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7-08-01   1063

[09호] 화제의 두 책

서평

화제의 두 책

편집부

우리가 기대하는 "반대자"

법조인들은 남의 기록은 수없이 읽으면서 정작 자신의 기록을 남기는 일이 별로 없다. 법조인들이 자신의 인생이나 직무 경험에 관하여 쓴 회고록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본의 경우만 해도 수많은 법조인들이 자신들이 취급한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 쓴 책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글들이 모여 법조의 역사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당시의 사회사에 대한 중요한 기록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최근에 출간된 변정수 전 헌법재판관의 회고록 『법조여정(法曹旅情)』과 방희선 판사의 『가지 않으면 길은 없다』는 많은 화제를 뿌렸다. 특히 이 두 책은 여러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저자들은 법조에 재직할 때부터 이미 화제를 낳았던 인물들이다. 수없는 사건에서 소수의견을 냈거나 경찰관을 상대로 고발을 하는 등 특이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은 "돌출행동"으로 비추어지거나 "의로운 행동"으로 추앙을 받는 등 양면의 극단적인 평가를 받았다. 원래 법조계는 "조용조용히 지내는 것이 언제나 좋은 동네"로 알려져 왔다. 이런 법조 풍토와 분위기에서 두 저자가 그동안 법조여정에서 보인 행동은 비난이나 빈축을 받을 여지가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가졌던 소수의견이나 보였던 행동이 평범한 국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점이 강하였기 때문에 국민들은 이들을 용기있는 판사로 기억하고 있다. 결국 법조의 분위기에 영합하여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보다 분명한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법관의 임무에 임하는 태도가 훨씬 옳은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국민의 기본권을 옹호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법관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일에 관한한 단호하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법조여정』 –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변정수 회고록)

변정수 전 헌법재판관은 재임중에 64번이나 소수의견을 낸 한국의 윌리엄 더글러스였다. 그는 야당의 추천으로 헌법재판관에 임명되었기 때문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에 서 있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그의 소수의견이 특정 정당을 대변한 것은 아니다. 다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의 입장을 깊게 이해한 결과일 것이다. 제1기 헌법재판소의 여러 업적 가운데 그의 소수의견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이채롭다. 당시의 분위기와 재판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은 정치적 압력에 의해 춤을 춘 우리나라 헌법재판소의 우울한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기도 하다.

『가지 않으면 길은 없다』- (방희선 판사의 정직한 법이야기)

이 책은 젊은 법관이 바라본 사법부의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신이 옆에서 목격한 구체적 사례들이 법에 문외한인 일반 국민들로서는 가히 충격적이기도 하다. 전관예우의 사례나 법관과 변호사와의 유착관계 등이 생생히 그려지고 있다. 이것이 과연 사법부에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행태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개혁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가 몸담았던 조직의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행위는 남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하여 바람직하지 않은 일로 여긴다. 그러나 보다 먼 안목으로 보면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오히려 조직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임을 알 수 있다. 몸에 좋은 약은 쓰게 마련이다. 이 두 전직 판사의 고백과 회고를 우리는 그런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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