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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법감시紙
  • 1995.10.02
  • 1501
국민의 검찰에 대한 불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개월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지경에 이르렀다. 5.18사태에 대한 검찰의 "공소권 없음"의 결정이 얼마나 문제인지에 대하여는 단 하나의 지지도 얻지 못했다. 어려운 법률적 은어와 암호를 사용하여 혹세무민하려는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의 절정이 "공소권 없음"으로 표현된 것이다. 실로 없어진 것은 공소권이 아니라 검찰의 위신과 명예이다. 조용하던 국민 여론을 들끓게 만든 것이 검찰의 유일한 공적이라면 공적이겠다.

문민정권 초기에 마치 검찰은 정의의 사도인 것처럼 활약하였고, 홍준표 검사와 같은 스타를 처음으로 만들어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 시기의 사정이 표적사정이었음이 함승희 검사의 증언만으로도 너무나 분명해졌다. 동화은행 관련 사건 범죄혐의자들, 상무대 사건 범죄혐의자들에 대한 수사권 포기의 모습은 '정의의 사도'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것이 우리가 알아 온 검찰의 본 모습과 부합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목불인견의 모습은 권력의 주구로서의 검찰상이 아직도 지배적임을 보여준다. 법이론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못할 일도 현집권층과 대통령의 이익이 무엇인가에 비추어 보면 너무나 잘 이해된다. 검찰총장에 김기수 씨가 임명된 것도 그렇다. 김기수 씨는 다른 고위 검찰 간부보다 더 유능할 수도 무능할 수도 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고교 동창생이란 이유로 인해 발탁되었음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정권 후반기에 가장 믿을 만한 부하는 맹목적으로 충성할 측근밖에 없다는 YS식 사고의 산물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취임식에 경찰간부, 검찰간부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한다. 국민이 보기엔 이상하지만, 그들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므로 그들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사정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그 사정을 책임진 검찰의 총수가 맹목적인 정권보위의 앞잡이라는 사실 때문에 수많은 수사결과를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만든다. 김도언 검찰총장은 물러나자 말자 민자당 지역구를 전리품으로 하사 받았다. 검찰총장을 할 때에 과연 무슨 생각을 갖고 직무를 수행했

는지는 가히 불문가지이다. 후임으로 임명된 PK 출신 검찰총장 역시 전례에 비추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도 자명해 보인다.

현재 PK는 경찰, 검찰, 국세청의 사령탑을 맡게 되어 있다. PK가 아니면 명함도 내밀지 말라는 식이다. 6공 하에서 TK인맥이 검찰요직을 독식할 때는 여론의 거센 비판이라도 받았다. 그런데 자칭 문민정부 하에서는 그보다 더한 자리의 독식도 개의치 않고 만들어 간다. 아무런 원칙이 없이 권력강화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열심인 대통령, 거기에 복종하는 것 이외에 법원칙을 세울 줄도 모르는 검찰.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따르기에 바쁜 검찰에 어떤 종류의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이다.

검찰의 상층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검사로 임용된 지 5년 이내의 소장검사들에게만 묻고싶다. 현재와 같은 검찰행태에 염증을 내는 국민들을 보면서 그대들은 왜 검사직을 선택했는가. 만일 상층부에서 "공소권 없음"과 같은 결정을 주문한다면, 그대들도 그러한 요청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대들도 이런 행태들을 참으로 부끄러워하고 있는가.

한인섭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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