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검찰개혁 2020-11-09   1330

‘누가’ 공수처장이 되느냐보다 ‘어떤’ 공수처장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당신이 원하는 공수처장은? 시민이 원하는 공수처장의 자질을 확인하는 설문 11/10까지

마지막 관문, 공수처장 추천과 임명

‘우당탕탕 검찰개혁, 공수처 만들기’라는 게임이 있었다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다. 깰 수 있는 퀘스트를 줘야 게임 맛이 살지, 해결될 기미도 뚜렷한 돌파구도 없는 미션만 계속된다면 그 게임은 재미없게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은 ‘우당탕탕 검찰개혁, 공수처 만들기’가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다. 재미로 하는 게임이 아니라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을 위해 만든 법이라 계속 진행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뒤를 돌아볼 정도로는 걸어왔다. 작년 말 23년만의 공수처법 통과를 시작으로 공수처 설치를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인 ‘공수처3법’의 완성, 그리고 마침내 구성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눈 앞의 퀘스트가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이것이 최종 빌런일 것이라고 희망을 걸며 전진했다. 이는 특정 정치인·정당의 의지도, 천재지변이라는 우연에 의한 것도 아니다. 오직 시민들의 힘이라는 ‘치트키’가 캐리한 결과다.

공수처장 임명은 공수처 설치를 위한 거의 마지막 관문이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서 추천한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선정하는 방식으로 임명된다.

국민의힘의 발목잡기가 공수처의 중립성을 증명했다

공수처법이 시행되고 공수처장후보추천위가 구성되기까지 무려 100일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총 7명으로 이루어진 추천위에서 당연직 3명을 제외한 4명을 여당과 야당 교섭단체가 각각 2명씩 추천해야 하는데 야당 교섭단체인 구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추천을 미뤘기 때문이다. 추천위원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여럿있었지만 제대로된 명분은 없었다. 그저 공수처가 설치되는 것이 싫어서, 그것을 방해하고자 부리는 억지와도 같은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고 방해하는 국민의힘의 억지가 100일씩이나 통했다는 그 사실이 공수처의 중립성을 오히려 입증해주었다는 것이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180석의 여당도 공수처 설치를 맘대로 할 수 없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임명권자인 대통령도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없다. 검찰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공수처에게 기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첫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역시 이 점에 있다. 

공수처장 한 명을 선정하기 위해 후보를 추천할 추천위원을 또 추천하는 식의 복잡한 제도를 국회에 만들어놓았다는 것은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는데 있어 공수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공수처에 걸맞은 인물을 찾기 위해서는 그 절차 역시 민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밀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절차가 아무리 민주적이고 독립적일지라도 어떤 내용과 기준을 가지고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는지 알 수 없다면 그 모든 절차가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법과 추천위 규칙에는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나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고 추천위 회의는 비공개하도록 되어 있다. 시민들의 요구로 만들어진 공수처인만큼 공수처장의 자질이 공론의 장에서 논의되어야 함에도 대다수의 시민들은 어떤 기준으로 어떤 의사결정을 거쳐 공수처장 후보가 추천되는지 알 수 없다. 

특정 정치세력에 좌우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 만큼 추천위는 자신의 결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밀실 안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책임성은 반드시 투명성을 수반해야 실현될 수 있다.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어떤 기준이 세워졌는지, A위원은 왜 저 사람을 후보로 추천했으며 B위원은 무슨 근거로 그 사람을 반대하는지의 논의 과정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논의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단순히 일방향적인 정보제공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추천위는 시민이 원하는 공수처가 어떤 모습인지, 그 모습을 실현하기위해 어떤 공수처장을 추천해야 하는지 늘 예의주시하며 반영해야 한다. 벽을 유리로 만들었다고 해서 밀실이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원하는 공수처장은?

이제 불투명 시트지 같은 추천위에 따지러갈 예정이다. “당신들이 정해놓은 기준은 무엇이냐,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다!” 알려주러 갈 생각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공수처장의 자질을 묻는 긴급 설문조사.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이라는 공수처 취지의 걸맞은 공수처장이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지, 절대 가지고 있으면 안 되는 결격사유는 무엇인지, 지금 바로 떠올린 공수처장 후보는 누구인지 시민들의 생각을 모아보고자 한다. 

추천위 2차 회의가 진행되는 11월 13일에 시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11월 10일까지 설문을 진행하고 이후 기자회견과 함께 설문 결과를 추천위에 전달하고자 한다. 시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답변도 받아내고 싶다. 그러려면 많은 시민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 이만큼의 시민이 설문 결과의 배후에 있음을 보여줘야 힘이 실릴 것이다. 

 

‘누가’ 공수처장이 되느냐보다 ‘어떤’ 공수처장이  중요하다, 라는 질문으로 시민들의 대화가 이어지고 그 대화가 추천위에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설문을 널리 퍼뜨리자. 떠들썩하게 떠들어대자. 어떤 복잡한 절차가 있더라도 시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주장하자. 공수처장은 결국 시민이 결정한다. 그래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공수처장은? 설문 [바로가기]

설문 결과는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 범죄 척결이라는 공수처의 취지에 걸맞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촉구하는 참여연대 기자회견(11/11 예정)에서 발표되고, 추후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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