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규정들, 전면적으로 손봐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규정들, 전면적으로 손봐야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대법원에서는 요즘 9월에 퇴임하는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 한창이다. 지난 달 24일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회의를 열고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과 윤남근 고려대 로스쿨 교수, 이성호 서울중앙지법원장을 후임 대법관 후보로 추천했다. 대법원장은 조만간 이 3명의 후보 중 1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도외시한 후보 추천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많다. 대법관이 현직 판사들의 승진코스가 되어서는 안 되며 법원 밖의 법조인들 중에서 대법관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충원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명의 후보는 모두 판사 출신이다. 권순일, 이성호 후보는 현재 법원행정처 차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이라는 법원 행정 일을 맡고 있는 현직 고위법관이고 윤남근 교수도 20년간 판사생활을 하다가 지난 2007년에 로스쿨로 자리를 옮겼으므로 학계 출신이라기보다는 판사 출신에 더 가깝다.

 

특히 이번이 임명 시에 최초의 학계 출신 대법관으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을 뽑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나마 한 자리로 명맥을 유지하던 학계 출신 대법관 몫도 아예 사라지는 셈이다. 또한 양 대법관의 퇴임 후에는 13명의 대법관들 중 변호사 출신 대법관 1명 이외에는 전원이 현직 판사 중에서 대법관이 된 분들만 남게 된다.

 

한 언론기관의 분석에 의하면 1980년 이후 대법관으로 임명된 85명 중 81.2%인 69명이 현직 판사 출신이고, 임명시 현직 판사가 아니었던 대법관은 검사 9명, 변호사 6명, 법학교수 1명 등 16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다양성이 결여되어도 한참 결여되어 있다. 평생 판사로만 살아온 분들로 대법원을 구성하면 대법원 판결에 다양한 국민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반영되기 어렵다.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결은 법원 안 뿐만이 아니라 법원 밖의 목소리와 시각도 담아내면서 큰 안목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정책법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생을 민·형사 사건 중심의 재판 업무에만 매달리던 분들로 대법원이 구성되다 보면 대법원 재판에서 다양한 입장의 치열한 논쟁이 있기 힘들고 따라서 정책법원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시민사회나 국민 여론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이다. 이번에도 이러한 요구에 대법원이 귀를 막은 셈이다. 

 

그러면, 왜 다양성이 결여된 대법관 후보 추천이 반복되는 것일까? 대법원장의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필자는 대법원장이 제청할 대법관 후보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상의 문제점에도 원인이 있다고 믿는다. 우선 이 위원회의 구성에 법조인의 비율이 70%로 너무 높다. 법원조직법에 의해 10명의 위원 중 7명이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 대한변협회장 등 법조삼륜을 대표하는 현직 법조인들로 채워지게 되어있다. 이래서는 국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보다는 법조인들이 미는 법조계 인사가 대법관 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대법원 스스로가 만든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에서 발견된다. 이 규칙규정들에 의하면 후보 천거와 심의의 전 과정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심지어 천거인이 이를 깨고 위원회에 후보를 공개 추천하면 심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투명성과 거리가 먼 이러한 밀행적 후보추천 과정에 국민들의 목소리는 애시 당초 반영될 수 없는 구조다. 또한 다른 개인이나 기관의 추천 없이 대법원장 스스로가 추천위원회에 후보를 제시할 수 있게 한 조항도 있다. 이에 기초해 이제껏 관행적으로 대법원장이 3명 정도씩을 위원회에 후보로 제시해왔고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의 대부분이 위원회에 의해 다시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후보로 추천되었다는 후문이다. 이렇게 할 바에 대법원장이 직접 후보를 제청하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왜 만들었는지 반문하게 되는 대목이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에 국민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담아보자는 위원회 구성의 민주적 취지가 무색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규칙규정을 전면적으로 손보고 위원회를 원래 취지대로 한시 바삐 돌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2014년 8월 4일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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