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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의가 살아 있는지, 국감에서 따져주십시오.


10월 5일부터 2009년 정기국회의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참여연대는 국정감사 기간동안 정부의 잘잘못을 잘 따지고 잘못을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하는 공개편지를 9월 28일부터 5~6회에 걸쳐 정당의 원내대표나 주요 상임위 위원장 등 국회의원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서민생활안정 대책',  '고용안정 및 일자리 대책', '검찰권 오남용 및 법원개혁', '수사정보기관의 인권침해' 등 국회가 정부를 상대로 꼭 따져물어야 할 주요 과제를 의원들께서 빠뜨리지 말 것을 요청하기 위함입니다. 참여연대는 이보다 앞서 지난 9월 15일에는 '정기국회에서 따져물어야 할 45개 과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검찰, 법무부, 법원 등을 관할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 중에서 조순형 의원님께 각별히 편지를 보냅니다.


조순형 국회의원님께.

안녕하십니까? 의원님.

저는 참여연대에서 사법감시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는 박근용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18대 국회는 물론이거니와 그 이전 국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그 어느 의원들보다도 촌철살인같은 지적을 하시는 모습을 모든 국민과 함께 수없이 보았습니다. 정당을 떠나 법사위 의원들 모두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천성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를 비롯한 이귀남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까지 국민의 마음을 속시원하게 해주고 후보자들의 마음은 뜨끔하게 해주신 그 점에 뒤늦었지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의원님께 제가 이렇게 공개적인 편지를 보내드리게 된 연유는, 제가 하고 있는 사법감시팀의 일과 의원님께서 하고 계신 국회 법제사법위원의 일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시민운동단체 활동가의 입장에서, 그리고 의원님께서는 국민의 대표자 입장에서 법무부와 검찰, 법원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못된 일은 없는지 살펴보고 따지고 바로잡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가진 힘이나 경륜과 지혜는 의원님의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의원님같은 국민의 대표자에게 부탁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정기국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국정감사가 시작됩니다. 의원님께서도 국회 법사위 회의장에서 또는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또는 대법원 대회의실에서 법무부장관과 각 검찰청 책임자, 각급 법원 책임자와 법원행정처장 등을 상대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실 것입니다. 의원님을 보좌하고 있는 보좌관들과 비서관들이 의원님과 함께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각 피감기관을 상대로 어떤 점을 지적하고 바로잡도록 할 것인지 불철주야 수고하고 있을 줄 압니다.
제가 오늘 드리는 편지는 바로 그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가 정부에게 꼭 따져물어야 할 과제’를 전해드리기 위함입니다. 이미 지난 9월 15일 참여연대는 43가지 과제를 발표한 바 있고, 각 의원실로 자료를 보내드렸지만, 다시 한 번 부탁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의원님이 소속된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무부, 검찰, 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등의 국가기관의 업무를 포괄하고 있습니다.
지난 1여년 이들 기관과 관련한 주요 현안들만이라도 잘 해결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치유는 물론이거니와 사회정의는 더욱 바로잡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이들 기관과 관련한 사회현안을 되짚어보면서 몇 가지를 부탁드립니다.


우선, 용산참사 재판과 관련하여 검찰이 수사기록을 법정에 제출하고 있지 않은 일입니다. 이미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에서 지적된 바 있는 사건입니다. 법원의 열람등사 명령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꽁꽁 숨겨놓고 있는 수사기록입니다.
지난 번 인사청문회에 나왔던 김준규 검찰총장은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여서 용산참사 재판의 난맥상을 풀기 원했던 많은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었지만, 검찰총장이 된 이후에는 태도를 확 바꿨습니다. 실망이 이만저만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재판권을 보장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법원의 명령까지 어기면서 수사기록을 안 내놓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꼭 해결해주셨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일은 벌여놓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검찰을 바로잡아주십시오.
아직 최종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지만, 인터넷논객 ‘미네르바 박 모씨’와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애초 수사와 기소단계에서 일반 국민뿐만 아니라 많은 법학자와 법률가들이 검찰이 기소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기소를 강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법무부에서도 검사별로 인사평정을 내리면서 무죄율 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보통 사건들처럼 평가될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전국을 시끄럽게 해놓고서 그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법무부는 아직 2심 재판중이니 언급하지 않겠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2심 재판 등 최종 판결에서도 무죄가 선고되면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꼭 따져주십시오. 참고로 정연주 사건을 지휘했던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지금 법무부 요직중의 요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고, 미네르바 사건을 지휘했던 김수남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올해 초 검사장급인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지금은 청주지검장이 되어 있습니다.

덧붙이고 싶은 것은 법사위의 피감대상 기관중의 하나인 감사원에 대한 것입니다.
감사원은 정연주 사장이 국세청과의 세금관련 소송을 중간에 합의취하한 것을 회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라고 판단했고 이를 해임권고 사유중의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그리고 감사원의 해임권고를 근거로 KBS이사회는 방송독립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연주 전 사장을 해임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소송합의취하가 회사에 손실을 끼친 행위도 아닐뿐더러 회사내부의 충분한 절차와 검토과정을 거친 의사결정이었다고 판결했습니다.
사태를 처음으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감사원은 그들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지 의원님께서 꼭 따져주시기 바랍니다.

또 한 가지 꼭 챙겨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작년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특히 집회 참가 시민들중에 아무런 폭력행위도 하지 않았고 위협적인 도구도 갖고 있지 않던 여대생을 비롯해 평범한 일반 시민들이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강제연행당한 일을 뉴스를 통해 접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얼마 전 서울중앙지검은 ‘미 쇠고기 수입반대 불법폭력시위사건’ 수사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집회라는 엄청나게 강조했던 백서인데, 그 같은 시각도 문제삼고 싶지만, 더욱 문제삼고 싶은 것은 따로 있습니다.
검찰이 그토록 집회참가 시민중 일부의 불법과 폭력을 엄벌에 처해야겠다고 한다면, 반대로 선량한 집회참가 시민을 상대로 불법과 폭행을 저지른 경찰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제제도 취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현 정부는 여러 차례 법질서, 법치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가치들입니다. 그렇다면 법치주의나 법질서 준서, 법적 절차 준수는 국민의 의무만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법사위원으로 일해오신 의원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법치주의와 법적 절차 준수는 개개인의 시민보다는 엄청난 힘을 가진 정부기관, 특히 경찰같은 강제적 물리력을 가진 공권력에게 더 강조되는 가치입니다.

지난 해 6월부터 8월 사이에 집회참가 시민 폭행 혐의로 경찰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된 사건이 많습니다. 저희는 그 중 20여건을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들이 고소장이 접수된 지 1년이 지나도록 종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직접 때린 경찰관 그러니까 전경과 의경 이름을 고소인들이 고소장에 적지 못했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는 것이 그동안 검찰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용산참사 사건에서 철거민들을 기소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다. 그런데 화염병을 누가 던졌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망루안에 있던 철거민들중의 누군가는 화염병을 던진게 분명하다. 따라서 이들을 모두 공범으로 기소한다.’

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해 고소장을 냈던 시민들은 비록 직접 자신들을 때린 전경과 의경의 이름은 고소장에 적어내지 못했지만, 자신들이 맞은 시간이나 장소를 다 알려주었습니다. 그 시각과 장소에 어느 경찰부대, 어느 중대가 있는지 모를 수 없습니다. 폭행을 당한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면 그 지휘관들의 책임을 묻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입니다.
왜 검찰은 사건의 종류에 따라 이랬다저랬다하는 것인지 꼭 따져물어주십시오. 검찰이 정치권력의 편이 아니고 국민의 편에서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도록 바로잡아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릴 일이 더 많습니다만 한 가지만 좀더 설명드리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지난 1여년 사이에 국민들은 국가기관들 앞에 발가벗겨지고 있었습니다. 수사의 필요성이 없음에도 일단 이메일을 압수수색합니다. 범죄혐의 대상 사건과는 무관한 아주 옛날 이메일도 다 들여다봅니다. YTN 노동조합원들의 이메일 압수수색이나 전교조 간부들의 이메일 압수수색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마구잡이로 영장을 청구하는 검찰도 문제지만 너무 쉽게 발부해주고 있는 법원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율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이메일 압수수색 같은 경우는 수사필요범위를 뛰어넘는 사례들이 빈발하고 있으니, 이 점을 이번 국정감사기간을 계기로 바로잡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따져물어야 할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참여연대가 지난 15일에 발표한 것중에서도 오늘 다 설명드리지 못한 것들이 여럿있습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직접, 그게 어렵다면 보좌진들을 통해서 그 내용을 검토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의 잘못을 따져묻고 바로잡을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이 국정감사 기간에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의원들께서 따져물어주지 않으면 누가 그 일을 하겠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
의원님께서 소속된 정당이 어느 곳인지 여하를 떠나 국민의 입장에서 법무부, 검찰, 법원의 잘못을 매섭게 질타해주시기 바랍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시는 의정활동을 기대하면서, 편지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9년 9월 28일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박근용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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