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법원개혁 2015-04-20   1514

[논평] 상고법원 설치가 대법원 개혁의 시급한 방안이 될 수는 없다

상고법원 설치가 대법원 개혁의 시급한 방안이 될 수는 없다

대법원은 법원의 관료화 개선, 하급심 강화, 대법관 구성 다양화 노력부터 보여야

 

오늘(4/20) 오후 국회 법사위에서 상고법원 설치 관련 공청회를 연다.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건 이상의 상고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에서 상고심 제도 개선 논의는 필요하다. 하지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주장하는 상고법원 설치가 인사권을 갖고 있는 대법원장의 줄 세우기, 이로 인한 법원의 관료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임기 내 추진을 목표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주장하기에 앞서, 상고사건의 폭증 원인부터 먼저 돌아보고, 국민들이 하급심에서도 승복할 수 있도록 하급심 강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대법원이 진정 정책법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획일적인 대법관 구성부터 다양화하기 위한 노력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순서다. 이런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 상고법원 설치만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고위직 법관자리를 늘려 법원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년 간 상고사건은 1만 3천여 건에서 2013년 3만6천여 건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체 사건 수가 늘어난 탓도 있겠으나, 최근 10년 간 상고 접수율 자체가 높아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민들이 그만큼 하급심 판정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법률심을 해야 할 대법원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판결처럼, 종종 원심의 사실 관계를 뒤집어 판결을 내림으로써 스스로 불신을 자초한 면도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대법원의 판결을 돌아보고 자성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하급심에서 승복할 수 있도록 하급심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하급심 강화 노력과 함께 대법원은 법률심에 충실하고 중요한 사건에 더욱 집중하여 현재 20여건에 불과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더 많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법관 구성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처럼 기수 서열에 따른 판사 위주의 획일적인 대법관 구성으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없다. 최근 긴급조치 발령 합법 판결 등 잇따른 퇴행적 판결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법관 구성의 개혁 없이 전원합의체 판결을 아무리 많이 한다 해도 부질없는 일이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이 최근 박종철 고문치사 축소, 은폐에 책임이 있는 검사 출신의 박상옥 후보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 제청한 것을 볼 때 대법원 구성의 개혁이 요원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국회는 대법원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과 법적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이 명예를 회복하도록, 상고심 논의에 앞서 대법관 구성을 개혁하기 위한 입법 노력을 우선 기울여야 한다.

 

상고법원 설치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남은 임기 내 추진을 목표로 국회를 압박, 이를 받아 작년 12월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이 법원조직법 등 6개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지난 2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제동을 걸며 공청회에 이르게 됐다. 

과거 우리 사법부는 상고심 제도 개선을 위해 고법 상고부 설치부터 상고허가제, 지금의 심리불속행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도를 시행해왔다. 상고법원 설치도 다양한 상고심 개선 방안 중 하나이다.

그러나 상고법원은 자칫 4심제로 가게 되는 더 큰 부담을 안겨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고법원을 최종심으로 하여 위헌 소지의 문제도 있고, 대법관과 달리, 상고심 판사는 국회 동의 절차도 밟지 않은 채 대법원장의 인사권이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찬찬히 살펴보고, 상고심 제도 개선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들여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법사위 공청회 한번으로 입법 논의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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