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감시센터 사법감시紙 1997-08-01   2062

[09호] 전교조를 탈퇴하지 아니한 교사에 대한 면직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위법

판결읽기

전교조를 탈퇴하지 아니한 교사에 대한

면직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은 위법?

-대법원 1997.5.7. 선고 97다355판결에 대하여-

조상희 변호사

원고는 양정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 전교조 양정중·고 분회에 가입하여 분회결성모임에 참석하고, 분회 명의의 문건 「지역주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및 「학부모께 드립니다」를 신문보급소를 통해 배포하고 재학생들 가정에 발송하였다는 이유로 1989년 8월 5일 면직처분 당했다.

이에 불복하였으나 학교법인 양정의숙 재심위원회에서 청구기각 결정을 하였고,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제기한 면직처분 무효확인의 소송 담당재판부가 사립학교법 제55조 제1항 제4호에 대한 위헌제청을 하였으나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으로 소를 취하하고, 이 사건 소송을 새로이 제기하였다.

청구취지는 면직기간(1989.8.5.부터 1994.3.까지) 중 임금채권의 시효로 소멸한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1992.7.1.부터 1994.2.28.까지) 동안의 임금 18,572,576원을 청구하는 것이었고 청구원인은 다음과 같다.

(1) 교원징계위원회의 동의를 얻음에 있어서 면직대상자인 교원의 출석, 진술, 증거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위법이 있다.

(2) 원고는 평교사의 한사람으로서 분회모임에 참석하였을 뿐이며, 적극적으로 정치운동 또는 노동운동을 한 일이 없다.

(3) 비록 헌법재판소에서 사립학교 교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관계규정이 합헌이라는 결정[1991.7.22. 선고 89헌가106 결정, 1991.11.25. 선고 89헌가107~112 등(병합) 결정]을 하였으나, 90여개 법원의 재판부가 위 사립학교법 관계규정이 위헌이라는 위헌법률심판체정을 한 사실이 있다.

(4) 탈퇴각서를 작성하지 않은 교원 7명은 여전히 양정중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아 면직처분은 형평에 맞지 않는 징계권 행사로서 재량권 남용이다. 탈퇴각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면직처분을 한 것은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5) 이미 전교조대회 참석 및 탈퇴거부를 이유로 한 해임처분을 징계권 남용이라고 한 대법원 판례[1994.3.8. 선고 93누15533 판결(안용득(주심), 안우만, 김용준(주심), 천경송 대법관), 원심: 부산고등법원 1993.6.16. 선고 89구2714 판결(김적승 부장판사, 홍광식, 김용문 판사)]가 있다.

1심 재판부는 피고 학교법인 양정의숙은 원고에게 14,801,760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립학교법 제58조 제1항의 면직처분은 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반드시 면직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과할 수 있는 불이익의 최고한도를 정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면직처분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과 근거에 따라 이루어 져야 하며 이에 따르지 아니한 자의적인 처분은 그 재량권을 남용 내지 일탈한 것으로 위법, 무효이다.

(2) 원고와 같이 전교조에 가입하였다가 탈퇴각서를 제출한 다른 교사들에 대하여는 면직처분을 내리지 않고, 탈퇴각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원고에게만 내린 면직처분은 재량권을 남용 내지 일탈한 것으로 위법, 무효이다.

2심에서 피고의 항소가 기각되었고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원고가 전교조 양정중·고등학교분회 결성식에 참석한 것 이외에는 달리 전교조 양정중.고등학교분회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아니한 점, 원고와 같이 전교조에 가입하였다가 탈퇴각서를 제출한 다른 교사들에 대하여는 면직처분을 내리지 않고, 탈퇴각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원고에게만 내린 면직처분은 재량권을 남용 내지 일탈한 것으로 위법, 무효이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했다.

그 이유는 원심이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불법단체인 전교조에 가입하여 탈퇴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인바, 교원의 노동운동은 현행법률상 금지되고 있으므로 전교조에 가입한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위법상태를 그대로 용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당시까지 전교조를 탈퇴하여 그와 같은 위법상태를 해소시키지 아니한 이 사건에 있어서 원심이 들고 있는 다른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면직처분에 관한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본다

전원합의체를 구성하지 않은 것은 위법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심판권을 행하여야 하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고 되어 있다. 대법원 판례도 "대법원이 종전의 견해를 변경하는 것에 해당하는 판시를 하는 때에는 대법원판사 전원의 3분의 2이상의 합의체에서 심판을 하여야 하므로 4인의 대법원판사만이 관여하여 심판하였다면 그 확정판결은 민사소송법 제422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여 재심사유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대법원 1967.6.29. 선고 65사24 판결)고 하고 있다.

이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미 전교조대회 참석 및 탈퇴거부를 이유로 한 해임처분을 징계권 남용이라고 한 대법원 판례(1994.3.8. 선고 93누15533 판결)가 있고 이러한 종전의 대법원의 견해를 변경하면서도 법원조직법상의 위 규정을 지키지 않은 명백한 위법이 있다.

근래에 들어와서 대법원은 동일 또는 유사한 사안에 있어서 종전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하면서 법원조직법 상의 심판권의 변경에 관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가끔씩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법원은 단지 사안이 다르다는 설명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현재의 사안이 종전의 대법원의 판례와 다른 사안의 것이어서 동일한 해석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대법원은 대법원 판결을 읽는 이해관계자로 하여금 의구심을 가지지 않게끔 종전의 동일 또는 유사한 사안에 대한 대법원 견해와 현재의 사건이 어떠어떠한 점에서 해석원칙이 다르다고 하는 설명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필요에 따라서 임의적으로 대법원 판례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일반의 평가를 받게 되고 결국은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신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본다.

단순 논리의 위험성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교원의 노동운동은 현행법률상 금지되고 있으므로 원고가 전교조에 가입한 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위법상태를 그대로 용인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당시까지 전교조를 탈퇴하여 그와 같은 위법상태를 해소시키지 아니하였다'는 단순 논리 즉 일반 형사사건에서처럼 본인이 반성을 하고 있는 태도를 보이느냐는 기준을 가지고서 '비행행위의 경중과 그에 따른 징계처분의 대소간에 있어서의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양정의 객관적인 균형'이라는 기준을 통해 전교조사건이 발생되고 그후 전개된 사회적 변화를 고려한다는 종전의 대법원의 유연한 논리를 파기하여 버렸다.

그러나 이 사건 전교조사건의 경우와 같이 어떠한 이념적인 대립의 관계에 있는 사안에 있어서는 일반 형사사건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오히려 사회.경제적인 나아가 정치적인 여러 가지 상황이 반영될 수 있는 기준이나 원칙을 설정하여 이러한 기준이나 원칙을 법논리로서 적절하게 구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대법원이 보여준 너무나 지극히 단순한 논리의 적용은 개별사건의 판단을 통하여 거시적인 정책을 제시하는 대법원으로서의 보다 본질적인 기능을 도외시하는 것이어서 무척이나 안타깝다.

이돈희 대법관은 누구인가

이 사건의 주심대법관인 이돈희 대법관(59세, 서울법대, 고시13회)은 1994년 7월 민변 부회장으로 있다가 전례 없이 변호사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되었고, 재야 법조계는 그의 `진보적 역할'에 상당한 희망을 걸었었다. 그러나 이돈희 대법관이 그동안 내놓은 판결을 보면 오히려 보수적인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즉 자신이 주심대법관이었던 삼청교육대 피해자 사건(삼청교육대 피해보상을 약속한 1988년 11월의 노태우 대통령 담화를 법률적 효력이 없는 단순 시정방침으로 간주해 피해자들에게 패소판결을 내림), 항운노조 소속 근로자 사건(근로자들을 파견받아 하역작업을 시켜온 농협중앙회 사이에 사용종속관계가 없다며 근로자들에게 패소판결을 내림) 등에서 보수적인 견해를 나타내었다. 더구나 이번 전교조사건의 경우는 종전의 대법원판결을 변경해가면서까지 보수적인 판결을 내린데 대하여 무척이나 실망이 크다.

어떤 한 대법관의 판결 경향에 대하여 그것이 보수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또 거꾸로, 그럴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어떤 한 대법관의 판결 경향이 진보적이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각자가 가진 가치관과 세계관에 비추어 그 사회의 발전을 가져오는 방법만을 다르게 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다만 어떤 법관의 판결 경향이 일관성이 없어서 도대체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고 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비판받을 수는 있지 않을까?

소정외 변론이 효과가 있다?

이번 전교조 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특이하게 느끼게 된 점은 상고심에서 피고인 학교재단측의 소송대리인이 바뀜으로 인해서 결론이 달라졌다고 하는 점이다. 상고이유서가 원심에서 나온 변론준비서면과는 다른 새로운 법논리를 담고 있지도 않았고 또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음에도 대법관에게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느낌만을 가지고 함부로 더 왈가왈부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시중에 나도는 말 한마디만 첨가하겠다. 이른바 소정외 변론에 가장 약한 곳은 대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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