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검찰과거사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 최종 조사결과 발표

규탄! 검찰과거사위원회

20190530_검찰과거사위규탄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총 699개 여성 ·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 2019년 5월 30일(목)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 (사진=참여연대)

 

기자회견문

수사의 위법성은 ‘성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과거사 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규탄한다 

 

어제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 송치 죄명에만 국한된 부실수사, 봐주기수사를 하였고, 수사팀의 중대한 과오 및 검찰권 남용 정황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그 원인으로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을 지목하여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로 수사권고 했으며, 원주별장을 둘러싼 ‘성접대’의 진상 파악, 추가 ‘동영상’의 존재 가능성, ‘일부’ 피해 주장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가능성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검찰 출신의 주요 가해자와 조직을 비호하기 위해 사건을 조작·은폐한 검찰권 남용 사안이다. 여기 모인 여성·시민 사회단체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와 함께하며 사건의 본질이 성폭력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의혹을 명백히 밝힐 것을 촉구해왔다. 2차 피해를 발생시키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 조사팀을 변경하고, 제대로 된 조사 기한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차례 과거사 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을 이끌어낸 것은 무엇보다도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 성폭력 범죄의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고 간절한 목소리 덕분이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이 “성인지 감수성 차원에서 여성들이 처한 특수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결과가 무색하게도 과거사 위원회의 조사 및 심의 결과에서 성인지 감수성은 찾아볼 수 없다. 

 

당시 수사의 위법성은 ‘성범죄’만 수사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성범죄’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과거사 위원회는 당시 검찰이 경찰이 송치 의견을 낸 ‘성범죄 혐의’에만 국한된 부실수사를 했다고 밝혔다. 수많은 의혹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은 분명 문제이다. 그러나 송치 의견을 낸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임을 과거사 위원회는 간과하고 있다. 

 

과거사 위원회가 밝혔듯이 당시 검찰은 윤중천, 김학의와 여성들을 대결 구도로 몰아 피해 여성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김학의 등에 대해 혐의 없다는 결론을 쉽게 만들어냈다. 검찰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배척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서로를 탄핵하는 진술을 하게 유도하였으며,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진술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들을 추가로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피해자들은 자신의 진술이 왜곡되어 다른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자신이 제출한 증거가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는 데 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조사에 임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과거사 위원회는 ‘여성들의 진술이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사정을 부각하는 데만 진력하여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 혐의 없음으로 처분하였다’고 하면서도,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처벌하는 데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하기에는 이와 반대되는 다수의 객관적 증거 및 진술 증거가 있었다’고 하여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또한, 서로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이 각기 다른 시기에 비슷한 수법으로 동일한 가해자들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짜 성폭력 피해자 찾기’를 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무고’ 혐의를 너무 쉽게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사 위원회 심의 결과에 언급된 성폭력 피해 여성 3명 중 진상조사단이 실제 조사를 한 피해자는 1명에 불과하다. 조사단은 당시 검찰이 피해자의 진술을 탄핵하기 위해 했던 수사의 기록 외에 과연 무엇을 추가로 조사하여 이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인가. 

 

과거사 위원회는 당시 검찰이 피해 여성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방식으로 수사한 것이 잘못이라고 하면서, 어째서 스스로는 왜곡된 검찰의 수사기록만으로 ‘무고’를 운운하는 심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가. 과연 이것이 성범죄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과인가. 

 

수많은 가해자가 존재하지만, 아무도 처벌되지 않았다 

 

원주별장에서는 ‘성접대’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여성들을 ‘도구’로 이용하여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은 반인륜적인 범죄가 수없이 저질러졌으며, 이에 가담한 사람은 김학의, 윤중천뿐이 아니다.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명시적으로 밝힌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 외에도, 대학교수, 유명 화가, 호텔 사장, 건설업자, 대기업 회장, 고급호텔 사장, 대형병원 원장 등 수 많은 권력층이 피해자들의 진술에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사 위원회는 이들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 이들 중 그 누구도 처벌받은 사람은 없으며, 특별 수사단을 통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도 그들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가해자는 여전히 김학의, 윤중천, 단 두 명뿐이다. 

 

 

누구의 경험과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 

 

이번 과거사 위원회의 결과를 통해 우리가 확인한 것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의 인식에 따라 성폭력 범죄가 완전히 왜곡되고 은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해자를 무혐의 처분 내리기로 마음먹은 검찰이 선택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었다. 이는 곧, 피해자의 진술이 곧잘 유일한 증거가 되는 성폭력 범죄 수사에 있어 수사 기관의 ‘의도’와 ‘인식’에 따라 성폭력 범죄가 얼마나 쉽게 왜곡, 은폐될 수 있는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성접대’와 ‘성폭력’을 구분할 수 있다는, 구분해내고야 말겠다는 과거사 위원회를 위시한 우리 사회의 기만을 확인했다. ‘원주별장’은 누군가에게는 각자의 이익을 좇아 ‘향응’을 제공받고, ‘유흥’을 즐기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강간, 폭행, 협박, 위협, 강요, 약물 피해, 불법 촬영이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공간이었으며, 철저하게 ‘물화’되고 인권이 말살되는 공간이었으며, 이름이 아닌 ‘성기’와 ‘숫자’로 불리는 공간이었다. 누구의 경험과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겠는가. 

 

검찰은 잘못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가 

 

부실수사, 봐주기수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피해자에게 사과를 하는 사람도, 사과를 권하는 사람도 없다. 기나긴 시간 동안 공권력을 믿고 협조해온 피해자가 들은 소리라고는 ‘진짜 피해자’를 잘 가려내라고 수사를 촉구했다는 사실뿐이다. 

 

“왜 나는 계속 ‘시작’만 해야 하나요?” 

 

2013년, 2014년 2차례 불기소 처분을 지나 2018년 초 이 사건이 검찰 과거사위원회 본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고, 진상조사단 조사팀의 문제적인 조사 태도로 인해 조사팀이 변경되면서 피해자가 한 말이다. 요란했던 과거사 위원회는 알맹이 없이 종료되었고, 공은 다시 검찰 특별수사단으로 넘어갔다. 피해자는 또다시 ‘시작’ 앞에 섰다. 

 

검찰은 피해자의 또 다른 ‘시작’에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검찰은 잘못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가. 아니, 잘못을 인정할 능력이 있는가. 검찰은 성폭력 피해를 공권력이 구제할 것이라는 간절한 믿음에 대답할 능력이 있는가. 

 

검찰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로에 있다. 검찰은 잘못된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 우리는 앞으로의 검찰의 행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본 사건에 대해 책임 있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2019년 5월 3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여성·시민 사회단체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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