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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6.02.01
  • 1865
{사법감시}는 사법피해자들의 호소문인 '나의 사법피해사례'를 원문 그대로 게재한다. 피해자라는 칭호는 누가 붙여 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왜 자신을 사법피해자라고 하는지, 그리고 어떤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지를 이해해 보자. 또한 판검사들에 대한 많은 진정과 고소고발이 이루어짐에 대하여 그 진위여부를 가리기 이전에 그들이 왜 그런 방법을 쓰게 되었는가를 시민의 입장에서 한 번 바라볼 필요가 있다.

권당 85만원의 작화료

남편 서대원은 18살(1963년) 때 만화에 입문한 후, 직장에 다니면서 만화삽화만 꾸준히 그렸기 때문에, 독자에게는 알려지지 못한 만화가다. 수개월 동안이나 몹쓸 병으로 고통받던 아들이 저세상으로 가버리자 남편은 직장을 그만 두고 만화만 그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경황없는 상태에서 교학사와 한국역사만화전집 14권을 권당 85만원에 그리기로 계약했다. 그것은 한권 그리는데 4∼5개월의 시간과 수십 만원의 참고 도서비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교학사 사장은 "금성출판사의 역사만화를 그린 신동우 씨가 50만원을 받았으니, 화료는 85만원이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즉석에서 계약서를 작성해 버렸다. 故 신동우 화백은 권당 1,000만원을 받았다는데, 50만원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자식을 가슴속에 묻어야 했던 우리들에게 고생은 두렵지 않았기에, 그것을 해볼 만한 고생이라고 판단했다. 85만원의 화료로는 유능한 도우미를 채용할 수가 없었으며, 겨우 채용한 사람은 그림을 망쳐놓기 일수였으니, 그 엄청난 일을 혼자 감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2∼3년을 작정했던 고생이 7년으로 연장되었고, "화료가 2∼3백만원만 돼도..."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번씩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4년만에 태어난 둘째 아이가 선천성 심장병과 뇌수종이라는 고약한 병을 갖고 있었다. 권당 85만원의 수입으로 80만원에 11만원 짜리 월세방에 살면서 아이 기르고, 수술시키고, 치료할 수는 없었는데, 그렇다고 작업을 중단한다는 것은 4년 동안 노력과 정성, 그리고 만화가로서의 의지와 열정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교학사가 손해배상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니, 그것은 마음대로 벗어던질 수 있는 멍에가 아니었다.

저자표시 말살까지 교학사가 배상하겠다니...

저작권을 침해한 사람이 이익을 보았을 경우, 그 이익액을 고스란히 저작자에게 배상해야 한다. 동서문화사는 인쇄기에 걸기만 하면 정가 15만원 짜리 전집물을 찍어낼 수 있는 필름과 서대원의 저작권 등 일체를 단돈 3천만원에 사다가 질당 13,000원의 인쇄비 들여서 2만질 정도를 출판.판매했고, 약 3억원 정도의 제작비를 들여서, 30억원어치의 전집물을 출판.판매했으니 최고 손해배상액이 27억원이나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학사는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라는 양도각서를 동서문화사에 써 주었기 때문에 저자 표시를 말살하고 책을 출판하여 판매한 동서문화사에는 배상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한다. 저자 표시를 말살한 죄다, 교학사가 배상하겠다는 것은, 저자 표시 말살을 교학사가 허락(?)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저자 표시는 따로 등록할 필요가 없는 저작권의 등록증 역할을 한다. 서대원의 저작권을 교학사에게 산 동서문화사는 서대원을 저자로 표시할 수가 없었다 .늦깎이 만화가의 데뷰작에서 저자 표시가 말살돼버렸으니, 서대원의 7년 고생은 "도로아미타불"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잘잘못을 따질 생각도, 손해배상을 요구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 "판권만 회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교학사의 대답은 "능력이 있으면 법으로 해봐라"였다. 1년 후, 중판을 발행하면서도 저자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고소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고소인 앞에서 사건을 조작하기 위한 대질신문까지 서슴지 않는 지경이었다. "제아무리 유전무죄 무전유죄라 하지만, 그래도 법은 법이겠지"라고 믿었지만, 결국 그런 일을 당하고 보니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항고, 재항고, 헌법소원의 기각

작품과 작가의 관계를,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고생하면서 그린 작품이었는지를 누누이 설명했건만, 조광수 검사는 교학사를 무혐의 처분해 버렸다. 그 이유는 원고료를 지불한 것은 무조건 저작권 양도 계약으로 취급하는 출판관행이 정당하고, 85만원은 저작권 양도 대금으로 지불했던 거금이며, 서대원은 그같은 사실을 알면서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이었다.

문화부 장관이 중재 지시까지 한 사건을 검찰은 무혐의 처분해 버렸고, 무혐의 처분 이유가 터무니없고, 작가에게 작품을 포기하라는 것은 부모에게 자식을 포기하라는 것과 같다고 항변했지만 항고.재항고.헌법소원이 모두 기각되고 말았다. 게다가 민사소송을 병행하기 위해 권영상 변호사에게 1,300만원을 지불했는데, 4달동안 차일피일하면서 소장 작성을 미루다가, 시효를 소멸시키고 말았다. 그런데 그 후, "민사를 외면하고 형사만 고집하면서, 장외투쟁만 일삼는다"라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저희들은 형사소송에서 진 것이 억울하여 싸웠던 것이 아니라, {서대원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기 위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싸웠으며, 민사소송의 시효가 소멸되어버렸으니, 형사소송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다.

둔갑술에 능한 사법당국

저작권법이 제정된지 34년이 지나도록 저작권 양도에 관한 판례가 없었다. 저작권 양도에 관한 재판이 단 한 번도 열린 일이 없다는 것인데, 그 이유를 {서대원 사건}이 말해준다. 무려 6명의 검사가 법률해석을 왜곡하여 불기소처분해버리는 실정인데, 어찌 판결이 나올 수 있겠는가? 나는 본 사건의 불기소 처분과 판례가 없다는 사실을 합하면, 검사 개개인의 직무유기는 물론, 검찰의 직무유기까지 증명된다고 생각한다. 3명의 검사를 공문서 변조혐의로, 7명의 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한 후 단식투쟁을 선언했더니, 검찰은 김기정 검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었으나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고소장을 진정서로 둔갑시킨후, 1년만에 {진정 종결처분}을 해버렸다.

그러나, {무고죄}로 구속기소되어, 유죄선고를 받고 출옥하여 공판조서를 검토해 보니, "매절은 저작권 양도가 될 수 없다는 지방법원의 판결이 여러 차례 나왔는데, 증인은 그것을 모릅니까?"라는 변호사의 질문이 "매절은 주로 어떤 경우에 하나요?"로 둔갑되어 있었으며,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변호사까지 왜곡된 법률해석에 동의하는 것처럼 공판조서를 조작하여 나에 대한 유죄선고를 내렸다.

1981년부터 현재까지의 15년 세월을, 한국역사만화전집을 그리고, 그것을 찾는 일에 탕진해 버렸는데, 남은 것은 1억원의 빚, 6개월의 감옥살이, 전과자라는 낙인뿐이다. 대한민국의 법은 우리들에게 믿음, 자신, 건강, 젊음, 세월 등등을 송두리째 바치고,허망함과 산더미 같은 빚만 끌어안고 살라고 명령(?)하는데, 그 명령에 따르는 수밖에 없는 것인가? 육체적인 고문이나 살인은 엄벌에 처해야 할 범죄이지만, 정신적인 고문이나 살인은 수수방관해도 상관없는 범죄인가? 사람을 직접 때려죽이는 사람은 죽일 놈이지만, 그것을 구경하는 사람은 죄될 것이 없는가?

김경란 l 은평구 신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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