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저형기 5년이지만 재량으로 2년이나 줄여줘항소심에서 집행유예형이 가능한 징역3년 이하라는 점도 우려돼
오늘(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김동오 부장판사)가 비자금 693억을 조성하는 등 900억원 대 회삿돈을 횡령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횡령)으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하였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우리는 항소심 재판을 예의주시하며 법원이 재벌총수에게 엄정한 잣대를 적용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횡령과 배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법관의 재량으로 감경할 수 있는 최대한도인 2년6개월 중 80%나 되는 2년을 감경해 주었다. 이는 횡령한 금액과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커다란 특혜를 베푼 것이다.
게다가 1심에서 선고된 형량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징역 3년형임을 감안할 때, 비록 1심에서는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같은 평가와 우려는 지금까지 기업인에 대해 법원이 처벌한 사례들이 뒷받침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해 7월 13일에 “2000년 이후 배임/횡령 기업인 범죄 판결 사례” 조사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횡령금액이 50억 원 이상으로 그 법정형이 징역 5년 이상의 중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의 73.7%(조사대상 19명중 14명)가 징역 3년 이하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법원이 기업인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배임 또는 횡령죄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이 끝난 기업인 29명중,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경우가 18명(62.1%)이었다. 이들 18명중에는 1심에서 3년 이하 형이 선고된 경우가 11명(61.1%)으로, 정 회장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표적 사례만 보아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몽원 전 한라그룹 회장은 모두 1심에서 징역3년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징역3년, 집행유예 5년형으로 실형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1심 : 징역3년 → 2심 : 징역3년, 집유4년)과 이순국 신호그룹 회장(1심 : 징역3년 → 2심 : 징역3년, 집유5년)도 항소심 결과 실형에서 벗어났다.
따라서 이번 재판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라고 평가할 수 없으며, 그나마 1심에서 실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경해 사실상 봐주기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항소심에서 과연 엄중한 처벌을 내릴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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