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6-04-01   1392

[04호] 우리에게도 투표할 권리를 !

지난 3월 11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는 만20세 이상부터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제 15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다음과 같이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의 원리는 헌법상 기본권의 하나인 참정권을 통해서 실현된다. 참정권의 대표적 형태는 보통선거권이라 할 수 있다. 보통선거권은 국민이 국가의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기본적인 행위인 선거참여의 권리를 신분, 재산, 종교, 성별의 차이를 불문하고 일정한 연령에 도달한 국민전체에게 부여하는 것을 말하는 것을 의미하며,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이를 헌법상의 중요한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선거연령 설정의 국제적 추세

대부분의 선진민주국가에서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기존의 21세로 되어있던 보통선거권의 연령기준을 만 18세 이하로 하향 조정하였다. 세계경제의 급속한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 통합력의 증대, 인쇄.방송매체들의 급속한 영향력 확대로 인한 사회 전반의 의식수준과 문화수준의 향상, 높아지는 교육열에 따른 교육수준과 교육환경의 변화등에 따라 기존의 성인연령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 이상의 정치, 경제, 사회적 식견과 경험을 갖게된 18-19세 연령층의 정치적 참여욕구를 반영하여 각국의 주요 정치세력들은 참정권의 하향조정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는 시대 상황의 변화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게 되면서 당연히 나타나는 법률의 시대적응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만 20세가 되어야만 보통선거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1948년 헌법의 제정 이래 엄청난 사회적, 정치적 변화가 진행되었고 경제상황도 당시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 되었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 전통적인 성인연령 기준이 유명무실화 되어 있다. 또한 초·중등 교육 수준과 교과과정이 40년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하였으며 18-19세의 의식수준 전반이 향상되었다. 이렇듯, 정치·사회적 환경의 변화와 18-19세의 사회적 권리와 역할 확대에도 불구하고 유독 참정권만은 과거의 잣대로 규정되어 있고, 젊은이들의 정치참여를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15조의 위헌성

헌법에 대한 해석이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현실에 기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고, 위에서 언급한 시대적, 사회적 상황이 사실이라면 현재 선거법 1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권 연령기준 만 20세 조항은 헌법 제 24조의 선거권 규정을 시대에 맞지 않게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며, 헌법 제1조 2항의 국민주권 원리를 침해하고, 헌법 제 11조의 평등의 원리를 훼손하는 명백한 위헌적인 법조항이다.

노동, 병역과 결혼은 가능한데 왜 투표만-타법률과의 형평성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 15조의 규정을 다른 법률과 형평을 맞춰 개정함으로써 시대적 상황에 걸맞는 헌법해석과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 51조는 "여자와 18세 미만자는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 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18세 이상자는 도덕상, 보건상 유해 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사실상 20세 이상의 성인과 동일하게 취급는 것이다.

또한 병역법 제16조 1항은 "현역병 입영이 결정된 사람은 징병검사를 받은 해 또는 그 다음해에 입영하게…"라고 규정하여 19세 부터 현역병에 입대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0조 1항은 "17세 이상의 사람으로서 군에 복무할 것을 지원한 사람을 육군·해군 또는 공군의 현역병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상무기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동네 구의원 시의원을 선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합당한 법률적 처사라 할 수 없다.

민법 제807조는 "남자 만 18세, 여자 만 16세에 달한 자는 혼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혼인은 법률상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념상으로 성인의 대표적인 권리이다. 가정을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다.

고용직 공무원 규정 제3조 3항은 고용직 공무원의 신규채용연령을 규정하면서 제 1호에 "1종 및 2종 고용직 공무원은 18새 이상 45세까지" 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기관의 공무를 보는데 만18세에 달한 자는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선거권 행사의 자격과 유해근로 자격, 병역의무 및 현역 입대자격, 혼인의 자격, 공무원 자격이 어떤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불분명 하다는 것이다.

18세 이상의 지식수준 및 의식수준 크게 향상돼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교육열이 높기 때문에 중졸, 고졸자 수가 해단연령층의 60-80%가 넘는다. 국민학교때부터 민주시민의 기본소양이라 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기초적인 내용을 배우며,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는 민주주의와 정치에 관한 내용은 정치철학의 기본원리까지 담겨 있다. 또한 고등학교 교과서의 내용은 주요 공무원 시험의 교재에 담겨 있는 내용과 거의 동일하거나 높은 면도 있다. 이를 형식논리적으로 검토해 보더라도 의식수준이 낮기 때문에 선거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국민학교 입학전 한글을 깨우치고 입학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중등 교과내용도 종전세대가 배우던 내용을 훨씬 상회하는 등 교과내용의 저학년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18-19세의 수준의 과거 20세 이상 세대의 수준을 앞서고 있다.

선거권 연령을 18세로 낮추면 대입시험을 준비하는 고3년생이 해당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초등, 중등교육의 목표가 사회발전의 주체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건전한 민주시민의 자질과 역량을 개발하는데 있다면 선거권 행사야말로 대입시험보다 더 중요한 권리이다. 뿐만 아니라 만18세면 1/3이상이 이미 대학 1년생이거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대입시험 준비 때문에 선거권을 인정할수 없다는 것은 같은 연령층의 다수 대학생과 사회인들에 정당한 권리의 포기를 강제하는 것이다.

70개국 이상에서 만18세 이상에게 투표권 부여

미국에서는 1970년 투표권법 수정조항이 통과됨에 따라 모든 주에서 18세 이상의 시민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였다. 프랑스는 1974년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선거연령을 만 21세에서 만 18세로 하향조정 하였다. 캐나다의 경우도 1970년의 선거법 개정에서 18세 이상의 캐나다 시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였다. 이 밖에도 영국, 독일, 네델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엘살바도르, 헝가리, 이라크, 이스라엘, 니카라과, 페루, 루마니아, 솔로몬군도, 소말리아,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벨기에, 불가리아, 버마, 체코슬로바키아, 러시아, 도미니카, 에쿠아도르, 과테말라, 가이아나, 멕시코, 몽고, 폴란드, 수단, 시리아, 탄자니다, 짐바브웨, 중국, 우크라이나, 브라질 등 70여개국이 훨신 넘은 나라들에서 이미 만 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앞서 살펴본바 처럼 이미 다양한 사회적 권리와 의무, 그리고 자격을 부여받고 있는 이들에게 40년 전의 기준을 적용해 선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은 이들의 정치참여가 가져올 결과를 두려워해 180여만명에 이르는 18세-19세의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는 정치세력의 담합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들의 정당한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15조는 하고 있는 위헌적 법조항임에 분명하며 조속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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