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11-05-31   4524

[2011/05/26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한 사람의 죄는 온전히 그 사람만의 몫인가

[2011/05/26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한 사람의 죄는 온전히 그 사람만의 몫인가

 

                                  김원욱(로스쿨 준비생,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자원활동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서둘러 집을 나와 오전 10시경 모였다. 상호소개와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였다. 영화시나리오 작가, 일반 직장인, 재판 준비인, 나와 같은 로스쿨 준비생 등 다양한 분들이 모였다.  간단히 이야기를 마친 후 417호 법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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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죄는 온전히 그 사람만의 몫인가.

 

한 사람의 죄는 온전히 그 사람만의 몫인가. 오늘 재판을 보고난 후 계속 머리속을 맴도는 생각이다.
오늘 국민참여재판의 피고는 전과5범의 32세 청년이다. 전과는 모두 절도다. 자전거, 노트북, 카메라 등을 상습적으로 훔쳐 이제는 일반 형법이 아닌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되었다. 특가법상의 상습절도는 6년에서 무기의 징역형이다. 재판부의 재량으로 절반을 깍는다해도 징역 3년이다. 정상이 참작되지 않으면 중형을 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후에, 새로 개정되어 10월 1일부터 적용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는 일반상습/누범절도는 2년에서 4년이 기본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10월부터 적용이기 때문에 오늘 피고에게는 해당사항은 아니었다.
이러한 내용만 본다면 몇 천억을 횡령한 재벌총수의 비리 사건이나, 최근 인구에 회자되었던 연예인들의 사건에 비해 흥미가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면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검찰은 이러한 상습적인 범죄 습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번 사건의 범죄 증거와 전과에 대한 판결기록을 가지고 나와 배심원들에게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변호사 측에서는 이미 범죄 사실을 인정한터라 무죄를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최대한 형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약혼자가 오피스텔 보증금을 빼 피해를 변상하여 합의서를 작성하는 등 범죄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설명하고, 또 절도의 습성이 피고인의 잘못도 있지만 불우했던 성장 환경에 기인했던 면이 있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만일 불우한 성장기를 보내던 피고인에게 사회적 관심이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지경에 처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이다.
피고인도 차후에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본인뿐 아니라 그의 약혼자도 함께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보이기도 했다.

또 변호사는 절도죄의 양형이 너무 중하다는 점을 들어 배심원들의 온정을 구했다.  과거에는 절도가 피해자의 운명을 바꾸고 가세를 좌우할수도 있는(소 판 돈, 계돈, 집문서 등)큰 범죄가 될수도 있었지만, 요즘같은 신용사회에 지갑에 현금은 10만원 이상 가지고다니지않는 현실에 보면 양형기준이 너무 세다는 것이다. 배심원들도 충분히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결국 법원이 내릴수있는 최소형(3년)이 내려졌다는 결과를 참여연대를 통해 들었다)

 

국민참여재판에는 들어줄 사람이 있다

 

우리가 살면서 어찌보면 사소한 잘못으로 인해 국가로부터 과도한 형벌을 받게 된다면 얼마나 억울할 것인가. 사람들의 법감정을 제대로 담고 있지 못한 법률로 인해 중한 처벌을 받는다면 느끼게 될 소외감은 얼마나 클 것인가.

이러한 사법체계 상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국민참여재판의 순기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재판이었다면 마치 수학공식을 이용해 답을 구하는 것처럼 여러 법적 요소를 기계적으로 계산해 ‘징역 몇 년’이라는 결론을 얻었겠지만,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일반 보통시민으로 이루어진 배심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사건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측면에서 국민들의 자유와 권리는 보호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고 본다.

한가지 아쉬운 면은 국민참여재판이 아직 법조인들에게는 정착되지 않은 느낌이다.
재판장의 공판 진행은 충분히 배심원을 배려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검사나 변호사에게서는 이러한 배려가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증거자료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이러한 측면에서 피고인의 범죄 사실을 증명한다는 등의 법률적 판단의 전제가 되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고, 최종 변론에 가서야 그러한 내용을 이야기했다. 이런 설명을 증거자료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함께 했었다면 배심원들의 이해를 좀 더 높일 수 있고, 배심원들의 사건에 대한 집중도도 높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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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이 아직 완전하게 정착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현재의 사법 불신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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