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이번에도 ‘사회적 다양성’ 외면한 대법관 후보 추천

이번에도 ‘사회적 다양성’ 외면한 대법관 후보 추천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 추천으로 법관 승진 코스 비판 자초해 

대통령의 임명 동의안에는 납득할 만한 구체적 근거 제시해야 

대법관후보추천위의 폐쇄적 운영 개선 위해 선정 기준 등 공개해야 

 

 

어제(8/11), 양승태 대법원장은 9월에 퇴임하는 양창수 대법관의 후임으로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였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와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기존의 ‘50대 남성ㆍ서울대 법대출신ㆍ법관 출신’이라는 공식을 깨지 못했다. 기수서열화의 관행도 넘어서지 못했고, 법원 내 대표적인 엘리트 코스인 법원행정처 차장을 후보로 추천해 ‘대법관 자리가 법관의 승진코스냐’라는 비판을 다시 한 번 자초했다. 권순일 처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13명의 대법관 모두가 판사 출신으로 채워져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요구와는 상반된 구성이 된다. 모든 면에서 국민적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국민의 기본권과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여러 법적 다툼에 대해 최종 사법적 판단을 하는 기능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정책 법원으로서 기능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사들로 대법원이 구성되어야 한다. 또 대법관 자리는 법관들의 승진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사법시험 등 기수 서열의 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25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세 명의 후보자들은 모두 판사 출신의 남성,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다양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했다. 더욱이 퇴임하는 양창수 대법관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최초로 학계 출신 중에서 임명된 사람이지만 그 뒤를 잇지 못하고, 오히려 ‘도로 법관’으로 후퇴하는 추천안을 내놨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대법원의 다양한 구성과 국민적 정당성 확보를 위해 대법관후보 추천과 검증 과정이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후보추천 과정의 폐쇄적인 방식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추천위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후보추천위원회는 국민을 대신하여 사법권 구성의 책임을 맡고, 대법원장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자리인 만큼 더욱 투명하고 열린 심사를 해야 한다. 후보 선정의 기준을 공개하고,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필요한 여론수렴의 절차를 거치는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구성에서 사회적 다양성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 합의이다. 국민들은 대법원 구성에 있어서 나이나 성별, 출신 등의 다양화는 물론이고, 이념과 분야의 다양성까지 확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법관 후보 추천은 권순일 후보의 개인적인 능력과는 별개로, 국민적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제 공은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들에게 답해야 한다. 권 후보의 임명동의를 요청할 것이라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가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요구와는 거리가 먼 배경의 인사를 추천한 사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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