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사법부의 실질적 변화 이끌 대법관 후보들인지 의문

‘대법관 구성 다양화’ 요구에 부합하는 적임자인지 철저히 검증해야  
추천위 구성 바꾸고 공개적 후보천거 가능하도록 법규 개정해야


지난 21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다음달 20일 퇴임을 앞둔 김지형ㆍ박시환 대법관의 후임자로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사진 왼쪽)과 박보영 변호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다. 우리는 김지형ㆍ박시환 대법관이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성과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담아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사법부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양 대법원장이 제청한 김용덕 차장과 박보영 변호사가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대법관으로 적임자인지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아울러 추천위의 구성과 운영, 후보 추천 모두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는 법원조직법과 대법원규칙의 개정을 촉구한다.

이번 대법관 인사는 이제 막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과연 사법부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추천위가 추천한 대법관 후보에 김용덕 법원행정처 차장을 비롯해 지난 8월에 퇴임한 구욱서 전 서울고법원장까지 사실상 5명의 후보자를 법원장급 고위 법관으로 채웠고, 조재연ㆍ박보영 변호사 등 비서울대 출신이거나 여성인 법조인도 후보에 포함되긴 했지만,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성과로 평가되는 김지형ㆍ박시환 대법관에 이어 사법부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인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등 최고법관이 법관 인사의 정점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종래의 기수ㆍ서열ㆍ남성ㆍ고위법관 중심의 인선기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결국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재임중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사회적 요청이 받아들여졌고, 그 결과로 사법부의 판단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난 게 사실이다. 이 전 대법원장 재임 중 전원합의체 판결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대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된 판결보다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으로 나뉜 판결이 많고 각 의견 내에서도 다양한 소수의견이나 별개의견이 개진된 판결이 대폭 늘었다. 국가보안법ㆍ집회시위ㆍ노동ㆍ환경 관련 사건 등 이념 성향이 드러나는 사건의 판결들에서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이번 추천위의 후보 추천에 이은 양 대법원장의 후보 제청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한 사법부의 변화를 담보할 수 있는 인사인지 다소 의문이다. 양 대법원장이 제청한 김용덕 차장과 박보영 변호사가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담아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치고 사법부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뚜렷한 의미를 남긴 판결과 활동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는 추천위의 구성과 운영, 후보 추천 모두 폐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만들고 있는 법원조직법과 대법원규칙의 개정을 촉구한다. 지난 7월 개정된 법원조직법 제41조의2에 따르면, 추천위원에는 과거 자문위 때와 마찬가지로 선임대법관, 법원행정처장,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 등 법원 내 인사 3명에, 대통령이 임명하는 법무부장관까지 포함된다. 사실상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의중에 따라 대법관 후보 추천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의지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물론, 사법부의 독립까지도 담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따라서 대법관 인사에 보다 폭넓은 각계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추천위원 구성을 규정한 법원조직법 관련조항을 개정해 법원 내 인사를 최소화하고, 법무부장관 또한 추천위원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추천위 규칙에 따라 각계에서 대법관 후보를 천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정작 공개적으로 천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의 대법원규칙 또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대법관 후보 천거를 비공개로 하도록 한 이 관련 규칙은 대법관 후보군들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와 검증에 걸림돌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추천위 활동 자체를 폐쇄적으로 만드는 구시대적 법규다. 가뜩이나 국민들이 직접 뽑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사법부다. 지난 7월 법원조직법 개정을 통해 추천위가 과거 자문위와 달리 법적 지위를 분명히 갖게 된 만큼 그에 맞는 규칙 개정을 통해 양 대법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국민과 소통하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앞서도 강조한 바와 같이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과 제청은 양 대법원장이 이끌어갈 사법부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첫 인사다. 그러나 이미 추천위가 추천한 후보들 모두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한 사법부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들인지 의문스럽다. 따라서 우리는 양 대법원장이 제청한 김용덕 차장과 박보영 변호사에 대해서 사법부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대법관으로서 적임자인지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통해 철저히 검증할 것이다.

201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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