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판결/결정 2004-11-01   2300

정치인 재판, 법원의 황당한 선처사유

“친구가 주는 돈 거절하기 힘들었을테니 선처 …”

1.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 재판에서 법원이 선처사유를 남발하거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1심판결의 선고형량을 2심에서 깍아주는 정도가 심하고, 1심과 2심의 양형사유 제시태도가 180도 바뀌는 등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불법대선자금 수사 시기를 전후해 기소된 정치인 23명의 1심, 2심 판결문을 분석한 이러한 결과를 ‘사법감시’ 제22호 <불법정치자금 재판에서 본 “화이트칼라 범죄” 선고형량 및 양형사유 비판>을 통해 밝혔다.

참여연대가 조사한 23건의 정치인 관련 재판은 정치자금법 위반관련 재판이 17건, 특가법(뇌물), 업무상횡령 등이 포함된 재판이 6건이며, 이중 12건은 2심 판결까지 선고된 재판들이다.

2. 조사결과에 따르면, 판결이 선고된 12건의 재판중 10건은 1심 선고형량이 2심에서 줄어들었는데, 그 중 1건을 제외한 9건은 선고형량을 줄여야 할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어, ‘항소하면 형량이 줄어든다’는 속설을 재확인할 수 있다.

형량이 줄어든 10건중 4건(김영일, 박명환, 여택수, 최돈웅 사건)은 단지 1심에서 선고형량이 높다는 피고인측의 주장을 2심 재판부가 그대로 받아들여 감형해 준 것이고, 1건(정대철 사건)은 1심에 비해 범죄사실과 위반법률조항이 추가되었음에도 형량이 줄어드는 이유를 전혀 설명하지 않고 감형한 사례다.

다른 5건은 1심에서 범죄사실로 인정한 불법자금 취득금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감형된 것인데, 하지만 1건(안희정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4건은 취득한 불법자금의 전체규모에서 아주 일부만이 배제되었을 뿐인데도 선고형량은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경우이다. 예를 들어 서정우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불법자금 취득금액으로 인정한 577억원중 15억원만이 증거가 없어 유죄부분에서 빠졌을 뿐인데 선고형량은 징역 4년에서 징역2년으로 2년이나 감형되었다.

그리고 형량이 무거운 특가법 등이 적용된 사례를 제외한 17건의 정치자금법위반 재판중 10건은 집행유예, 3건은 벌금형만이 선고되어 전반적으로 선고결과가 온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는 법원과 검찰이 정치자금법에 처벌조항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포괄적 뇌물죄로 특가법 등을 적용하였으나, 이제는 형량이 낮은 정치자금법 적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하태훈 교수(고려대 법학)는 “항소심에서의 깎아주기가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이번 사건의 항소심 판결문을 보면 그냥 깎아주고 싶은 마음에 어디 사유가 없나를 눈씻고 찾아봐준 친절함이 배어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집행유예의 요건만 갖추었다면 문제삼을 수 없지만 “문제는 집행유예의 사유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언급조차 없다는 점”이라며, “형량을 낮추는데 끌어들였던 사유로만 집행유예를 선고해서는 안되”는데, “판결문을 보면 감경적 양형사유인지, 아니면 집행유예 사유인지 분간도 없다”며 비판하였다.

3. 또 조사결과에 따르면, 법원이 선처사유로 제시한 이유들도 아주 다양한데, 선처사유를 남발하다보니 5~6가지씩 적용받지 않은 정치인이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선처사유로 제시하기에는 부적절한 경우가 많았는데,특히 당직자로서 공식업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거나 국회의원 등의 신분이기 때문에 법질서 준수의무를 더 엄하게 물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러한 지위를 선처사유로 적시하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 있다.

법원이 제시한 선처사유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①하기싫은 일이었지만 직책 때문에 한 것이 선처 ② 조직을 위해 나서다 벌인 일이니 선처 ③그동안 국가에 기여한 것이 있다고 하니 선처 ④친구가 주는 돈을 거절하기 힘들었을테니 선처 ⑤정치적 신념에 열중한 순수한 행위여서 선처 ⑥ 죄는 미워해도 노약자이니 선처 ⑦ 구속재판받느라 그동안 힘들었을테니 선처 ⑧가져다 바치는 돈을 받았을 뿐이니 선처 등이었다.

4. 그리고 참여연대는 사법감시 제22호에서 ‘눈에 띄는 잘못된 선처사유 3대 유형’이라는 글을 통해 법원의 선처사유 제시행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했다.

3대 유형중 첫 번째는 ‘용두사미형 양형사유 제시’이다. 이는 양형사유를 제시하면서 범죄행위의 심각성을 고려해 아주 중하게 처벌해야한다는 점을 세세히 강조해놓고서는 후반부에 가서는 여러 개의 선처사유를 제시하며 꼬리를 내리는 유형(서울고법 형사4부 재판장 이호원 : 김영일 사건)이다.

두 번째 유형은 ‘황당무계형 양형사유 제시’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길이라는 ‘순수한’ 마음에서 불법대선자금을 수수했다는 것을 선처사유로 제시(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재판장 김병운 : 서정우 사건)하거나 충분한 설명없이 그저 ‘남다른 가정환경’이라는 것을 정상참작사유로 제시(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 재판장 이대경 : 김영일 사건)하는 등이 그 사례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유형은 ‘인생역전형 양형사유 제시’이다. 이는 양형사유를 제시할 때 1심 재판부는 정상참작요소를 충분히 감안해야하지만 죄질 등의 면에서 엄중 처벌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여 실형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완전히 이를 뒤집어 엄중처벌할 이유가 있지만 정상참작 요소를 감안하여 1심의 선고형량을 파기하고 집행유예형을 선고하는 사례이다. 이렇게 1심재판부의 양형사유 제시를 180도 바꾼 재판부 사례로는 박명환 사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2부(전수안(재판장), 이범균, 심우용), 이상수 사건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3부(신영철(재판장), 김수일, 정창호) 등이다.

이처럼 법원의 양형사유제시가 일관성없이 재판부의 성향과 자의적인 판단 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도 “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가 초래하는 사회적 유해성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할 것을 희망한다”고 지적하고, “현상적으로 보이는 양형차이에 대하여 법원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여야”한다며, “법원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유무죄에 대한 판단만이 아니라 양형과 그 근거에 의해서도 좌우됨을 법원은 명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별첨자료▣

1. 선처사유 및 ‘눈에 띄는 선처사유 3대 유형’ 사례

2. ‘사법감시’ 제22호

<불법정치자금 재판에서 본 “화이트칼라 범죄” 선고형량 및 양형사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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