꼼짝없이 범법자가 되는 것인데 이렇게 수요와 공급의 부조화를 양성화하여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은 진정 없는 것인지. 법원과 검찰이 처리하는 사건들 중 시간을 다투는 일이 오직 선박가압류에 한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이들 사건을 처리하시는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신 것이고 더 좋게 개선하는 방법과 수단을 갖고 있는 분들도 그분들이다.

김창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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