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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6.02.01
  • 1222
현 정부는 6.27 지방자치제 선거 참패 이후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두 가지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 첫번째는 깜짝쇼식 위장개혁이고, 두번째는 공안정국의 조성으로 재야와 야당에 표적탄압을 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6.27 선거와 삼풍참사 이후 안기부 중심으로 신공안정국이 대대적으로 조성됐다. 이미 3년전, 5년전 사건들이 안기부의 파일에서 꺼내지면서 조직사건, 이적표현물사건, 부여간첩사건, 범민련 사건 등이 잇따라 터져나왔다. 95년 11월에는 5.6공시절보다 훨씬 더 많은 한 달에 60여명의 인사들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다.

안기부의 철저한 조작사건

우선, 안기부의 조사과정에서 김동식의 진술이 조작되고 번복되고 있다. 김동식 진술은 나의 진술과 주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나와 통화하고 만났다는 시간이 애초엔 9월 16일 오전 10시라고 했다가 그 시간에 내가 회사에 없었던 것이 명확하게 확인되자 오전 10시 20분 경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리고 직원들의 급여가 60∼70만원이라고 했다가 실제내용과 다르자 100만원이라고 번복하고 있다. 내가 술은 못한다고 진술했다가 아니라고 했고, 처음에는 만났던 장소가 문래공원 잔디밭이라고 했는데 문래공원에 잔디밭이 없다고 하자 영등포구청공원으로 번복하고 있다.

둘째로, 95년 9월 16일에 만났다는 김동식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없는 것들을 말하고 있다. 국민회의 입당 때문에 회사에서 내 자리는 95년 8월말까지만 있었는데 내 책상에서 9월 16일 만나고 그 곳에서 명함을 꺼내 주었다고 하는 것, 8월말까지 들고 다니던 밤색 가방을 9월부터는 검은색 서류가방으로 바꾸었는데 김동식은 제가 밤색가방을 소지했다는 것, 8월말까지는 2명이었던 여직원이 9월 이후 1명으로 줄어들었는데도 김동식이 2명으로 진술한 것 등은 안기부의 조력이 없이는 진술할 수 없는 내용이다. 또한 수사기관은 나를 평소 사찰하던 안기부 수사관 고성환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이번 사건의 증거로 제출하고 있다. 더군다나 구속적부심 이후 김동식의 안기부 진술서에는 진술 날짜조차 쓰지 않는 등 증거조작의 의혹까지도 있다.

셋째로, 공안당국은 간첩사건이 나기도 전에 이미 청년지도자들을 내사하고 있었다. 95년 10월 18일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이찬행씨에 의하면, 시경 대공분실에서는 이미 10월 16일부터 나와 이인영, 함운경, 우상호, 이남주, 이명우 등의 청년대표자들을 매일 밤 조사했다는 것이다. 검찰에서도 서울지검 공안1부의 조성옥 검사가 이번에 구속된 4인이 속해 있는 단체들인 한국청년단체협의회, 전대협동우회, 청년정보문화센터, 전국연합 조국통일위원회의 PC통신 상 국가보안법 위반사항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는 간첩사건이 나기 전부터의 일이고 금번 사건과 시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넷째로, 공안당국은 결정적 증거라며 들먹이던 명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구속된 이후 경찰과 검찰은 제가 간첩에게 주었다는 명함이 증거로 있다고 말해 왔다. 그 명함 뒷면에는 자필로 저의 호출번호와 호출방법까지 써 뒀다는 것이었다. 구속적부심 재판때까지도 담당 검사인 이기범 검사는 명함이 증거로 있다고 말하고 신문까지 했다. 나는 당연히 필적감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들은 명함을 제시하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간첩 김동식이 경찰과 총격전 과정에서 분실했다고 말하고 있다. 명함뿐만 아니라 그들은 경찰조사시 나에게 보여주었던 박광선 주민등록증도 분실했다면서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검찰, 독립적인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나는 이번 사건으로 심각한 상처들을 입었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사업체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또한 정치적 진로는 불투명해졌다. 만삭의 아내는 국가보안법으로 연이어 구속된 남편과 아버지 뒷바라지를 해야 했다. 여동생은 직장에서 쫓겨났다. 온 가정이 커다란 슬픔과 비탄에 빠졌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간첩사건이라 하면 하늘이 내린 형벌이나, 문둥병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양심과 신념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이 가족과 헤어져 청춘을 쇠창살 감옥에 묻어야 하는 비극이 연출되는 것이다. 더구나 전국에 TV 생방송을 통해 김동식의 주장만이 무차별적으로 공표되었다. 이것은 엄연히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 이제 재판을 통해 나의 무죄를 증명해 낸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은 피의사실의 공표에 의해 받은 상처만을 기억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상의 불고지죄만 하더라도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양심의 자유와 침묵의 자유에도 반하고 있다. 또한 그 인식의 추상성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칼날로 남용되고 있다. 이는 국가보안법의 제정 목적인 민주적 질서를 수호하는데도 어긋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가보안법은 그 제정취지에 맞게 안보상 절대적 위험이 없는 선에서 즉각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

또한 이 사건을 실제로 지휘하고 있는 것은 간첩 김동식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안기부이다. 재판정에서는 검사가 참여하고 있지만 검찰은 독립적인 사법부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믿기어렵다. 안기부가 간첩 불고지죄를 수사할수 없기 때문에 검찰을 꼭두각시로 세우고 있다는 주장을 과연 검찰은 부정할수 있을까?

허인회 l 새정치 국민회의 당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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