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4-01   1228

[04호] 21억짜리 떡

은으로 만든 시루에 금가루로 떡을 쪄서 다이아몬드 고물을 얹으면 21억짜리 떡이 될 수 있을까?

21억이면 절편 5만말이고 250만명이 포식할 양이다.

3월 30일 장학로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부정축재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발표를 접하면서 의아한 심정을 갖게 된다.

첫째는 부정축재액 27억 6천만원에서 6억 2천만원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나머지는 단순한 떡값이나 용돈 등으로 불기소처리한 점이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에 비하면 초라하나 서민의 입장에서는 구경하기도 힘든 엄청난 액수의 돈을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하여 검찰의 표현대로 "국민 법감정과 괴리"를 생기게 하였다.

둘째로, 노태우씨 비자금 사건에서 이현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대통령과 면담을 알선한 행위까지 직무로 보아 뇌물죄로 기소한 반면 장학로 씨를 기소한 6억2천만원 마저도 뇌물수수혐의가 아닌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하여 직무관련성을 부정한 것이다. 검찰은 기업들이 대통령 관련 정보를 듣는 대가로 돈을 주는 것도 호기심 만족의 차원이므로 직무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대통령의 동정을 탐지해 대정부 로비에 요긴하게 사용한 것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할 뿐 아니라 뇌물에 대한 명백한 반대급부적 성질을 가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로, 검찰이 뇌물성을 부인함으로써 장씨의 축재액을 몰수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장씨에 대해 뇌물을 공여하여 청와대 관련 정보를 탐지하려한 뇌물공여자인 기업들의 처벌도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수사결과 기업이름이 발표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많은 기업들이 단순 떡값의 뇌물성 부인에 앞으로도 유사한 행위를 되풀이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얻었다고 안도하지 않을까 우

려된다.

수사착수 후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해명하겠다"던 검찰의 공언은 사실상 공신력을 잃은 채로 항간의 장학로리스트만이 오히려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고,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야권의 공천헌금수사에서 야권후보의 "공천떡값" 항변이 국민에게 이유있게 들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기업으로부터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공언이 내 손으로는 한 푼도 받지 않을테니 측근자들에게는 떡값을! 이라는 비아냥으로 들리지 않도록 보강수사를 통한 장학로씨 부정축재사건의 엄정한 뒷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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