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4-01   1533

[04호] 지연되는 법정과 지각 변호사

정시에 이루어지지 않는 재판

지난 2월 초 서울지법 북부지원 민사단독 법정에서 G변호사는 변론을 하지 못한 채 난감한 표정으로 법정문을 나서야 했다. 그 날 G변호사가 수행중인 사건은 오전 10시로 기일이 지정된 것이었는데, 같은 시간에 의정부 지원의 다른 사건을 먼저하고 11시가 조금 넘어서 법정에 도착하여 사건번호를 부르며 앞으로 나갔으나 재판장은 이미 진행되어 쌍방불출석으로 처리되었다고 고지한 것이다. G변호사는 늦게나마 출석을 하였으니 조서에 출석으로 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거절 당하였다. 그 사건은 이전에도 한 번의 쌍방불출석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소취하간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90년 민사소송법 개정으로 다행히 기일지정 신청을 한 번 더 할 수는 있지만 또 한번 그러한 사태에 봉착하면 새로이 소장을 내는 수 밖에 없다. 재판기일을 지정할 때 오전은 10시(일부에서는 9시30분), 오후는 2시로 하는 것이 오래된 관행이다. 따라서 당사자들은 그 때부터 차례가 될 때까지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 하고, 변호사들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이 법정 저 법정을 뛰어 다닌다.

집중심리제에 거는 기대

위의 사례와 같은 경우에는 늦게라도 나타나면 출석으로 인정하여 쌍불의 피해를 막아주는 것이 보통의 관행이었는데, 그 법정의 재판장은 원칙을 고수하였던 것이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은 G변호사의 책임일 수 밖에 없지만, 정해진 시간에 재판을 진행하지 못하는 법정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시간대별 기일 지정으로, 오전을 10시.11시, 오후를 2시.3시.4시 등으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흐지부지 된 상태이다. 그러나 불합리를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집중심리주의에 따른 사건별 기일지정일 것이다.

법원행정처에서는 전국 27개 재판부를 집중심리 시범재판부로 하여 시험적인 시행을 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개정 작업에서도 폭넓게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튼 소송 당사자들을 위한 개혁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