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6-01   1368

[05호] 수원지검 329호실에서 짓밟힌 피의자의 인권

민주주의 사회에서 범죄의 엄단과 사회질서를 지키는 검찰의 권능은 최종적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러나 그 권한을 준 일반 국민들에게 검찰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최근 검찰에서 조사를 받았던 피의자가 검찰의 고압적 태도에 충격을 받고 자살한 일이 발생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수원지검(담당 최정운 검사)에서 조사받던 63세의 조용환 씨가 담당 검사로부터 모욕을 받은 데 충격을 받고 5월 25일 자살한 것이다.

도와주었다가 오히려 피소당해

사건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년 1월 17일 밤 조용환씨의 뒷방에 사는 조일영씨(73세)가 조용환씨에게 찾아와 인근 목장에 목부(牧夫)로 일하는 유종환이 쓰러져 있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에 함께 가서 유종환씨를 조일영씨의 방에 눕혀놓고 돌아왔고 다음 날 아침 여전히 잘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는 유씨를 리어카에 실어 유씨가 있는 목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런데 다음날 유씨의 부인이 조씨의 집에 찾아와 조씨가 어제밤 자신의 남편을 폭행했다고 주장했고 급기야 조씨를 폭행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맡은 광명경찰서는 조사 결과 조씨의 폭행혐의를 인정할수 없다고 사실상 수사를 종결했으나 유씨의 부인은 경찰이 편파수사를 했다며 조씨를 다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조씨가 자살을 하기전에 담당변호사(진효근)에게 진술한 바에 의하면 4월 24일 1시 30분경 소환에 응했으나 무려 4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저녁 6시경부터 밤 10시 반경까지 조사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최정운 검사가 자신에게 '앉으라 일어서라'며 기합을 주었으며 심지어 입을 다물라고 하더니 주먹으로 양쪽 뺨을 때리고 손가락을 펴서 손끝으로 가슴을 찌르고 때렸다고 했다.

조씨는 '검사 최정운'이란 명패가 붙어 있는 책상 앞에서 조사를 받았으므로, 자신을 폭행한 사람이 검사라는 점을 확신한다고 했다.

사망 전 사실확인 요구하였으나 묵묵부답

사법감시센터에서는 이 사건에 관한 제보를 받고 곧 5월 13일 최정운 검사에게 이러한 조용환씨의 주장에 대한 사실확인을 요구하는 서한을 등기로 발송했으나 5월 23일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검사실로 전화를 해서 수령여부를 확인하였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5월 25일 조용환씨가 자살을 하였고 6월 3일 내용증명으로 사실확인을 재차 요구하자 10일 조용환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고 방문할 경우 답변하겠다는 내용의 답신이 팩스로 도착하였다. 사법감시센터에서는 13일 최정운 검사를 면담하였고 참고인으로 조용환씨와 함께 조사받은 조일용씨, 담당변호사 등을 만나 진상조사를 벌였다.

조일용씨는 검사가 조용환씨에게 '앉아! 일어서! 앉아! 일어서!'하며 기합을 주길래 '잘못 했으면 죄인을 벌하는 건 좋지만 왜 그러느냐. 나이가 예순 셋이나 되는 분을…'하면 제지를 하자 '영감, 나가!'라고 했으며 나중에 자신이 조사를 받을 때에도 조용환씨에게와 마찬가지로 기합을 주려 하길래 '난 안해. 죽으면 죽었지 난 안해. 내가 왜 도와주고도 당신에게 그런 소릴 들어. 난 안해.'라며 거부를 했다 한다. 이러한 조일용씨의 진술은 녹음테이프에 보관되어 있다.

또한 조용환씨의 아들 희택씨와 부인 김정희씨(61세)에 의하면 조희택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다음날부터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술만 찾으며 가끔씩은 한숨을 짓기도 했다고 한다. 며칠 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까닭을 물었더니 '내가 평생 경찰서에 한 번 안 가보고 살았는데 어쩌다 좋은 일 해주고 이렇게 검찰청에까지 불려가 아들뻘 되는 검사에게 이새끼 저새끼 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야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검찰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물었더니 "젊은 검사가 유씨를 폭행했느냐고 물어 아니라고 했더니 왜 거짓말하느냐"며 손으로 어깨를 내리치고 입을 다물라고 하면서 뺨을 세게 치기도 했다. 국민학생처럼 무릎 꿇고 손을 들라고 하면서 벌을 주기도 했다. 손을 펴서 가슴을 찌르기도 했다. 더 이상 창피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조씨가 자살하기 전날 마지막으로 얘기를 나눈 마을 주민도 조씨가 "좋은 일 해주고도 아들뻘 되는 검사에게 욕설을 듣고 매까지 얻어 맞았다. 심경이 괴롭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꿇어앉힌 것이 잘못이라면 인정한다

이러한 주장과 달리 최정운 검사는 조용환씨의 조사과정에서 언쟁이 있었고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고 저항을 하길래 꿇어앉으라고 했더니 조씨가 순순히 꿇어 앉았고 이외의 다른 폭력행사는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혐의가 어떠하였던 간에 조용환씨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한 시민이었고 검사는 그에게 무릎을 꿇리고 앉고 서고를 반복하는 벌을 주는 등의 가혹행위를 한 것은 담당검사 자신의 시인으로 명백해졌다. 그것은 단순히 검사의 의욕과잉이나 직무수행상의 사소한 실수에 그치지 않고 형사소송법이 금지하는 위법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4월 24일 수원지검 329호실에서 시민의 인권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권위주의적이고 폭력적인 검찰의 수사행태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조용환씨가 고인이 된 지금 그 죽음을 되살려 낼 수는 없지만 문제가 된 담당검사의 엄중한 징계, 전국 검사와 수사 관계자의 재교육 등을 통한 재발의 방지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검찰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고 국민이 보호받을 의지처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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