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개혁 2009-09-01   2687

[09/08/19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초등학교 선생님도 함께 했습니다!


“417호 법정 기행 이야기, 대한 늬우수”


참여연대는 2008년부터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법의 민주성과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한국형 배심원재판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제13차 함께 방청하기 행사는 지난 8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는 것이었습니다. 10여명이 넘는 분들이 참여하였는데, 그중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노민화님께서 보내주신 방청기를 소개합니다. ‘참여연대와 국민참여재판 함께 방청하기’ 행사는 계속 이어지며, 14차 함께 방청하기는 9월 7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 방청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등을 참고해주세요.


 


노민화(광명 광덕초등학교 교사)



법률가가 장래희망인 우리 반 학생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서 국민참여재판 방청을 원하는 사람을 모집한다는 한겨레 NGO 게시판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웠다.
법정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막연히 실제 재판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대여섯명 정도는 법률가가 장래 희망인 학급 학생들을 만나면서 드라마적 각색이 제거되고 교과서적 법률지식과 직업 역할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재판 현장을 경험해 볼 수 있고 새로 도입이 되는 배심제 재판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는 계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로 바로 신청하게 됐다.


법의 판단과 심판은 멀면 멀수록 좋다는 생각으로 일상생활을 해 가는 보통 사람이 찾아 가는 법정 길, ‘…상당한 이유’나 ‘사회 통념…’ 같은 법률 지식을 접했을 때 법관마다 여러 판단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1인 재판장이 이런 기준들을 다 헤아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일면 그런 모호함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인들의 법참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혼자서 했던 생각을 배심제와 연결지어봤다. 이런 내게 배심제 재판의 취지와 그동안의 재판 결과 등 재판 방청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사전 안내 및 질문과 답변의 시간, 그리고 실제 재판 참관, 이후 개인적 경험까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님과 함께 한 방청 참가 경험은 이번 여름에 낚은 ‘월척’이었다.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들어간 417호 참여재판 법정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안내판. 국민참여재판이 열리는 417호는 서관 건물에 있다.
우리 일행은 주로 로스쿨 학생이 대부분이었고 일반인은 나와 법정 드라마를 쓰고 싶은 예비 작가 두 사람이었다. ‘국민 참여 재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과 내가 선행 배심원으로서 사건의 쟁점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두 가지가 오늘 내가 스스로 정리할 숙제라고 생각이 되었다.
‘나는 법에 대해 잘 모르는데 어떻게 판단하지?’ 이 고민이 내가 심리적으로 부닥친 가장 첫 번째 걱정이었다. 다양한 일반인들의 사실 판단 능력을 직업 법조인들보다 전문가로서 인정하고 판결에 반영하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라는 설명은 다소 부담을 덜어주었다. 각자의 경험, 상식, 가치에 입각해 판단하면 된다는 생각의 전환을 안고 417호 법정에 들어섰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먼저 검사와 변호사가 배심원을 선별하는 과정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법정에 들어섰을 때는 담당 주심 판사가 피고인의 무죄 추정의 원칙과 합리적 의심 및 배심원의 역할과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계셨다. 자세한 안내, 편안한 억양, 적절한 속도는 법에 문외한 일반인들도 형사 재판의 기본 원칙을 쉽게 이해하게 해 주어서인지 법정 첫인상은 그리 딱딱하지 않았다.


재판의 쟁점은 인수인계 때문에 야간에 만난 주차 관리 요원 사이에 있었던 폭행 사건에서 신입 주차 관리요원이 이전 관리 요원의 머리를 삽으로 가격한 행위를 살인미수로 볼 수 있는가였다.
각각 두 명의 검사와 변호사는 재판관뿐만 아니라 배심원들을 의식하고 그들의 이해를 파악하면서 설득하려고 노력하였다. 검사에 비해 국선 변호인의 구술 전달력이 다소 떨어져 변호의 힘이 약해 보여 아쉬웠고 특히 변호인과 피고인과의 의견 교환이 사전에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변호사와 피고인의 진술이 엇갈리는 것이 느껴져 충분한 조율이 이루어지지 않음도 알 수 있었다.



진지하게 집중하던 10명의 배심원들


1번부터 10번까지 가슴에 번호표를 단 10명의 배심원들은 심문 과정에 진지하게 몰두하였고 질문지를 통해 피고인에게 묻고 싶은 내용을 적어 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판사가 읽어보고 대신 질문하긴 했지만 듣기만 하던 배심원들이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재판에 참여하는 모습은 시민 사법의 실천으로 다가왔다. 이런 참여 속에서 전문 법률가들이 간과한 내용은 보충되고 법관련 주체들은 사건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피해자 외에 누가 증인으로 출석할까 궁금했는데 사건을 조사한 담당 경찰관이 자리했다.  ‘사건을 수사하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하는구나.’ 예상 밖의 장면이었다.
7시 30분까지 본재판이 진행 되었고 배심원들이 평의과정에 들어가면서 우리 일행은 법정을 나섰다. 최종 판결 선고는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살인미수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렸고, 법관 판결도 유죄, 나이와 가정 형편 등을 고려한 형량은 징역 2년6개월이었다고 전해들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판결 과정이 끝났다. ‘수감생활 후에는 정말 달라지셨으면 좋겠는데…’.  피고의 폭력행위는 술벽과 관련이 있어보였다. 10번의 전과를 저지르면서 수감 중이든 일상 생활에서건 어떤 심리치료나 정신과 상담치료도 받지 않았다는게 안타까웠다. 그 당사자뿐만 아니라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어야하는 면에서 단순히 격리로서만 해결할 일이 아니라 개인이 해결 못하는 재소자들의 정신 재활을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물게 징역형 선고만이 아니라 치료감호 등의 결정도 내려진다고 하는데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 사회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힘을 갖게 하는 방향으로 사법이 나아가야 할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참여재판을 더 잘 알기 위해 일반 재판을 보았는데…


하나하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일반 재판 방청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었다. 어떻게 다른지, 왜 배심제도 도입이 필요한지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싶었다.
그래서 며칠 후 배심제의 핵심으로 이해한 ‘공판중심주의’와 ‘집중심리’ 등의 기준을 갖고 일반 형사 재판을 방청하였다. 월요일 오후 법정은 많이 열리지 않았었고 방청한 424호와 422호 두 법정은 경제관련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사건이었다.


방청석이 거의 다 찼던 국민참여재판 방청석과 달리 방청객은 서너 명 정도였다. 한 마디로 역동적이고 생동하는 법정이 아니었다.
사람은 없었고 그저 빨리 재판을 종결하고 다음 재판을 치러야 하는 업무일 뿐이었다. 조서나 서류가 아닌 법정 진술을 통해서 법률적 판단을 해야한다는 공판중심주의가 왜 필요하다는건지. 재판에서 오고간 말이 아니라 서류가 우선인 이런 것이 조서재판이라고 비판 받는 것인가 보다. 그럴만했다. 각자에게 배부된 서류를 보고 증인이나 피고는 묻는 질문에 답하는 정도였다.


국민참여재판이 10시간 넘게 걸린 것을 미루어 오래 걸릴거라 짐작했던 재판은 2시에 시작해서 3시 40분에 변호사, 검사와 다음 재판의 기일을 정하고 끝났고, 4시 재판 준비에 들어갔다. 오랫동안 기다린 증인은 판사의 양해가 있었지만 시간상 다음에 또 출석하게 되었다.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 위주의 재판이었고 증인이나 피고인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아보였다. 일정기간에 집중해서 사건을 심리해야 한다는 집중심리요구 또한 법원의 일정이 먼저 고려되는 모습이었다.


비록 짧았지만 그 차이는 너무 분명했고 배심제 재판으로의 개편이 꼭 이루어져야겠다는 확신을 갖기에는 충분했다. 최소한 서류 넘기는 소리보다는 사람의 소리가 더 살아있고 중심이어야하지 않을까? 폐쇄적인 법정이 시민들의 적극적인 방청과 배심원으로서 참여를 통해 시민 속에 열려진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우리 반 아이의 이모는 벌써 배심원이 된 적도 있어


방청 전 참여재판 설명듣는 시간주변 지인들과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음은 대부분 알고 있었고 방청 경험은 필요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러나 자신이 배심제에 대한 이해나 배심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잘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반 어머니들과 방학 동안 있었던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국민참여재판 방청 경험얘기를 했더니 한 어머니께서는 언니께서 배심원으로 참석하셨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다. 배심원 참여 우편물은 이렇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벌써 와 있었다.
일반 사람들의 입장은 판사보다는 비슷한 사람들의 여러 의견이 더 합리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었고 배심제 재판에 대해 긍정적이었다고 하셨다고 한다.


국민들이 직접 재판에 참여해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고 정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한 개인적이며 사회적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배심원들은 배심 판결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중책의 역할을 수행하고 그것을 통해 소속감과 책임감이 강하게 길러질 것 같다.
더불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갖게도 할 것 같다. 이렇게 도덕적 기준과 함께 법치의 눈으로서도 일상생활의 갈등과 분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특히 유전무죄의 전형으로 통상 받아들이면서 분노와 불신을 삭혀야했던 대기업이나 정치인 관련 사건도 시민 재판의 영향을 벗어나지 않게 될 날도 머지않았을 것이다.
또한 시민이 주연이 되고 판사, 검사, 변호사들이 조연으로 물러나는 재판 관행도 자리 잡게 되면서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도 달라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긴다.


누구를 막론하고 국민참여방청에 시간이 되면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이런 열망을 읽고 영화관람을 보이콧하게 했던 4대강 홍보보다는 국민참여재판 홍보를 ‘대한 늬우스 ’ 깜으로 추천해본다.



국민참여재판 방청, 민주사법을 향한 소중한 경험될 것


시민 법의식의 향상을 위해 시민들의 법소양 교육도 필요한 것 같다. 개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것을 존중하는 것이 국민참여재판의 취지라고 하지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처럼 이제는 구청이나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에서도 방청 프로그램을 짜고 대학 교양과목으로 법과목을 이수한다든지, 초중고 교과서에 안내를 하는 등 적극적인 국민 교육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초, 중학생들로 보이는 학생 방청책들은 어찌나 기특하던지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너희들은 장래 올곧은 사법 대표자들이 될 수 있고 너희들을 통해 사법 제도의 이상이 이루어질거야.’ 직업상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을 부탁해’라는 말을 자주하게 되는데 학생들을 보면서 오늘은 그 말의 뒤끝이 강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국민에게 부탁하는 것이라는 것, 적극적으로 부탁하고 적극적으로 부탁을 들어주는 자세, 그래서 민주사법, 국민사법이라는 유기체도 시민들의 참여의식과 책임을 먹고 성장하고 성숙하고 완성되어질 것이다.


자녀와 함께 재판 참여 경험을 권했을 때 관심을 보인 사람들에게 대법원 홈페이지 국민참여재판 일정을 소개하면서, 배심제 이해에 필요한 사항을 꼼꼼하게 안내해 주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함께하는 방청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학생들이 이해할 만한 재판을 학생들과 함께 방청하고 싶다.
소중한 경험, 그리고 다른 이들과 이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에 감사드린다. 법정 영화 한 편을 보면서도 배심원과 관련된 이야기에 예민해진 것도 방청 후 새로 생긴 작은 변화 중 하나였다.
아는 만큼 보는 것도 느는 것 같다. 일상생활과 떨어져있고 생소했던 법정 방청 ‘월척’은 앞으로도 여러 사람과 맛있게 나눠먹을 수 있을만큼 크다. 시민 권리 향상을 위한 보다 나은 제도 개선을 위해 애쓰시며 최선을 다해주신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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